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기도원’에서 드린 감격의 예배(정두언 집사/전 19대 국회의원)

은혜 속의 출소

그러다 드디어 출소 날이 왔다. 출소는 자정 12시에 한다. 그 날 하루 일과는 지금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9시 점호 이후의 일이 기억에 생생하다. 보통 저녁 식사는 5시에 일찍 먹는다. 일과 후 설거지를 하고, 몸을 씻고, TV도 본다. 채널은 선택권이 없지만 뉴스, 쇼, 드라마,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 9시에 TV가 끝나고 점호가 있다. 점호가 끝나면 이불을 깔고 책 좀 보다가 잠을 잔다. 그 날은 점호가 끝났는데도 같이 있는 동료둘이 평소대로 이불을 안 깔고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한 두 시간 후면 내가 나갈 텐데 굳이 이부자리를 펼 필요가 있겠냐 싶어서였을 것이다. 이내 상황을 파악한 나는 두 사람에게 이부자리를 펴라고 얘기했다.

내가 구치소에서 제일 좋아한(?) 시간이 바로 그 시간이었다. 이부자리를 펴고 앉거나 누워서 책을 보는 시간이, 비록 갇혀 지내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부자리를 펴고 고요함 속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9시 반 쯤 되었을까. 앞에 앉아있던 정 처장이 갑자기 한 마디 했다. “의원님, 찬송가 310장 어떻게 부르죠?” 그는 성경을 그것도 찬송가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도 310장은 내 대표 찬송가였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없는 자~” 하고 부르다가 깨달았다. 정 처장은 내가 나가고 나면 앞으로 자기가 예배를 인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앞서 얘기했듯이, 예배를 준비하다 보면 찬양이 제일 문제다. 그래서 자기 딴에 찬송가를 점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찬송가를 처음부터 펼쳐들고 할 줄 아는 노래를 같이 부르기 시작했다. 신이 나서 부르자 누워서 책을 보고 있던 김 부장도 일어나 합류했다. 우리는 야간 감옥의 정적을 깨고 본격적인 찬양대로 나섰다. 평소 같았으면 여기저기서 “잠 좀 잡시다” 하는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을 텐데, 그 날만은 아무도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었다.

정두언 (서울홍성교회 안수집사/방송인/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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