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두려움’은 무엇인가

우리의 ‘두려움’은 무엇인가

신앙계 제공

두려움 가운데 깨달은 것이 있다. 태풍이 몰아칠 때 태풍의 주변 언 저리는 요동이 심한 반면, 정작 그 중심인 태풍의 눈은 고요하다는 것이다. 고난의 시기에 두려움과 맞서기 위해서는 고난의 현장, 그 두려움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거 기에 갈보리 십자가가 서있다.

옛날에 어떤 민족이 있었는데, 그들은 이 세상의 자원을 조사하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경의 때에도 살아남기에 충분한 자원을 지니고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일이 있어도 생존하고 싶다. 그렇다면? 먹을 것, 원료, 지식을 모아서 위기에 대처하자.”
그래서 그들은 이것저것 끌어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심하게 했던지 다른 민족들이 항의를 했습니다. “너희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목숨도 겨우 부지할 지경이다. 너희의 부를 일부 우리에게 달라!”
그러나 두려움에 찬 축적꾼들은 말했습니다. “안 된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이것을 지켜야 한다. 우리까지도 사태가 좋지 않을 경우, 우리의 생명이 위협당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자 다른 민족들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제발 부탁인데 우리가 생존할 수 있도록 먹을 것과 원료와 지식을 달라. 기다릴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필요하다.”
그러자 두려움에 찬 축적꾼들은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이 자신들을 공격할까봐 더 두려워졌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말했습니다. “우리가 축적한 것 주변으로 벽을 쳐서 누구도 뺏어가지 못하게 하자.”
그래서 그들은 벽을 세웠는데 너무 높이 세워서 벽 바깥에 적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이 커지자 그들은 서로 말했습니다. “적의 숫자가 너무 늘어나서 우리의 벽을 허물지도 모른다. 이 벽은 그들을 막을 만큼 튼튼하지가 않다. 벽 위에 폭탄을 설치해서 우리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러나 무장한 벽 뒤에서 안전함을 느끼기는커녕 그들은 자신의 두려움으로 만든 폭탄이 적보다 오히려 자신들을 더 다치게 하지나 않을까 염려하며 그 폭탄까지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오히려 그들을 죽음에 더 가까이 가게 만들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두려움은 두려움을 낳는다. 내가 두려워하던 그것이 현실이 되어 나를 집어삼킨다. 위의 예화는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이 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서로를 믿지 못해 자기만의 이기적 욕심으로 군비(軍備) 축적에만 몰두하다가 두려움을 더 키워 결국은 그 두려움의 벽에 갇혀 서서히 죽어가는 인류의 미래와 그 어리석음을 풍자적으로 기술한 내용이다.

조규남 (목사)

우림복지재단 대표이사 ·기독문화평론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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