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자율성 침해

우리 헌법 제31조 제4항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유’는 대학이 외부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때 그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대학의 자율성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으로써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헌재 2005헌마1047). 장혜영 의원 대표발의 ‘차별금지법안(이하 장 의원 안)’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시안(이하 인권위 안)’은 심각하게 이러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특히,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대학-신학대학원 그리고 기독교 선교를 건학이념으로 한 사립대학의 자율성이 공권력과 외부세력의 간섭으로 인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 ‘인권위 안’과 ‘장 의원 안’ 모두 ‘차별금지’에 관한 조항에 의해, 신학대학(기독교 재단 사립대학 포함)에서의 교원초빙, 신입생 선발, 학생징계 등 대학운영의 전 영역에 있어서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는 위헌적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가령, 학내 이슈가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전반)와 관련될 경우, 부적격 교원의 재임용 탈락이나 학생징계 등의 대학의 자율적 결정이 동법에 의해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강제이행금의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신학대학이나 기독교 재단의 사립대학은 교원 또는 교직원 채용에 있어서 종교적 이유로 LGBTQ 지원자를 탈락시켰을 경우, 소송과 이에 따른 법적 제재를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대학의 자율성 침해문제는 단지 신학대나 기독교 재단의 사립대에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전통 있는 여자대학에서 남성을 배제하는 입학전형이 차별이라고 주장한 사건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했다(2009헌마1189). 인권위 안과 장 의원 안은 헌법재판소의 헌법해석과도 양립하기 어렵다. 신학대학이 LGBTQ 지원자를 교단의 신학적 입장에 근거해 배제하는 것도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헌법적 보장의 측면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의 보장과도 관련된다.
두 법안 중 하나가 또는 병합되어 동일한(또는 유사한) 내용으로 차별금지법(평등법)이 입법되어 시행된다면, 여자대학이나 신학대학처럼 특수한 배경을 가진 대학들이 소송의 남용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남성 또는 (다양한 성정체성을 주장하는 자들을 포함하여) 트랜스젠더 지원자들이 동법을 근거로 소송을 통해 대학에 ‘차별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사건에서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법정에서 소명해, 대학이 승소한다고 하여도 대학이 입게 될 피해는 명백하다.

사실상, 차별금지법의 입법은 신학대나 기독교 대학에서 성경에 근거한 LGBTQ 관련 학생지도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장신대에서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몸에 두르고 채플 수업에 출석해 퍼포먼스를 벌인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무효로 만든 법원의 결정을 넘어서, (기존의 민형사상 소송에 추가하여) 학생들을 징계한 학교 당국과 보직 교수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등의 소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인권위 안’과 ‘장 의원 안’ 모두 교육내용에 대한 통제와 법적 제재를 명시하고 있어서 대학의 강의와 연구도 심각하게 그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 이 법은 ‘차별금지’라는 명분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여 획일화된 교육과 연구 환경을 강제함은 물론이고, LGBTQ와 관련한 비판을 상아탑에서 원천 봉쇄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통제와 처벌의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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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교수)

울산대학교 법학과, 엘정책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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