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두려움’은 무엇인가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두려움’
지금 전 세계는 팬데믹(pandemic) 수준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공포와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불과 홍수와 지진 그리고 테러 등 종말론적 재앙의 현상들로 말미암아 어찌할 줄 모르는 패닉(panic) 상태에 빠져 있다. 설령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어 이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우리 내면 밑바닥에 깔려 있는 불안은 앞으로 지금의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들이 새롭게 우리를 덮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지구촌의 현실을 실감 있게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던 영화 같은 일들을 우리는 지금 우리 눈앞의 현실로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재해들은 전적인 인간의 잘못이며 책임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오염의 급류에 휘말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연약함이요 딜레마이다. 지금 온 국민이 두려워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결국 자연생태계의 파괴로 인함이며 이에 대한 인간의 부주의가 불러온 참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 세계적 재앙들과 인간의 한계를 절감케 하는 종말의 표징들이 나타나고 있는 이때에 우리는 시야를 좁혀 당장 우리 눈앞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안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또한 우리가 겪는 불안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우리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양대 산맥의 틈에서 우리 자신의 자주성을 잃지 않고 시소와 같은 줄다리기 밀당으로 경제를 지탱해나갈 모험들을 해야 하고, 최근 통치체제를 바꾼 북한과도 계속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전쟁도발을 억제토록 유도하는 가운데 통일의 길목으로 나아가는 일 또한 결코 정부 고위층의 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암 환자의 발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국민 모두가 ‘건강염려증’ 환자가 되어버린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우리 안에 있는 두려움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싸움은 외부에 있기보다 결국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며, 그것은 바로 우리 안에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비실재적 가공의 요소들로 믿음을 저버리게 하는 두려움과의 싸움이다. 두려움은 두려움일 뿐이다. 두려움 자체가 현실(fact)이 아닌 가공의 상상에 의한 것이다. 걱정, 근심, 염려, 불안… 이 모든 것들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두려움은 현재의 현실 너머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 세계의 부정적인 것들을 미리 내 삶 속으로 끌어당긴 ‘가불의 불행’이다. 현실에 충실하면 이 미래로부터의 불행은 겪지 않을 수도 있다.
소유와 존재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내 안에 있는 고통이 무엇인가 하기보다, 이 고통의 현실을 어떤 자세로 이겨낼 것인가의 존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힘들어하는 것은 육체적인 실체로 느껴지는 ‘고통’보다 정신적으로 억눌려지는 정신적 ‘괴로움’이다. 육체적 실체로 다가오는 고통보다 심적으로 가슴을 무너지게 하는 정신적 괴로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통 자체보다 그 고통의 파장으로 겪게 될 미래의 두려움에 의한 괴로움으로 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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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남 (목사)
우림복지재단 대표이사 ·기독문화평론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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