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기도원’에서 드린 감격의 예배(정두언 집사/전 19대 국회의원)

법정 무죄, 인생 유죄

2014년 11월 21일. 서울 고법의 파기환송심 결과 나의 무죄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2년 반에 걸친 지루한 법정 싸움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날 나는 법원의 포토라인에 서서 이렇게 나의 심경을 피력했다.

“그동안 저를 아끼고 염려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저를 믿고 기다려주신 서대문 주민들께 감사와 함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억울하지 않냐고 물으십니다. 저는 정말이지 억울하기는커녕 모든 게 감사할 뿐입니다. 지난 2년 반의 고난을 통해 저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날 저는 너무 교만했습니다. 항상 제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을 비판하면서 솔직히 그들을 경멸하고 증오했습니다. 비록 저는 법으로는 무죄이지만 인생살이에서는 무죄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그동안 저를 고난으로 이끈 많은 분들은 제 인생의 트레이너였습니다. 그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국민들의 입장에서 반드시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하겠습니다. 하지만 경멸과 증오가 아니라 사랑으로 하겠습니다. 늘 힘들고, 어렵고, 약한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정치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 언론들은 ‘법정 무죄, 인생 유죄’라는 제목으로 나의 발언을 크게 다루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도 당연한 얘기가 마치 무슨 훌륭한 얘기처럼 회자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나는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다시 국회에 복귀한 심정을 간략하게 밝혔다.

2015년 3월 4일. 대한민국 법무부에서 무죄인 내가 감옥살이를 한 것에 대해 형사보상금 6천3백5십만원을 보내왔다. 나는 큰 아이 호희 결혼식 날 밤에 서약한 대로 이 모두를 우리 사회에서 비교적 ‘가장 낮은 자’에게 다시 보냈다(보상금은 코피노 아동 지원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재수생들을 위한 ‘패자부활장학금’으로 전액기부했다).

지금까지 밝혔듯이 나는 감옥살이를 통해 얻고 배운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수업료를 내도 시원치 않은데 보상금이라니. 시련도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인 것을. 천금보다 소중한 선물 값 치고는 너무 약소해 죄송했다. 앞으로 계속 빚을 갚는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참으로 많은 분들이 기도를 해주셨다. 물론 열 달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면회를 온 아내가 제일 많이 했을 것이다. 서울홍성교회의 담임 목사였던 이근수 목사님은 “차라리 내가 대신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며 아파하셨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목사님은 평소에 낯도 익지 않은 미천한 나를 위해 그 험한 곳까지 찾아오셔서 위로해주셨다. 김하중 대사님도 소리 없이 기도해주신다고 들었다. 정병업 목사님을 비롯한 우리 동네 목사님들도 변함없는 우정을 보여주셨다. 서경철 목사님을 비롯한 서울홍성교회 식구들의 뜨거운 중보기도가 성령님을 감화 감동시켰다고 믿는다.

국립기도원 생활의 가장 큰 수확 중의 하나는 가정의 복원(family reunion)이었다. 사실 나는 그동안 가정에서 밖으로만 맴도는 아웃사이더였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늘 골칫덩어리였고, 서먹서먹한 가장이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을 함께 하면서 우리 가족은 다시 굳게 뭉쳤다. 나는 요즘 ‛행복한 가정은 천국의 예고편’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평생을 이전처럼 살았을 거라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다.

그 외에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친구, 선·후배, 지인, 동료들이 나를 찾아주었고, 먼 발치서 응원해주었다. 국회와 지역구에서 함께 일하는 보좌진들은 나와 함께 감옥살이를 했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특히 지역구에서 가족처럼 지내는 수많은 지지자들도 나와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애환을 같이 했다.
내게 고난을 겪게 해준 사람들은 결국 내 인생의 트레이너였다. 아울러 지난 날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분들 역시 내 인생의 스승이었다. 그들에게 감사와 축복을 드린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나 때문에 고통과 상처를 받은 분들께 절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내가 멀쩡히 살아 돌아와 온전히 회복된 것이 다 이 모든 사람들의 덕이지만, 종국에는 이 대역전 드라마 전체를 쓰시고 연출하신 주님의 한없는 사랑 때문이라 믿는다. 이 엄청난 빚을 다 어찌할꼬.†

정두언 (서울홍성교회 안수집사/방송인/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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