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을 잃은 대신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재능

1988년 2월 1일. 어린 아들을 위해 의수에 볼펜을 끼우고 그린 첫 그림. 그는 이전까지 한 번도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 이 그림을 본 아내와 주변 지인들의 응원에 힘입어 그림을 시작하게 됐다.

그가 처음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아들 때문이었다. 의수에 볼펜을 끼워 글씨 연습을 하던 어느 날, 네 살이던 아들이 청소하는 엄마를 쫓아다니며 그림을 그려 달라고 보챘다. 그런데 아내가 “엄마 바쁘니까 아빠한테 그려달라고 해”라고 말했다.
“아들이 제게 와서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는데 표정이 ‘진짜 그려줄 수 있어? 아빠?’ 하고 묻는 것 같았어요. 팔이 없어 한 번도 제대로 안아주지 못한 아들의 부탁이라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면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어요. 뭘 그려야 할지 몰라서 동화책에 나와 있는 새 그림을 보고 따라 그렸어요. 그런데 아들과 아내의 반응이 무척 좋더라고요. 주변 지인들의 반응도 좋았어요.”
사고 후 희망의 빛을 잃어가던 때에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계기였다.
“미술 학원에 등록하러 갔는데 팔이 없는 사람을 가르쳐본 적이 없다며 거절 당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팔이 없는 저에게는 여러 색깔을 사용하는 회화는 적합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먹 하나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원광대 서예과 여태명 교수를 찾아가 무작정 가르쳐 달라고 매달렸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결국 승낙을 받아내 서예에 입문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입과 발로 그리는 구족화가의 길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 차별화된 그림을 그리고 싶어 의수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선택했다. 과정은 죽을 만큼 힘들었다. 그러나 그림 속에서 재미를 발견하고 희열을 느꼈다. 밥 먹고 자는 시간외에는 연습에만 매달렸다. 장애를 입기 전까지 그림과는 어떤 접점도 없던 그가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 이다.

서예를 시작한 지 햇수로 3년 되던 1991년 전라북도 서예대전을 시작으로 다음해 대한민국서예대전, 대한민국현대서예대전 등 15회 입선, 특선,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 번은 누드 크로키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찰나에 사람의 몸이 새로운 형상으로 꿈틀거리는 그림을 보게 된 것이지요. 새롭게 도전할 목표를 찾게 됐지요.”
크로키는 짧은 시간 안에 대상의 주된 특징을 포착해 대략의 선으로 옮겨 그리는 드로잉의 한 형태인데 연필 대신 붓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양의 먹과 서양의 크로키가 만나 수묵크로키 장르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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