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기도원’에서 드린 감격의 예배(정두언 집사/전 19대 국회의원)

최고수가 알려준 하나님을 만나는 길

그리고 그날 깜짝 이벤트가 있었다. 결혼 축가를 신부 아버지가 부른 것이다.
4집 음반까지 낸 중견 가수이지만, 히트곡이 하나도 없는 무명 가수. 2시간 동안 천명에 달한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기진맥진한 나는 어떻게 노래를 부르랴 싶었다. 이왕 이리된 거 모든 거 내려놓고, ‘주님, 대신 불러 주소서’ 기도한 후 노래를 시작했다. 찬송가 620장 ‘여기에 모인 우리’. 원제 ‘이 믿음 더욱 굳세라’. 그
날 부른 노래는 유튜브에 들어가 ‘정두언 결혼 축가’를 치면 바로 나온다.
그날 축가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나중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결혼식도 이렇게 감동적일 수가 있더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한 마디로 2년간의 고난을 마무리 지은 대역전의 축복 이벤트였다.

그날 밤 나는 감사함으로 벅찬 심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면서도, ‘하나님, 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예요?’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한 가지 서약을 했다.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 판결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겠다는….망설이다가 고백할 게 하나 있다. 국립기도원을 나오면서 결심한 일 중의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 중에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신 ‘최후의 심판’절이 있다. 왕의 양 옆에 양과 염소가 있는데, 양 쪽으로 분류되면 천당으로 염소 쪽으로 분류되면 지옥으로 가는 것이다. 왕이 양 쪽으로 분류된 사람에게 너는 내가 주릴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 마실 것을 주었으며, 헐벗을 때 입을 것을 주었고, 아플 때와 옥에 갇혔을 때 돌보아 주었다고 했다. 그러자 그가 “주님, 저는 주님께 그런 적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왕이 말하길, “아니다. 가장 낮은 자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다”라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가 누굴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최고수(구치소에서 사형수를 일컫는 말) 보다 더 낮은 자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그들을 돌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서신교류, 면회밖에 없었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열의가 줄어갔다. 그런데 이 일을 하다 보니 그들을 위로한다는 내가 오히려 그들로부터 위로를 받는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그들은 대개가 진심으로 나를 위해 기도해주면서, 내게 일어나는 좋은 일은 함께 기뻐했고, 궂은 일은 함께 안타까워했다. 이런 이들을 가장 낮은 자라고 생각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던 중 추석 연휴가 끝나고 평소에 교류가 없던 최고수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그는 내가 명절 선물로 보내준 책, <용서>를 읽고 편지를 썼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저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정말 개판으로 살았습니다. 비록 사형수지만 이곳에 와서 비로소 회개를 하고 참된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전혀 몰랐던 남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저는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이 제게 그대로 전해져와 며칠 밤을 울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가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의 편지를 읽으며 나도 눈물을 흘렸다. 그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영어로는 컴패션(compassion)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문득 성경 구절이 떠올라 신약을 찾아보았다. 요한일서였다. “어느 누구도 여태까지 하나님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서로 사랑하면,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거하십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 안에서 완전해질 것입니다.”(요일 4:12 쉬운성경)

순간 나는 전율을 했다. 그렇구나. 우리가 이렇게 하나님을 만나는구나 사실 그동안 나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다들 하나님을 영접한 체험을 하는데, 왜 나는 그러지 못하는가. 나는 무슨 문제가 있는가. 의심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나는 하나님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자인가. 그런데 이제 그런 의문이 풀리
는 것 같았다. 우리가 서로 진정한 사랑을 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신다지 않은가.

이 아무개는 최고수임에도 진정한 사랑을 행함으로써 하나님을 만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그와의 공감을 통해 눈물을 흘리는 순간 우리 사이에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거구나. 하나님을 영접하는 길이 그제야 자명해졌다. 할렐루야! 나는 최고수 이 아무개를 통해서 하나님 만나는 길을 배운 셈이다.

정두언 (서울홍성교회 안수집사/방송인/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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