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컨택트 시대, 교회의 공동체성은 소그룹 활동에 달려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비대면 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남을 것이다. 코로나 종식 후 공동체성 회복이 분명 한국교회의 최우선적 과제가 될텐테,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일반교회와 상이한 가정교회의 특징들, 즉 소그룹 활동, 가족개념의 확장, 소그룹 리더의 헌신 등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개교회가 헤쳐 나갈 돌파구가 있다면 그 중 하나가 "소그룹"이라 판단된다.
코로나19 시대가 전개되면서 한국교회는 전통적인 대면예배를 못 드리는 패닉에 빠졌다. 일반 국민들도 주요 사회적 주체 중 개신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개신교의 피해가 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방역 관련 개신교 일부 교회의 일탈과 정치적 행동으로 개신교의 대국민 신뢰도는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비대면예배 속에 지금도 한국교회는 불확실성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여러 목회자들과 미팅하며 교회 상황을 듣다 보면 이 어려움 속에서도 헌금이 줄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교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서 특별한 공통점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공동체성’이다. ‘아! 이런 위기의 시대에 공동체성이 강한 교회가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반교회 성도와 공동체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가정교회’1) 성도들이 각각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신앙생활과 교회생활을 하는지 비교하면 한국교회에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수개월간 연구와 준비 끝에 일반교회와 가정교회 성도를 대상으로 비교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조사는 지난 8월 20~31일에 서울/수도권 일반교회 성도 500명, 가정교회 성도 500명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모바일로 진행했고,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지앤컴리서치가 조사와 분석을 맡아 진행했다.
이번 호에서는 이 조사의 주요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자신의 신앙성장에 도움을 준 사람을 질문했는데, 일반교회 성도는 ‘출석교회 예배/사역자(목사, 전도사 등)’ 70%, ‘신앙 선배/동료’ 44%, ‘가족’ 41% 등의 순으로 꼽은 반면, 가정교회 성도는 ‘출석교회 예배/사역자’(65%)가 가장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소그룹 식구’, ‘소그룹 리더’가 각각 37%로 일반교회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를 보면, 가정교회는 가족의 개념을 소그룹으로 확장하여 교회 내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신앙유지에 도움 받는 것을 물었는데, 일반교회 성도는 ‘성경묵상과 기도’ 69%, ‘담임목사 설교’ 52% 등의 순으로 응답한 반면, 가정교회 성도는 일반교회와 마찬가지로 ‘성경묵상과 기도’가 66%로 높았지만, ‘소그룹 리더와 멤버들의 섬김과 교제’가 61%로 일반교회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소그룹’이 개인 신앙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도 두 그룹 간에 상이한 인식차이가 있는데, 일반교회 성도는 ‘주일에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68%)을 가장 높게 응답한 반면, 가정교회 성도는 ‘소그룹 멤버들을 섬기고, 그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61%)을 가장 높게 응답해 신앙생활에 있어서 소그룹 내 관계맺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1> 코로나19 상황에서 개인 신앙유지에 도움 받는 것(일반교회 vs 가정교회)
이번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소그룹 교제를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았는데, 일반교회는 ‘카톡/문자 교제’ 65%, ‘온라인 교제’ 41%, ‘전화통화’ 37% 등의 순으로 나타난 반면, 가정교회는 ‘대면모임’(68%)을 가장 높게 응답하여 비대면 문화 속에서도 소그룹 교제에 있어 ‘대면모임’ 방식을 일반교회보다 더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교회는 온라인, 메시지, 전화 등의 다양한 교제 형태의 응답률에 있어서 일반교회보다 높게 나타나 성도 간 관계맺음을 유지하는 데 있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었다.
<그림2> 코로나19 상황에서 소그룹 교제 방식(중복응답, 일반교회 vs 가정교회)
다음으로 소그룹 리더(구역장, 속장, 셀리더, 순장, 목자, 리더 등)에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했는데, 일반교회 소그룹 리더는 ‘교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리더이다’(32%)를 가장 높게 응답한 반면, 가정교회 소그룹 리더는 ‘하나님으로부터 위임 받은 리더이다’ 52%, ‘목양의 책임자’ 45%로 응답해, 두 그룹 간 리더로서 역할에 대한 인식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소그룹 리더의 자기인식은 소그룹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두 그룹 간 책임감, 사명감에 있어 차이를 보였다. 또한 소그룹 리더로서 현 사역을 계속하고 싶은지 물었는데 ‘그만 두고 싶다’는 응답이 ‘일반교회 리더’ 35%, ‘가정교회 리더’ 6%로 나타나 두 그룹 간 큰 격차를 보였다.
<그림3> 소그룹 리더 사역 계속 의향
이상의 결과를 정리하면 가정교회 소그룹은 강한 공동체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소그룹 구성원들 간의 관계는 친밀성을 넘어 관심과 격려 그리고 섬김과 돌봄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가정교회의 소그룹 교제는 과감하게 대면모임을 시도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활력있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교회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헌신된 소그룹 리더이다. 가정교회 소그룹 리더는 자신을 조직의 관리인이 아니라 하나님께 위임받은 리더로 인식한다. 따라서 그들은 목양의 책임자라는 사명감이 강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비대면 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남을 것이다. 코로나 종식 후 공동체성 회복이 분명 한국교회의 최우선적 과제가 될텐테,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일반교회와 상이한 가정교회의 특징들, 즉 소그룹 활동, 가족개념의 확장, 소그룹 리더의 헌신 등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개교회가 헤쳐 나갈 돌파구가 있다면 그 중 하나가 “소그룹”이라 판단된다. 교회들마다 소그룹 활동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새로운 사역전략 수립을 권고하고 싶다.†
1) 가정교회는 가정에서 모이는 소그룹을 하나의 교회로 보고, 소그룹 리더에게 목회자와 같은 역할을 부여하는 시스템으 로 운영된다. 구역과 같은 소그룹이 교회의 하부조직으로 구성되는 일반교회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지닌 교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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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근 (대표)
(주)지앤컴리서치,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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