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통과하면서 철든 그리스도인이 되다
어떤 상황에도 믿음을 지켜라/하나님이 우주를 운행하시는 법칙과 수학의 관계
어떤 상황에도 믿음을 지켜라
그날로 집에 돌아왔고, 아픔이 계속됐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다.
“숨 쉴 때마다 아파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가만히 누워 있다가 성경책 읽고 기도하며 지내는데 마음이 편했어요. 이대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가족들이 마음에 걸렸지만 살만큼 살아 별 미련이 없었어요.”
서서히 통증이 약해지더니 한 달쯤 지나면서 숨 쉬기가 편해졌다. 몇 달 후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의사가 완쾌 판정을 내렸다.
“그때가 살면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어요. 열심히 하나님을 의지하는 데도 육체적인 고통이 계속되니 믿지 않을 때보다 마음이 어려웠죠. 누워 있으면서 ‘신앙은 어떤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나를 인도해주시는 하나님의 다음 스텝을 기대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하나님은 분명 선하고 모든 걸 선하게 만드는 분이니 나를 그분 보시기에 좋은 길로 인도하실 거라는 믿음으로 그 시간을 버텼어요.”
김인강 교수는 축복과 믿음은 다르다는 걸 강조했다.
“내 인생이 완전히 바닥나고 망가지더라도 믿음은 지켜야 한다는 각오로 삽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성경을 잘못 해석하는 겁니다. 욥이 고통당할 때 친구들이 ‘네가 죄가 있어 벌 받는 거니 빨리 고백하라’고 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1년간 휴학하며 투병하는 동안 그는 철든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며칠씩 아플 때가 있어요. 그러면 조용히 기도하면서 이겨내요. 여전히 육신은 나약하고, 가끔 비틀거릴 때도 있지만 주저앉지는 않아요. 철든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듯 더 이상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죠. 강한 침묵으로 다가오는 그분의 음성 듣는 법을 배웠고 쓰라린 고통으로 다가오는 축복을 볼 줄 아는 그리스도인의 눈을 갖게 되었어요.”
술과 담배, 연애와 커피를 멀리하며 단 한 번도 과 수석을 놓치지 않은 그는 서울대를 전체 차석으로 졸업하고 유명 위상기하학 교수가 많은 미국 버클리대학에 진학했다. 학비 면제와 매달 1,000달러의 생활비를 받으며 6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생활을 부러워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많이 고달파요. 항상 이방인인 데다 영어로 연구하고 논문 쓰면서 티칭을 해야 해요. 교회 일도 많고 후배들도 챙겨야 하고 집안 살림도 제가 다 해야 했지요.”
바쁘게 지내면서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교제하며 틈만 나면 하나님을 전했다. 귀국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는 11년 동안에도 학생들과 성경공부를 하며 캠퍼스 전도에 열심이었다. ESF 선배의 소개로 독일 유학 중인 첼리스트와 5년간 편지로 교제를 나눈 후 가정을 이루어 두 자녀도 얻었다.
하나님이 우주를 운행하시는 법칙과 수학의 관계
김인강 교수는 위상수학과 기하학을 연구하는 일상이 평안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위상수학은 물체의 본질적인 모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몽타주로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서 범인과 비슷한 사람을 찾아내거나 지문인식기, 네트워크,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 등에 응용된다. 공간의 수리적 성질을 연구하는 기하학에서는 위상수학에서 중요시 되지 않는 거리의 개념과 매끄러움이 필수요소이다.
요즘 김인강 교수는 어떤 사물의 본질을 몇 개의 특징으로 규정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고유의 특징을 통해 개인을 캐릭터라이즈 하는 것처럼, 어떤 곡면 군을 규정할 방법을 찾는 연구입니다. 아티야 인덱스, 에타 불변량 등을 이 분야에 적용하려는 거지요. 지금 수학자들이 연구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필요 없는 것들이에요. 수학은 호기심에서 출발해 다른 이론에 적용됩니다. 앞으로 AI와 우주론 등에 연결되겠죠. 호기심에 대한 답을 찾는다 해도 천년 뒤에 사용될 수도 있어요.”
오래 전에 유체역학과 미분방정식을 연구한 학자들 덕분에 비행기가 날 수 있었듯 수학자들은 언젠가는 인류가 필요로 할 연구를 지금 수행하는 중이다.
그는 수학을 연구할수록 인간의 이성에 한계가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한다.
“수학은 하나님이 우주를 운행하시는 법칙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아무리 연구해도 알 수 없는 논리 밖의 영역, 즉 하나님의 영역이 많다는 걸 수학자들은 인정합니다. 시공간에 갇힌 인간은 3차원, 많아야 4차원에 투영된 단면만 볼 수 있으니 하나님을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창조자를 완벽히 알 수 없기에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에 더 겸손해집니다.”
김인강 교수는 수학을 ‘하나님의 크심을 경험하는 통로, 그분의 지혜를 손가락으로 조금이나마 만져보는 도구’라고 정의한다.
“몇 년씩 씨름하던 문제를 해결할 때면 하나님이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그분의 지식을 조금이나마 보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세상에 숨겨놓으신 지혜와 아름다움의 한 자락을 발견하기 위해 오늘도 하나님께 우주의 비밀을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글/이근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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