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중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
편한 길 가길 원한 아버지
윤의중 단장을 논할 때 아버지 윤학원 장로(영락교회)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대한민국 합창계의 대부’로 불리는 윤학원 장로는 ‘윤학원이 맡는 합창단은 세계적인 합창단’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인물이다. 원래 유명인이었지만 2011년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지휘자 가수 김태원의 멘토를 맡으면서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김태원 씨를 3개월간 지도하는 과정에서 지휘자의 중요성과 합창의 힘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윤 장로의 “첫소리가 똑같으려면 호흡을 같이하라, 높아질수록 겸손해져라” 같은 말은 곧바로 어록이 돼 인터넷에 떠다녔다.
윤의중 단장은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란 것이 무엇보다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오로지 음악만 생각하며 사셨어요. 골프도 안 하시고 여행도 안 가시고 취미생활이라는 게 없었죠. 늘 새로운 곡을 찾아 연구하고 연습하여 연주하는 일만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연주여행을 따라다니며 노래하고 바이올린 연주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에 스며들었죠.”
그는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고로 진학하려고 할 때 뜻밖에도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38년간 월드비전 선명회어린이합창단 음악감독으로 세계 각지를 순회했던 윤학원 장로는 아들이 험난한 음악의 길 대신 좀 편한 쪽을 선택하길 원했다.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인 1971년에 미국 유학길에 오르셨는데, 돈을 아끼기 위해 강아지용 캔으로 배고픔을 달래가며 생활할 정도로 고생하셨어요. 음악가는 배고픈 직업인 데다 모든 걸 걸어야 하는 고생스러운 길이라는 걸 몸소 겪으셔서 반대하신 거죠.”
윤 단장은 단식투쟁까지 하며 아버지와 대치했다.
“집안에 클래식 LP판이 많았는데 레닌그라드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여러 연주단의 음악을 들으며 이 길 아니면 안 되겠다는 각오가 생겨 기어이 서울 고에 들어갔죠.”
글 | 이근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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