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맞춤형 의료시대에는 ‘의사과학자’가 절실합니다

프롤로그

경운회100주년기념관인 경운회관 앞에서의 임인경 교수


아주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아주대 의과대학장•의학전문대학원장,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회장, 대한암학회 부회장,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다. 일찍부터 4차 산업시대에 발맞춰 의학계도 시대의 변화에 준비돼야 함을 깨닫고 기초과학과 임상의학을 연결시켜 주는 필수적인 인적재원인 ‘의사과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설파해왔다. 아주대를 정년퇴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일의 중요성을 알리려 했으나 뜻하지 않게 경기여고동창회인 경운회의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1908년 순종 황제의 명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관립여학교인 경기여고는 올해 112주년을 맞이했다.
아버지와 자신, 그리고 딸까지 이어진 3대째 의사집안인 임인경 교수의 시아버지는 청량리뇌병원 최신해 원장(1919~1991)이고 남편은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최홍식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다. 특히 시아버지의 부친은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인데 그는 주시경 선생의 조선어강습원에서 우리말 글 교육과, 말•글•얼 삼위일체의 언어관과 민족사상을 익히며 일생을 국어발전에 헌신한 한글학자요 한글운동가였다.


“지난 봄과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무엇보다 경운회 일로 숨 가쁜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존에 기획했던 모든 일들은 거의 무산됐고 생각지도 못한 구호활동에 뛰어들어야 했으니까요.”
경운회 회장이자 의학박사인 임인경 교수의 말이다.

임 교수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경운회는 112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경기여고동창회의 명칭이다. 경운회는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로 사회의 귀감이 되는 일들을 해왔다. 이번에도 전례 없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방역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3월 긴급 기금모금을 실시했다. 놀랍게도 단 3일 반 만에 목표치의 모금액이 거쳤고 진료에 지친 의료진들을 위한 방호복과 마스크, 고글 등 의료장비들을 서울시의사회를 통해 약 2000세트를 필요한 거점 진료소들에 전달할 수 있었다.
“경운회 기수 회장단들의 카톡방이 있는데 이곳에 글을 올렸더니 십시일반으로 마음을 모아준 회원들에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 속에 여호와 이레를 경험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지요.”
코로나 사태가 오기 전 남편(최홍식 박사. 연세대의대 명예교수)이 과거 군에서 군의관으로 있었을 때 만났던 대대장이 의료 방호복관련 일을 하게 돼 판로를 열기 위해 찾아왔던 일이 있었다.
“그분과 연결돼 경운회에서 방호복을 무사히 구할 수 있었고, 가장 힘들었던 마스크도 서울시의사회를 통해 어렵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는 정말 백방으로 알아봐도 살 수가 없었어요.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던지…. 당시엔 돈이 있다 해도 실질적 장비를 구입하는 일이 정말 힘들었던 때였거든요.”

한시름 놓고 이제 좀 쉬려나 했는데 선배로부터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용인즉 ‘지금 미국 뉴욕의 코로나 사태가 국내 상황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우리가 6.25전쟁을 겪으며 수많은 원조를 받았듯이 이제는 그것을 갚아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앞서 해냈던 일보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3주 동안 확답을 안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자꾸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 같아 끝까지 외면하지 못 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모금을 시작했죠. 결국 뉴욕과 뉴저지에 각각 방호복 2000세트와 마스크 2400개씩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앞서 해냈던 일들보다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진통을 겪어야 했다. 물품확보도 그렇지만 보내는 과정도 여의치 않았다. 갖춰야 될 각종 서류부터 통관, 엄청난 운송비까지 모든 것이 상상을 초월했다.
“무사히 현지로 물품이 도착하기까지 두 달 동안 매일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어요. 기다림의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까다로운 모든 절차까지 하나도 쉬운 게 없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 과정 속에서도 하나님의 예비한 천사들을 만나 은혜를 경험하기도 했지요. 경운회 뉴욕지부지체들의 헌신적인 섬김, 무엇보다 운송비가 물품 가격과 맞먹는 상황 속에 선뜻 한 분이 모든 비용을 지원하셨지요. 당시엔 너무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모두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은혜였네요.”

<글=이영희 편집장, 사진=스튜디오탁스 탁영한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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