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완성하다

좋은 목사가 되고 싶다

말씀을 선포하는 한기채 목사

그러나 대학생으로서의 희망과 포부로 빛날 입학식 날, 한 목사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하나님께서 쓸 사람이 얼마나 없었으면 나 같이 준비 안 된 사람이라도 쓰시려고 부르셨나, 제 딴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선택했는데 입학식에 가보니 신앙 깊어 보이는 장로님들, 집사님들 자제들이 즐비한 겁니다. 제가 제일 못나보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외롭고 서글펐는데 ‘잘못 온 거 아닌가, 여기 안 왔으면 예수 잘 믿는 의사가 되었을 텐데…’ 등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그날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참을 뒤척이는데 마음속에 한 음성이 들렸다.
“좋은 목사가 되고 싶으냐?” “당연하죠.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여요.” “좋은 목사가 되려면 좋은 습관을 길러야 한다.”
즉시 침대에서 내려와 습관을 들여야 할 10가지 목록을 작성했다. 1시간 이상 기도하기, 10장 이상 성경읽기, 1구절 이상 성경구절 외우기, 영어단어 10개 이상 외우기 등. 한 목사는 그해 12월까지 꼬박 10개월간 매일 기도하고 읽고 외웠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라도 지키지 않았으면 다시 하고 체크를 했고 그래도 못 했으면 한 끼를 굶고, 네 끼까지도 굶어봤다.
“저는 그때 너무 절박해서 그렇게 했는데 학과 공부보다 이 훈련이 더 힘들었습니다. 10개월간을 하다 보니 나중에 체크하지 않아도 대충 그렇게 하게 되더군요. 한 번 불 받고 성령충만해도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한 가지라도 결심하고 습관이 될 때까지 하면 진짜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때의 결심이 저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습니다. 습관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신학대를 졸업하기 전 온 가족이 예수 믿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다. 부모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부모는 밭에 감추인 보화를 못 봤을 뿐이기 때문이다(마 13:44). 기도한 대로 신학대를 졸업하기 전에 온 가족이 예수님을 영접했고 나중에 삼형제 모두 목사가 되는 축복을 받았다.

육군 군목으로 40개월을 마치는 날 유학길에 올랐다. 이민가방 아홉 개를 싸들고 아내와 4세, 2세 된 자녀를 데리고 미국 공항에 내렸을 때 흡사 난민보다 못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은 ‘여호와 이레’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미국에 도착한 첫 주부터 한인교회에서 말씀을 전했고 이후 내쉬빌한인교회에서 담임목사로 1년 반을 섬겼다. 목회환경이 전혀 다른 미국 백인교회에서도 섬겼는데 중보기도 담당 목사로 시작해 한국어 예배를 섬기다 나중에 갈보리교회를 개척, 6년간 단독목회를 했다. 귀국해서는 1996년부터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 교수로 활동하면서 새사람선교회에서 공동목회를 하기도 했다.

교수생활을 하면서 안식년을 1년 앞둔 때였다. 중앙성결교회에서 한 목사를 칭빙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한 것이다. 1907년 설립된 중앙성결교회는 57개의 지교회를 세운 성결교단의 모교회이다.
처음에는 사양했다. 그러나 교회가 4개월을 기다려줬다. 기도원에 올라가 일주일간 금식 기도를 하는데 요한복음 21장 18절의 말씀을 주셨다.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하나님은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말씀으로 인도하신다.

“인생의 성숙과 신앙의 성숙은 차이가 있습니다. 인생은 의존적이었다가 독립하면 성숙했다고 하는데 신앙은 자기주도적이었다가 하나님 의존적인 삶으로 가는 것을 성숙했다고 말합니다. 저는 45세가 될 때까지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주님이 가라는 대로 가고, 멈추라면 멈추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했습니다.”
그날로 학교에 사표를 내고 2004년 부활절에 중앙성결교회 제21대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소명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완성하다" 리스트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