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통과하면서 철든 그리스도인이 되다

그냥 천국에 가고 싶다

고등과학원에서 Kapovich 교수와 함께

대학교 3학년 초, 폐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1시간 동안 걸어가서 강의를 들은 뒤, 집에 돌아와 잠시 쉬고 다시 과외하러 나가는 고단한 날이 이어지던 때였다. 목발을 짚고 너무 오래 걷다 보니 갈비뼈에 폐가 부딪치면서 폐에 큰 구멍이 난 것이다. 2주간 치료하고 퇴원했으나 다시 통증이 시작되어 병원으로 실려갔다.
“갈비뼈 사이를 벌려 폐를 수술했는데 숨 쉴 때마다 죽고 싶을 만큼 아픈 고통 이 밀려왔어요. 진통제를 맞아도 몇 시간 있다가 다시 통증이 계속되었어요. 숨을 쉬면 아프고 쉬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반지하 방에 누워서 두 계절을 지낸 후에야 겨우 바깥세상을 구경했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불과 몇 주 후 반대편 폐에 똑같은 통증이 나타났다. 엑스레이 사진을 본 의사는 갑자기 폐가 파열되면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며 당장 수술하자고 했다. 그는 수술 받는 대신 집으로 돌아왔다.

“그 고통을 또다시 겪을 생각을 하니 끔찍했어요. 앞으로도 내 삶은 고통의 연속일 거라는 절망이 밀려오더군요. 계속 건강 문제로 걸려 넘어질 테고, 지하방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고, 학비 마련하느라 과외하러 다녀야 할 테고, 수학과 나와 봐야 별로 할 것도 없을 테고, 그런 생각이 겹치면서 그냥 지금 천국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차에 부딪치는 게 나을까, 한강으로 가는 게 나을까, 구체적인 방법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심각했어요.”
막상 한강에 가니 지금까지 자신을 돌봐준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이대로 죽는건 도리가 아니라는 마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한적한 기도원을 찾았다.
“하나님을 원망하기보다 그냥 하소연을 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나으면 또 아프고 나으면 또 아프고, 사는 게 귀찮습니다. 하나님이 지금 데려가시면 편하겠습니다’ 이런 기도를 했지요. 고통이 극심하면 죽는 게 두렵지 않은 시간이 와요. 아픈 몸으로 학교 다니고 과외하고, 계속 그렇게 살 자신이 없었어요.”

다음 날도 ‘이제 그만 데려가 달라’고 기도하는데 등 뒤에서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으옵소서. 날 위해 돌아가신 주 날 받으옵소서’라는 찬송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날선 검이 심장에 박히는 것 같으면서 눈물이 마구 터져 나왔어요. 빳빳하게 서 있던 내면의 자아가 툭 하고 꺾이는 것 같았지요. 울고 또 울면서 무례하고 교만한 저를 용서해달라고, 짧은 지식을 들이대며 나의 존재 이유를 캐묻고 하나님을 공격한 걸 회개했습니다.”


(글/이근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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