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에 공명하고 이웃과 어울리는 교회
작성일2016-02-24
경기도 부천시, 시내에서 벗어난 언덕 위에 어.울림교회가 위치하고 있었다. 교회에는 강대상이나 의자가 없었고, 다만 작은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예배를 드리나요?”
“네, 주중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작은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주일에는 십여 명이 모여서 예배를 드립니다.”
벽에 둘러진 서가 사이로 작은 테이블 몇 개가 있었고 한 켠에는 커피머신이 마련되어 있었다.
“기성 교회에서는 제가 바라는 이상을 추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기존 목회의 패러다임과 다른 목회를 추구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이러한 개척 교회입니다. 청빙목사는 될 수가 없지요.”
“목사님께서 추구하시는 다른 패러다임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개인 구원의 영역에 함몰되어 있는 작금의 현실입니다. 구원 이후의 삶이 ‘잘 사는 것’에만 치중되어 있는 현실을 보며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광야의 삶을 살아가는 인생 여정 속에서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를 누리며 그분의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목회자가 인도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관리’하기 바쁜 목회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남태일 목사는 소위 잘나가는 학원 강사였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신학을 공부한 후 사역을 시작하였지만 그는 교회와 학원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며 당시 느꼈던 어려운 심경을 토로하였다.
“수와 양적인 부분에 치중하고 영혼사랑보다 물량과 외형에 치중한다면 과연 그것이 온전한 하나님의 일이 될 수 있을까요? 학생을 많이 유치하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학원을 유지하려는 생태계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되면서 저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었어요. 바른 길이 무엇인지 찾게 된 거죠.”
“목사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른 길은 무엇인가요?”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가는 것이 바른 길이라 생각합니다.”
남태일 목사는 개척멤버인 작은 기도모임 그룹에서 모인 헌금에 자신의 퇴직금을 보태어 어렵사리 작은 공간을 마련하였다. 작은 주택 2층에 위치한 교회 입구에는 ‘언덕 위 광장’이라는 도서관 명패가 붙어있었다.
“언덕 위 광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언덕 앞과 뒤쪽은 번화가인 반면에 여기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입니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며 마을 공동체를 이루어가자는 뜻입니다. 이 광장에서는 누구나 소통하고, 마음이 모이며, 사건과 삶이 모이는 곳이 됩니다.”
“어.울림교회라는 이름이 좀 특이한데요. 어 뒤에 마침표가 왜 찍혀있는 것인가요?”
“어.울림에서 어는 감탄사(어!)입니다. 그래서 점이 찍힌 것이죠. 하나님으로 인해 어! 하고 감동, 감탄하면서 가슴 깊이 울리는 그 울림에 함께 공명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함께 공명하게 된 하나님의 백성이 같이 어울리며 한 가족이 된다는 의미죠.”
남태일 목사는 자비량 사역자다. 아르바이트로 학원 강사를 하며 필요한 재정을 충당하고 있었다. 남 목사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앵벌이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부수입이 생기면 삼삼사법칙에 따라 사용합니다. 3은 교회에, 3은 제 생활에, 4는 기부를 합니다. 저는 가끔이런 생각을 합니다. 돈을 많이 벌면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한분으로 충분하다는 고백이 있 어야 합니다. 현실을 초월하는 신앙이 우리 기독교 정신입니다.”
그는 교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단순히 전도용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됨을 피력했다.
“누군가 말하더군요. 도서관이 교회 성장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요. 아닙니다! 전혀 그런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 없습니다. 도서관이든 카페든 그 목적 그대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주민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돼요. 작은 도서관은 지역 섬김에 공헌할 뿐이지 그것이 교회로 인도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언덕 위에 있지만 낮은 곳에 함께하는 교회 같습니다. 목사님의 비전도 소개해주세요.”
“제 비전은 이 도서관과 교회가 지역의 소중한 사랑방이 되는 겁니다.바른 가치를 지향하고 그러한 삶을 이룩하는 하나님의 백성, 그에 걸맞는 삶을 살아가는 겁니다. 꾸준히 성경적 가치를 이루는데 힘쓰는 것이죠. ‘거름’의 역할을 감당하는, 흩어지기 위해 모이는 교회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여러 세대를 모두 아우르며 감당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른 세대는 그 세대에 맞는 목자가 그들을 섬길 것입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함께 하고 , 함께 늙고, 함께 하나님께 가는 것이 제 꿈과 비전입니다.”“주중에 언덕 위 광장에서 진행하는 특별한 활동들이 있나요?”
“아빠와 꿈을 찍는 사진관 프로그램이 있어요. ‘아꿈사’라고 하는데요.
퇴근한 아빠와 자녀가 함께 사진을 찍고 밥을 먹는 활동입니다. 아이의 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짜장면을 시켜 먹기도 해요. 그러한 활동에 함께 하며 모이게 된 지역 아빠들이 서로 알게 되고, 인사도 한번하지 않았던 이웃이 친구 관계로 발전하면서 교류하게 됩니다. 그렇게 지역 마을이 공동체화 되어가는 것이죠. 한편, 어머니들과는 책을 읽는 모임을 가집니다. 언덕 위 광장 도서관에 모여서 교육관련 책부터 인문서적들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아주 반응이 좋습니다.”
남 목사는 미자립 교회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교회 숫자가 많다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다양한 하나님의 마음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모인 예쁜 밭인거죠. 문제는 모든 교회가 같은 모습을 지향하며 한 방향으로만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많아서 문제가 아닙니다. 비록 작은 교회들이 많지만, 하나로 연합하고 다양한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한다면 그것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교회가 되어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태일 목사
총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남태일목사는 ‘하나님 한분으로 충분하다’는 믿음의 고백과 ‘복음 안에서 더불어 우리 함께’라는 실천적 삶을 위해 어.울림교회를 개척하였다. 교회 공간을 쉼과 삶을 나누며 바른 가치를 만들어 가는 작은 도서관(언덕 위 광장)으로 지역에 오픈하여 지키고 있는 광장지기이기도 하다.
【후원계좌】
233002-04-277325 국민/남태일(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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