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달러의 기적을 아십니까?”

발로 뛰는 에이즈 전문가

사실 에이즈 바이러스 자체에 관심이 있었지 실제로 에이즈 걸린 사람을 보지도, 만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 에이즈 학회장을 맡아 현장에서 에이즈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만나면서 ‘고통’이 뭔지, ‘가난’이 뭔지를 보게 된다. 특별히 그의 삶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었다.
2006년 여름, 태국 방콕에서 있던 일이다.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을 상담하다 그의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설득 끝에 임신한 그의 아내도 검사를 받게 했는데 우려대로 여자는 물론 뱃속의 아기까지 감염이 된 상태였다. 그 사실만 알려주고 차마 떠날 수 없었던 조 교수.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그 부모는 태국의 의사에게 맡기고 아기 치료비는 제가 댔습니다. 아기는 어른과 달리 2년 만에 그것도 50만 원 정도면 치료가 됐습니다.
50만 원을 가지고 사람을 살린다?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논문 하나 더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가 깨닫게 됐습니다. 돈을 모아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에이즈는 이미 치료약만도 40개다. 치료를 받아도 완치는 안 되지만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되어 55년을 더 산다. 이제 에이즈는 두려운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치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 1년에 2천만 원에서 4천만 원 정도 드는데 에이즈 감염 또는 에이즈 환자 3천700만 중에 2천200만 명이 아프리카에 사니 그 돈을 감당할 수가 없다.

에이즈는 질병이 이슈가 아닌 사회적·경제적 이슈가 된 상황이다.
“에이즈가 퇴치되려면 정부, 기업인, 정치인 등이 나서야 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모든 사람들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을 타고 외국에 나갈 때 항공료에 1천원을 더 내게 됩니다. 항공사는 그렇게 모인 금액을 국제의학품구매기 구로 전달하는데 매년 200억 원을 전달합니다. 이렇게 8개국에서 5년간 2조2천억 원을 모아 이 기구는 아프리카에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도와줍니다.”

이 일을 위해 조 교수도 열심히 뛰고 있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2030년까지 에이즈 퇴치를 위해 국제기구들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에이즈를 퇴치하려면 총 73조원의 비용이 드는데 제가 어떻게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에드나 어머니가 후원해주신 15달러가 밑거름이 된 것입니다. 그 15달러가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켜 73조원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는 끝으로, 지금 혼돈과 절망 속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조언했다.
“왜 혼자 울고 있니? 너는 힘들지만 버림받은 게 아니야. 지금의 시간은 하나님께서 너를 더 큰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일 뿐이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말씀처럼 우리는 붙어있기만 하면 돼. 하나님을 붙잡고 의지하고 가면 고난이 축복이 된다. 나중에 그 고난이 너의 자랑이 될 거야.”

조 교수가 온 삶으로 그것을 증거하고 있다.
<글=최선미 기자, 사진=탁영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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