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하는 실수

작성일2021-01-01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아이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잘하면 부모는 두 가지 실수를 하기 쉽다. 첫째는 칭찬 받아 마땅한 아이의 노력이나 생활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칭찬에 인색한 부모가 된다. ‘적어도 내 자식이면 그 정도는 당연한 거지’라는 마음으로 유보된 칭찬은 아이를 지치게 한다. 어디까지 얼마나 더 노력해야 부모에게 인정받을지 몰라서 아이는 어느 순간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
초등학교 6학년인데도 상담하는 5시간 동안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손을 곱게 모은 채 반듯하게 앉아서 자기 생각을 말했던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아이는 부부교사인 부모의 자랑거리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숙제는 물론이고, 스스로 알람을 맞추고 새벽에 일어나서 덜 끝낸 공부를 하고 학교에 가니 부모에겐 아무 걱정 없는 자랑스럽기만 한 딸이었다. 6학년이 되도록 참가한 대회마다 상을 받았고 학기가 끝날 때는 언제나 1등이었다.

문제는 6학년 초에 생겼다. 아이는 이유 없이 양호실에 가서 잠을 잤고 공부시간에 졸았다. 선생님이 깨우면 잠을 자지 않았다고 우겼다. 마침내 선생님은 엄마를 불러서 아이를 조퇴시키기에 이르렀고 조퇴로 빼먹은 수업시간이 늘자 아이는 시험 보기를 거부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는 시험을 볼 수 없다고 버텼다. 점수와 상관없으니 시험 보는 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라고 해도 아이는 막무가내였다. 수업을 듣지 않고 시험을 본다는 것은 아이에게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밤 12시까지 공부를 하는데 새벽 4시나 5시에 일어나서 덜 끝낸 공부를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무슨 공부할 것이 그렇게 많으냐고 했더니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초등학생이 너댓 시간의 잠으로 버티니 학교에서 조는 것은 당연하다.

“저는 한 번도 아이한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준 적이 없는데 애가 왜 이런 줄 모르겠어요.” 혼란스러운 표정이지만 조용한 엄마의 말을 낚아채면서 아이는 말했다. “그렇다고 엄마가 그만하라고 하거나 잘한다고 칭찬을 한 적도 없잖아.”
아이의 말투에는 날카로운 비난이 숨겨져 있었다. 공부하라는 걱정의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인정과 칭찬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겐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 부모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지 모를, 끝이 보이지 않는 고지를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일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부모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쉬면서 하라는 말로 아이를 편하게 해줘야 한다.
부모 눈에 너무 잘난 완벽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를 꾸짖지 않는 두 번째 실수를 하게 된다.
하나님의 마음을 기쁘게 했던 다윗도 자녀교육에서는 우리만큼이나 인간적인 실수를 한 것 같다. 아름답고 흠 잡을 데 없는 준수한 아들들을 키우면서 다윗은 마땅히 꾸짖어야 할 상황에서도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고 한 번도 꾸짖지 앉았다. 꾸짖지 않는 부모는 꾸짖지 않음으로 해서 자녀를 더 넓은 잘못된 길로 떠미는 교육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꾸짖음의 필요성
아무리 잘난 자식이라도 부모의 꾸짖음이 없으면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반복하면서 잘못된 행동이나 말은 더 나쁜 방향으로 깊어지고 담대해진다. 얼마나 멀리 와있는지 그 끝을 모르고 계속하면서 부모를 배신하고 형제를 죽이고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짓는 일까지도 멈추지 않게 된다.
잘난 자녀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문제지만,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자녀를 꾸짖지 않는 부모도 자녀에게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잘하고 있는 아이 앞에서 다른 아이를 무심히 칭찬하는 말을 해서 아이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실수도 한다.

딸아이와 같은 나이의 친구 딸이 호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친구를 만나고 온 날 난 무심히 말했다. “제니는 하버드에 갔대.” 딱 그 말 한 마디였다. 그 말을 하면서 ‘넌 하버드도 못 가고 뭐 한 거야?’라고 덧붙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딸은 다른 메시지로 받았다. 자기도 알고 있는 엄마 친구의 딸이 하버드에 갔다는 말은 그 아이보다 더 좋은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닌 넌 하버드에 못 가서 서운하다는 말로 들었다. 그 후로 내가 그 친구를 만나러 갈 때마다 딸아이는 나에게 예방주사를 놨다. “엄마, 괜히 제니 하버드 이야기 듣고 마음 상하지 마세요.” 친구 딸의 하버드대학교 입학은 몇 년간 아이에게 부담이 되었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다. 부모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들으면서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영향을 받게 된다. 아이 앞에서는 찬물도 마음대로 못 마신다는 옛말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다.†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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