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기도원’에서 드린 감격의 예배(정두언 집사/전 19대 국회의원)

다시 나락으로

국립기도원을 나온 다음 날, 나는 그곳에서의 마지막 밤에 받은 은혜를 계속 간직하고 싶었다. 나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했다. 이미 2심까지 유죄를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막막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하나님을 뜨겁게 찬양할 수 있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했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배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벌써 정치적으로 끝난 사람이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여기면서도, 막상 다양한 배신들과의 대면은 나의 유약함을 여지없이 확인시켜 주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나는 다시 그동안 다져온 평정심을 잃기 시작했다. 지옥 같은 감옥에서 세상으로 나왔으나, 세상이 감옥보다 더 지옥처럼 느껴졌다. 완전 도루묵. 다시 모든 의욕을 잃고 절망 상태로 빠져 들어갔다. 어떻게 쌓아 올린 마음의 평화인데 이렇게 일순간에 무너져 원위치 하다니. 정말 허망하고 한심했다.

삶의 희망이 없다 보니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식욕마저 사라지는 한편, 잠도 잘 자지 못해 심신이 쇠약해갔다. 다시 시작하는 건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감옥에 있을 때도 그렇지 않았는데, 자꾸 스스로를 포기하려고만 했다. 성경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볼 수가 없었다. 잠자리에 들면서 불면의 공포를 피하기 위해 유튜브에 있는 설교동영상을 듣다가 잠이 들곤 했다.

낮에도 마음이 어지러우면 설교동영상을 틀었다. 그러다 보니 설교동영상이 마치 우울증 치료제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김성수 목사, 김동호 목사, 박영선 목사, 이찬수 목사, 유기성 목사, 이동원 목사 등등. 그중에 주로 고난에 촛점을 맞추어 성경을 강해하는 박영선 목사의 설교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가 등 따시고 배부를 때는 제 잘난 멋에 살다가, 고난을 겪으면서 비로소 고통 중에 신을 찾게 된다는 것.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우리를 양육시킨다는 것. 고난으로부터의 탈출이 축복이 아니라, 고난 중의 낮아짐이 축복이라는 것. 감옥에 있을 때 매주 면회를 오던 명지대 김 교수가 하던 말이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두언아, 나는 요즘 너 때문에 평소 안 하던 기도를 많이 하게 돼. 이렇게 하나님을 자주 만나게 해주는 네가 너무 고맙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정두언 (서울홍성교회 안수집사/방송인/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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