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

영양제와 마스크에 둔 나의 안전, 그것은 거짓이었다!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세는 대단했다. 한순간에 내 모든 생각을 정지시켰고 스스로를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사람은 겪은 만큼 또 살아온 세월만큼 알아지는 게 있나보다. 4년 정도 흐른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니 신앙의 밑바닥을 쳤던 그때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교만한 삶을 살았을까 싶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것들이 있었다. 하루, 한 달, 한 해를 지나가며 영양제를 비롯한 약들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더니 책상에 쌓이는 약들이 많아지더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질병에 걸린 사람이 기본치료를 마친 후 찾아다니는 것이 “~에 좋다더라”라고 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동안의 삶을 회개하고 “나는 죽지 않는다”고 선포했지만 성경을 읽다가 히스기야의 간절한 기도나 다윗의 기도 같은 부분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친구들이 나를 위로하고자 가볍게 말해주는 게 어찌나 서운한지, “네가 안 당해봐서 그래”라며 톡 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하나님을 신뢰한다면서 인터넷 건강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병원, 한의원, 자연치유세미나, OO연구소 등 지금 생각해보니 참 열심히도 다녔다. 나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겼다.
그러니 재정도 술술 샜다. OO연구소에서는 자기들이 개발한 약을 3년 정도 먹으면 완치가 된다고 했다. 솔깃했다. 그런데 한 달 치가 무려 70만원, 이것 빼고 저것 빼도 대략 50만원은 들었다. 석 달 정도 먹다가 감당이 안 되어 그만뒀다.
그러고 나니 캐나다산 건강식품에 눈길이 갔다.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과 암에도 효험이 있다는 그 약들은 다 좋은데 가격이 비쌌다. 그 약을 먹으며 몸이 좋아졌다. 그런데 내 수입으로는 감당이 안 돼 어느새 카드 값을 메우기 위해 대출을 받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안전에 대한 욕구
이 글을 쓰면서 새삼스럽게 2020년 나의 카드내역을 살펴보게 됐다. 가장 많이 보이는 내역이 각종 영양제를 판매하는 직구 사이트들과 보험료,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판매처였다.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며 이것이 좋다면 이것을 사고, 저것이 좋다면 저것을 사고… 재정이 새는 것도 모르고 대출금이 쌓이는 것만 확인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초반에는 마스크 대란을 겪었다. 지금이야 마스크 가격이 400~500원대까지도 떨어졌지만 한동안 높은 가격에도 마스크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 마스크 가격이 조금 낮아졌을 때 나중을 생각해 50장씩, 100장씩 구매한 것이 큰 서랍 두 개를 채웠다.
나의 소비 패턴을 보며 내 안에 두려움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재발에 대한 두려움, 거기에 따른 고통에 대한 두려움… 그런 것들이 내 발목을 잡고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거리게 하며 내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것이다. 하나님이 아니라, “몸은 몸의 욕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몸은 영혼이 지닌 것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그분의 말씀이 아니라, 내가 산 영양제에, 마스크에 내 안정감을 둔 것이다.

책상 위에 놓인 여러 가지 영양제들을 보며 다시금 선포한다. 나는 영원을 사는 존재이지, 몸을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이 두려움이 나를 잠식할 수 없다는 것을!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은 사람으로 생명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 경외하는 자는 족하게 지내고 재앙을 당하지 아니하느니라”(잠 19:23).†


임경희(가명) 성도•온누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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