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동굴소년들을 통해 희망을 본다

믿음을 가진 사람은 어떤 상황이 와도 포기하지 않는다

앞줄 우측 끝에 있는 소년이 아둔 삼온(14세)이다. 아둔은 축구팀 생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동굴에 갇힌 13명 중 영국인 구조대원과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아둔은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컴패션의 아이이다. 교회에서 배웠던 영어가 이번 구조에 큰 도움을 준 것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태국의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13명이 동굴에 갇혔다. 태국의 무빠 축구 클럽 소속 소년들 12명과 코치는 6월 23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관광 목적으로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쏟아진 비로, 동굴 내 수로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고립되고 만 것이다.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태국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호주 등의 세계 각국의 동굴 전문가, 잠수사, 다이버, 의사 등등의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었다. 이 사람들의 헌신의 노력, 포기하지 않는 열정, 그리고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동굴 조사 및 탐험으로 동굴에 갇힌 지 17일 만에, 13명 전원이 구조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공로는 12명의 어린 아이들과 함께 있으며, 그들을 안심시키고 인도했던 축구단 코치 25세 에까폰의 리더십에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굴에서 아이들을 돌보았다. 아이 들의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육체적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돌아다니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과자를 소량으로 나눠 먹게 했다. 마셔야 할 물은 바닥의 흙탕물이 아니라, 천장에 맺힌 물을 마시게 했다. 그 덕분에 소년들은 발견될 때 건강이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


무엇보다 에까폰 코치는 아이들에게 동굴에서 죽지 않고 무사히 살아나가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으며, 희망과 의지를 심어주었다. 이러한 코치를 아이들은 믿고 따랐다. 에까폰 코치는 기독교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까폰 코치가 제자들에게 행한 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침착함, 책임감, 지혜, 긍정적 마인드, 섬김의 리더십 등이 그에 해당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타인의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이런 섬김의 모습과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다.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이론이 아니라, 행동이었다. 그래서 십자가를 지신 사랑으로 우리를 살리신 행함으로 확증하셨다. 즉 당신은 죽어도 좋다는 행동을 하신 것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핵심은 자신이 죽고 타인이 사는 것이다. 예수님의 사랑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기의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신 것이다. 그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은 생명을 살리게 된다.

내가 근무하는 영훈고에 특별한 학급이 있었다. 그 학급은 문과반이나 이과반이 아니라, 일명 ‘생활교양반’. 삶에 부적응하는 아이들, 공부에 별 뜻이 없는 아이들, 술, 담배, 폭력, 게임, 섹스 등의 세상 문화에 중독되어 있는 아이들, 욕 빼면 실어증에 걸릴 정도로 험한 아이들이 모인 학급이다.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나에게 이런 음성을 주셨다.
“이 학급을 맡아라.” 하나님의 음성이기에 순종했다. 자원해서 모인 아이들은 무려 49명.
그 때부터 우리 학급은 문제가 없는 날이 거의 없었다. 아침 8시 등교 때 오는 아이는 한 명 아니면 두 명. 아침 청소를 나 혼자 했다. 아이들은 아무 때나 왔다가 아무 때나 갔다. 점심 때 밥만 먹고 가는 아이도 있었다. 4시가 종례 시간인데, 3시 59분 30초에 와서 지각 처리해달라는 아이. 도난 사건, 폭력사건, 청소년 출입 금지에서 음주로 걸린 여학생, 남자친구하고 성관계를 갖고 단톡방에서 열 내던 아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아이들이었지만 화가 나지 않았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원인이 꼭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49명 중에 27명이 편부 편모, 또는 부모가 있어도 사랑을 못 받은 아이들, 조부모 가정 8명, 소년 가장 1명 등이었다.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 중 가장 많이 나온 것은 ‘함께하는 시간’. 아이들은 사랑을 받아야 할 때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이다. 예수님의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떠올렸고, 나는 아이들을 기도하는 가 운데 격려했다. 한 가지 이상의 은사가 꼭 있기에, 그것이 발휘되길 소망하며 인내하며 기도하며 기다렸다. 그러던 중, 아이들은 나에게 다가오고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원해서 노래방을 함께 갔다. PC방도 같이 갔다. 산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여러 훌륭한 분들을 초청해 강의도 듣게 했다.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

1년이 끝날 무렵, 우리 학급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49명 중에 20여명 이 자격증을 땄다. 8명이 전문대를 갔다. 욕이 사라지고 있었다. 학급에서 예배가 시작되었다. 6명의 아이들이 예수님처럼 살겠다는 헌신자가 나왔다. 그리고 교회만 왔다갔다 하고, 게임 중독인 줄 알았던 학생이 우리 학교 어플을 만들더니, 국민대 컴퓨터공학과에 최종 합격되었다. 그것도 7등급의 성적으로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아이가 입학할 때 장학생으로 선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변화는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도구로 살아가게 된다. 이 아이들은 인내와 소망을 배웠고,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배울 수 있었다. 살아가는 가운데 누구에게나 위기와 고난은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가에 관건이 있다.

세상을 이기게 하는 믿음


다니엘은 느부갓네살 왕에게 포로로 잡혔다. 왕이 주는 진미를 거부했다. 믿음의 결단을 한 것이다. 하나님의 간섭으로 환관장의 마음이 움직였고, 다니엘은 보호함을 받았다. 왕의 진미를 먹지 않고 채식을 하면서도 강건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바울과 실라는 감옥에 갇히는 고난이 있었지만, 찬양과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며 옥문을 여셨다. 이 과정을 통해 간수와 그의 가족, 부하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이처럼 자신에게 다가오는 고난과 어려움을 믿음으로 극복한 믿음의 선진들이 얼마나 많은가.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상황과 여건의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믿음이다.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준 은혜, 그것을 믿는 믿음은 상황과 여건을 극복하고 세상을 이기게 된다. 특히 에까폰 코치처럼 누군가를 이끄는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인 경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섬김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사명은 애굽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탈출시키라는 것이었다. 모세는 하나님의 지팡이를 들고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보이며, 백성들을 탈출시키는 리더십을 보인다. 끝없이 기도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모세의 섬김과 헌신, 그리고 믿음을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다. 느헤미야에게 임한 하나님은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라는 것이었다. 그 명령에 순종한 느헤미야를 조롱하고 비웃은 사람들이 있다. 산발랏, 도비야, 아스돗, 아라비아 사람들이었다. 특히 도비야는 성벽을 쌓으면 여우가 올라가도 무너질 것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느헤미야의 리더십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리더십이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을 모았고, 파수꾼을 두어 주야로 경비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기도하며 최선을 다했다. 하나님의 음성도 들었다. 적들을 두려워하지 말며,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라,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싸우라는 것이었다. 결국 느헤미야는 예루살렘 성벽을 쌓게 된다.

영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


한 학교에서 극기훈련을 진행했다. 학생들을 7~8명씩 조별로 묶고, 나침반을 조에 한 개씩 주었다. 그리고 조장이 리더가 되어, 정해진 산의 코스를 돌아, 정상에 다녀오는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조별로 수행하는 과정 중에 날씨가 흐려졌다. 이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와는 다른 날씨에 모든 조원들은 부리나케 정해진 곳으로 돌아왔지만, 한 조가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 조를 이끄는 조장은 갑자기 쏟아지는 빗속에서 나침반을 보았지만 확인이 어려웠다. 7명의 조원들은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길을 잘못 들었는지, 산속에서 길을 잃게 되었다. 점점 어두워지고,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는 더욱 쏟아 지고 있었다.

조장은 하나님께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신의 조원들이 다치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한 자기가 조장을 맡고 있어서 자기가 아니면 이들을 인도할 사람이 없다는 책임감도 작용했다. 하나님의 지혜를 확인한 조장 학생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이리로 다 모여. 지금부터 내 말을 다 들어야 해. 내가 조장이잖아.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말 큰일 날 수도 있어.”
빗속에서 겁에 질려 있는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장은 아이들에게 허리띠를 풀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서 묶었다. 그 원 안으로 모두를 들어가도록 했다. 이탈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말했다. “얘들아, 지금부터 모두 앉아서 노래한다. 큰 소리로 말야.”
비가 쏟아지는 컴컴한 산속에서 아이들은 소리를 질러대며 온갖 노래를 불렀다. 서늘한 날씨에 아이들은 떨고 있었다. 목소리도 잦아들어갔다. 조장은 자기의 허리띠를 풀었다. 그리고 말했다. “애들아, 노래해야 해. 지금부터 안 하는 사람은 미안하지만 내가 따로 관리할거야.”

아이들은 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리가 작아질 것 같으면 조장은 허리띠로 아이들을 후려쳤다. 산 밑의 어른들은 난리가 났다. 부모님들과 교직원들, 경찰 등 모든 어른들이 짝을 지어,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빗줄기 속에 섞여 들려왔다. 그리고 곧 아이들을 발견 했을 때, 참 놀라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덜덜 떨며 웬 끈 안에 쭈그리고 앉아 노래를 부르는 것 아닌가. 그리고 한 학생이 허리띠를 들고 내려치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 한편 조장 학생은 어디선가 희미한 불빛이 비쳐지는 것을 보고, ‘살았구나’ 생각하는 순간,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이 조장 학생의 지혜로 모든 조원들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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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믿음의 승리였다. 믿음을 가진 사람은 어떤 상황이 와도 포기하지 않는다. 또한 하나님께서 항상 자신과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믿는다. 더욱이 영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은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지혜를 구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한다. 하나님께서 결국 이 믿음을 보시고, 불가능한 상황에 서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해 내신다.

성경 속의 하나님의 사람들은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승리하며 살아왔다. 특히 어린 영혼들을 돌보는 에까폰 코치의 위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명철, 그리고 인내와 소망, 하나님을 통한 기적이 연출된다는 것을 믿고 전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관하 (목사·영훈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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