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선물인가? 우상인가?

반려동물, 선물인가? 우상인가?

신앙계 제공

어느 날 친구들 모임에 참석했는데 한 친구가 갑자기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이야기를 했다. 종일 일에 파묻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면 현관문에 나와 반갑게 맞아주는 식구는 강아지밖에 없다는 것이다.

TV를 켜면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자주 눈에 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반려동물이 함께 타는 경우가 점점 잦다. ‘반려동물’이란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짝이나 동무를 말한다. 예전엔 애완동물이라 칭했으나 1983년 오스트리아에서 개최된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 : the human-pet relationship’를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최초로 개, 고양이 등을 반려동물로 바꾸자고 제안하면서부터 이 말이 시작됐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우리나라전체 가구의 28%까지 올라왔다. 10가구당 3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건데, 인구수로 환산하면 1,400만 명이 넘는 인구이다.

해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증가하고 있는데 2018년 24%에서 2년 사이에 무려 4%포인트가 증가했다. 반려동물 중에서는 개가 압도적으로 많다. 앞에서의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반려동물 중 개가 82%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고양이가 29%를 차지했다.

사람들은 왜 반려동물을 키울까? 만만치 않은 비용 부담(월평균 양육비 14만원,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 KB경영연구소)에도 불구하고, 점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반려동물 양육자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양육 후 긍정적 변화를 물어보았는데 여기에 답이 있다.

그 결과를 보면(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조사), ‘친구/가족이 생긴 것 같다’는 응답이 52%로 가장 많았다. 반려동물을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가족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웃을 일이 많아졌다’ 35%, ‘외로움을 달래준다’ 34%로 나타났다(62p 그림 참조). 특히 외로움을 달래준다는 응답은 2019년 29%에서 2021년 34%로 5%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한국인들의 외로움이 트렌드가 될 정도로 외로움 지수들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 국민적인 정서적 어려움을 반려동물이 해결해 준다는 의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좀 더 들어가 보자. 반려동물을 포함한 몇 가지 보기를 제시하고 생활에 있어 가장 기쁨을 주는 게 무엇인지 질문했다. 뜻밖에도 반려동물이 압도적 1위로 나타났다. 즉 ‘반려동물’이 4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가족’ 25%, ‘돈’ 10%, ‘여행’ 9% 등의 순이었다. 반려동물 양육자들이 돈보다도, 심지어 가족보다도 반려동물이 가장 기쁨을 준다고 응답했다는 것은 반려동물이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우리에게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반려동물에 대해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86%), 반려동물을 통해 실제로 위로를 받고 있다(80%). 심지어 반려동물에게 마음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44%). 요즘 사회 트렌드가 개인이 점점 파편화되어 가면서 가족 간에도 서로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려동물 양육자의 절반 가까이가 자신의 마음을 반려동물에게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상으로 몇 가지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어떤 정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럼 여기서 반려동물에 대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관점에서 이해해야 하는지 질문을 하게 된다.

기독교인들은 외롭고 힘들 때 하나님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기쁨을 얻는다. 우리는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나의 위로자, 나의 기쁨’이라 고백한다. 그런데 적어도 반려동물 양육자에게는 반려동물이 하나님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신학적 고민과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 같다.

성경에 반려동물과 관련 구체적인 말씀이 있다.
“가난한 사람은 아무것도 없고 자기가 사서 기르는 작은 암양 새끼 한 마리뿐이라 그 암양 새끼는 그와 그의 자식과 함께 자라며 그가 먹는 것을 먹으며 그의 잔으로 마시며 그의 품에 누우므로 그에게는 딸처럼 되었거늘 어떤 행인이 그 부자에게 오매 부자가 자기에게 온 행인을 위하여 자기의 양과 소를 아껴 잡지 아니하고 가난한 사람의 양 새끼를 빼앗아다가 자기에게 온 사람을 위하여 잡았나이다 하니” (삼하 12:3~4).

나단 선지자가 다윗의 불륜에 대해 비유로 든 이야기이다. 여기서 동물에 대한 성경적 관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부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부정적이었다면 이런 표현을 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잠언 12장 10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의인은 자기의 가축의 생명을 돌아보나 악인의 긍휼은 잔인이니라.” 성경은 짐승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개나 고양이는 흔히 시골 마당에서 주인이 먹다 남은 음식을 개밥그릇에 주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현대 외로움의 시대에 반려동물은 애완을 넘어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는 반려, 동반자가 되었다. 특히 요즘 MZ세대들은 결혼을 포기하며, 자녀 낳는 것을 거부하는 대신 반려동물을 자신의 자녀로 생각하면서 함께 생활한다. 분명 반려동물은 외로운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러나 선을 넘어 하나님의 선물이 하나님이 되어버리면 또 다른 우상이 된다.

반려동물! 돌봐줄 의무는 있지만 마음을 빼앗겨 우상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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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근 (대표)

(주)지앤컴리서치,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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