윤의중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

음악 명문가의 3대 지휘자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에 변변한 창작 성가곡이 없었다. 지휘자 세미나를 위해 제작한 악보집이 저작권 문제로 폐기처분 당하고 손해배상 해준 일을 계기로 윤학원 장로는 ‘한국 성가곡’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작곡을 해도 성가곡집을 출판해주는 곳이 없자 아예 서울코러스센터출판사를 직접 설립했다.
1999년부터 매년 30곡의 창작곡을 수록한 ‘예수 나의 기쁨’을 출간해 지금까지 수십 권째 이어지고 있다. 창작성가곡으로 인해 한국 교회음악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외국 지휘자들이 한국 창작성가를 채택하는 상황이 됐다.
윤 장로는 한국합창지휘자아카데미를 설립하여 매년 합창 지휘자와 성가 작곡가를 길러내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1989년에 창단한 서울레이디스싱어스와 2004년에 창단한 윤학원 코랄도 기독교 음악을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한 합창단이다. 서울레이디스싱어스는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합창심포지움에서 연주한 이후 최고의 합창단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출판사나 아카데미를 사업 차원이 아닌 기독교 음악의 발전을 위해 부모님과 제 동생이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저도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나중에 더 열심히 해야겠지요.”

77세에 현역에서 은퇴하고 2018년 10월 팔순을 맞은 윤학원 장로는 예술의 전당에서 ‘지휘인생 60주년 기념 합창공연’을 펼쳤다. 제자들이 헌정 공연을 하고 맨 마지막에 제자 지휘자들과 함께 온 합창단이 연합하여 합창할 때 윤학원 장로가 지휘를 했다.
현재 윤의중 단장의 아들 석원 씨도 지휘 공부를 하고 있다. 윤 단장의 모교인 신시내티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공부를 준비 중이다.
“아들이 피아노를 치긴 했지만 음악에 관심 갖지 않기를 바랐죠. 저도 아버지하고 똑같은 마음이었어요. 늘 연습해야 하고 무대에서 긴장해야 하는 힘든 길을 가지 않길 바랐는데 아들이 고등학교 때 느닷없이 음악을 하겠다고 선언 하더군요.”

윤의중 단장의 집안 분위기를 안다면 3대 지휘자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처가까지 모두 음악인이라는 보기 드문 음악 가문이기 때문이다. 윤학원 장로 부부와 사돈인 최훈차 집사(전 서울신학대 교수) 부부는 연세대 음대 동문으로 졸업 후에도 친밀하게 지냈다.
“제 아내는 결혼 전에 아버지가 지휘하신 선명회어린이합창단에서 반주를 했어요. 아버지가 어느 날 믿음 좋고 인성 좋은 여성이 있는데 만나보라고 하셨지만 안 보겠다고 했어요. 아버지 친구분 따님이라는 얘기에 잘 안 되면 두 분 사이가 멀어질 것 같아 그랬던 거지요.”

아버지의 거듭된 권유에 연세대 음대 출신의 오르간 연주자였던 최유정 씨를 10여 차례 만난 끝에 결혼하고 1992년에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났다. 윤 단장의 딸 세라 씨는 버클리 음대에서 실용음악(보컬)을 전공하고 있으며 윤 단장의 여동생 혜경 씨는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뒤 한양대와 한세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전문 연주자이다.

윤의중 단장은 한세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로서도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8년간 음악대학 학부장으로 재직하면서 합창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그 결과 2012 부산국제합창제 클래식 혼성부문 경연대회에서 은상(참가부문 최고상), 2013 여수세계합창제 경연대회에서 혼성부문 동상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 윤 단장이 학부장으로 재임하는 기간에 한세대에 합창지휘 석•박사 과정을 만들어 음악학과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글 | 이근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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