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저 이 마담이에요.’
작성일2016-07-22
중년의 한 여인이 음료수와 커피를 들고 밭으로 향했다. 그녀는 일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하루 종일 마실 것을 나누어주었다.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다른 밭으로 가는 길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나님, 제가 마담입니까? 맨날 커피나 배달하고 다니게요!”
“그래 너 마담이다. 다방의 마담들은 술을 팔지만 너는 복음을 파는 복음마담이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주님, 그렇다면 기꺼이 마담을 하겠습니다!”
이현옥 목사는 노인에게 음료를 건내 주며 말했다.
“저 이 마담이에요. 어르신!”
시원한 바람 한 자락이 이 마담의 땀을 식혀주며 지나간다.
“이곳에서 4.5km 떨어진 곳에 도덕교회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목회를 하면서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청라리가 세종시 행정구역에 속하게 되자 이곳에 사는 노인들이 복지센터에 나오지 못하게 된 겁니다.
어르신들은 자기들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간청했으나 저희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죠. 세종시 쪽에 사무실을 구하려면 임대료가 너무 비싸거든요.”
이삼희, 이현옥 목사 부부는 방법을 찾던 중에 청라리에 버려진 교회 건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본 목적대로 노인복지센터로 쓰려고 했으나 기도하던 중 교회 건물은 교회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8월이었다.
이 목사 내외는 그곳에 하늘소망교회를 세웠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이장에게 선물도 보냈는데 무슨 일인지 반환되어 돌아왔다. 그들이 알지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다.
“이 교회가 버려진 이유가 있었어요. 미처 몰랐던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오기 전에 목회자와 교인들 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거예요.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돈 문제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교회 앞에서 시위도 했고 플래카드를 도로변에 붙이기도 했어요. 한 마디로 이 교회는 마을사람들의 지탄과 경멸의 대상이었던 겁니다.”
이 목사 내외는 울며 엎드렸다.
“주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희가 도대체 어떻게 해나가야 합니까! 어떻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교회에서, 주님의 몸 된 교회에서 싸움이 날 수 있단 말입니까. 어찌하여 이렇게 무너져 버려야 한단 말입니까!”
이삼희 목사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식사도 잘 하지 못했고 이자 문제와 물질적 어려움으로 인해 큰 고통을 받았다. 이현옥 목사는 남편을 위로하며 말했다.
“목사님, 저희가 처음에 다짐한 것 기억나나요? 3년간 아무도 오지 않는다 해도, 단 한 명도 없을지라도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로 이곳에 남자고 했잖아요. 그 약속을 지킵시다. 하나님의 교회잖아요. 교회가 안 되도 우리 책임 아닙니다. 하나님의 것이니 결과도 하나님의 책임입니다.”
“고맙소, 다시 일어나겠소.”
이삼희 목사는 활력을 되찾고 다시 일어나서 노인들을 섬기기 시작했다. 시청에 등록하여 어르신 일자리 사업을 시작했고, 마을 주민 90명의 노인들에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공했다. 그리고 노인대학에서 복음을 전했으며 영접기도로 이끌었다. 예수님을 영접한 후에는 하늘소망교회가 아닌 노인의 집에서 가까운 교회로 인도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80세 할머니 한 분이 교회를 찾아와서 예배를 드렸다. 그다음 주에는 90세의 할머니 한 분이 교회를 찾아오셨다. 이 목사 내외는 그로 인해 큰 위로와 힘을 얻게 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60세 ‘청년’ 한 명도 출석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교회가 다시 좋은 이미지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목사 부부는 노인들에게 잘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목사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직접 찾아가 교회에 한번 나와 보시라고 권유하면 거절하지 못했다.
“늦은 밤이었어요. 한 자매가 맨발로 집을 뛰쳐나와서 교회를 찾아왔어요. 그 자매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자주 했고 집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어려웠어요. 그날 밤도 신용불량자에 백수인 남편과 싸우다가 견디지 못하고 도망 나와버린 겁니다.”
젊은 자매인지라 이삼희 목사는 아내에게 돌봐줄 것을 부탁했다.
이현옥 목사는 밤이 새도록 자매를 위로하고 복음을 전했다.
“우리 인생은 하나님이 주관하십니다. 자매님의 삶을 맡겨보세요. 우리를 이끌어주실 거예요.”
이 목사는 자매가 쉴 수 있도록 이부자리를 봐주고 나왔다.
다음날 자매가 있던 자리에는 편지가 놓여있었다.
- 다시 희망을 가지고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
“그때부터 그 자매는 저희 교회 최고의 전도자가 되었습니다. 직접 보온병에 차를 준비하여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예수님을 전했죠. 그야말로 교회가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 자매는 남편과 이혼하면 신용불량자로 살지 않아도 되고 더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남편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전도했죠.
또 자기가 직접 일을 하며 집안을 꾸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개척 교회를 세우고 이렇게 이어갈 수 있는 노하우가 있나요?”
기자의 질문에 이 목사 내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이 노하우입니다. 저희는 그 영혼들을 생각하면 눈물만 났어요. 저 영혼이 하나님을 만나야 하는데 나에게는 능력이 없으니 답답해서 눈물만 났어요. 그 통로가 되어주고 싶은데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없잖아요. 일을 하든 무엇을 하든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기도한 그대로 하나님이 응답해 주시는 겁니다. 길을 가면서도, 운전을 하면서도 기도했어요. 하나님 나 이거 해주고 싶어요, 저것도 해주고 싶어요, 이렇게도 해주고 싶고 저렇게도 해주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그런데 그 말 그대로 되는 거예요.”
어느 날 센터에서 일하던 자매가 물었다.
“목사님, 또 하나님한테 뭐라고 했어요?”
“네?”
“어제 그 문제 해결됐어요.”
끝으로 이 목사 내외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해 젊은이 목회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연세 많으신 분들은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 분들이 예수님을 모르고 돌아가시면 어떡합니까. 얼마나 급한지 몰라요. 비록 노인들만 있는 시골에서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꿈꿀 수 없고 소망이 없지만, 이곳에서 인내함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저 영혼들 때문입니다. 사람의 생각과 계산은 중요하지 않아요.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우리에게 이곳을 맡기셨는지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평가와 사람들의 눈이 아닌 영혼을 사랑하는 진심으로, 또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하나님이 보실 때 옳고 합당하다면 그 길로 가야 합니다. 목회자가 두려워할 것은 하나님의 평가밖에 없습니다. 한편, 내 생각이 옳아도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손해를 볼 줄도 알아야 합니다. 부흥을 하든 부흥하지 못하든 이곳은 하나님의 교회입니다. 지역과 환경으로 인해 자립하지 못한다 해도, 이곳은 하나님의 교회입니다.”
기자가 물었다.
“힘들지 않나요?”
“기쁘고 재밌습니다"
이삼희 목사
침례신학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이삼희 목사는 사우스웨스턴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이현옥 목사와 함께 도덕교회와 하늘소망교회를 섬기고 있다.
【후원계좌】
351-0535-0487-83 농협/이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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