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중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

대를 이어 헨델의 메시아 지휘

최정상의 지휘자 부자는 함께 이룬 일들이 많다. 윤학원 장로가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일할 때인 2008년, 부자는 기존의 연주 방식에서 탈피한 ‘합창 배틀’을 선보였다.
인천시립합창단은 흑인 영가와 세계 민요, 태극기 4괘의 의미를 풀어 편곡한 ‘아, 대한민국’을 들려주었고, 윤의중 단장이 지휘했던 창원시립합창단은 리드미컬한 현대 합창곡과 뮤지컬 코러스 라인 같은 노래를 선사했다. 인천에서 한 번, 창원에서 한 번, 두 합창단의 대결 공연은 큰 화제가 되었고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박수 치고 춤추며 노래하는 즐거운 공연이었어요. 제가 백전노장인 아버지께 배우는 좋은 기회였죠. 인천시립합창단이 정말 실력있는 단체였거든요. 함께 공연하면서 저는 한참 멀었구나, 생각했어요.”

윤학원 장로가 기독교 음악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가 40년간 이끌었던 영락교회 시온성가대는 ‘성가대의 모범 답안’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 교회 성가대의 본이 되었다. 70세에 원로장로가 되면서 영락교회 성가대 지휘를 그만두고 자양교회에서 10여 년간 지휘를 맡았다. 지휘의 대가가 그리 크지 않은 교회의 지휘를 맡게 된 사연이 재미있으면서 감동적이다.
자양교회 전임 지휘자는 다름 아닌 윤의중 단장이었다. 윤 단장이 2007년 12월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들레헴성가대로 옮기면서 1년여간 지휘자를 찾지 못한 자양교회에 아버지를 추천했던 것이다. 윤의중 단장이 7년간 맡았던 자양교회는 대형교회들과 나란히 합창제에 참여하여 놀라운 실력을 선보였다.
“자양교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교회였지만 성가대원들의 열정은 대단했죠.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찬양을 소중하게 생각했고, 저의 의견에 깊이 동의해주었습니다. 자양교회의 실력이 점차 두각을 나타내면서 사람들은 윤학원 장로님의 아들이라는 인식에서 윤의중이라는 존재를 바라봐주기 시작했죠.”

정들었던 자양교회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로 옮겨올 때 가족들이 깊이 기도한 가운데 결정했다고 한다. 윤 단장이 지휘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들레헴 성가대는 명실공히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국립합창단원을 포함한 쟁쟁한 솔리스트들이 포진하고 있다. 합창에 박수와 소리를 가미하는 등의 독특한 시도와 새로운 레퍼토리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베들레헴성가대는 교회음악을 이끌어가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학원 장로와 윤의중 단장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초교파로 교회가 연합해 연주하는 ‘헨델의 메시아’를 대를 이어 지휘한 기록도 갖고 있다.


글 | 이근미(소설가)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