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단 트렌드 전망

작성일2021-01-06

2021년 새해, 나는 아버지(고 탁명환 소장)가 별세하신 그 나이가 되었다. 매일 아침 바라보는 사진 속 그분과 같은 나이가 된 것이다. 선친의 이목구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분과 동년배라는 사실이 전혀 믿겨지지 않는다. 코로나 세상도 낯설지만 올해부터 아버지가 살아보지 못했던 날들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생소한 기분이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서, 이단 문제 역시 불확실성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는 이단 문제의 새로운 변곡점이었다. 코로나 환경의 불안정과 신천지의 사회적 노출은 이단 트렌드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향후 예상되는 첫 번째 이단 트렌드는 ‘온라인’이다. 1970년대 저명한 종교사회학자인 베인브리지와 스탁은, 코로나 이전 신흥종교운동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직접적 참여보다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들로 구성된 오디언스컬트, 둘째 필요할 때만 모임에 참여하는 클라이언트컬트, 셋째 동일한 영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조직적이며 정기적으로 회동하는 컬트무브먼트이다. 한국 이단들은 마지막 유형이 다수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이단들은 전통적 유형들을 뛰어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장소’와 ‘연령’을 초월해 미혹하는가 하면,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 곳곳에 미혹의 덫을 치고 방문자들을 기다린다. 더욱이 대중은 이제 스스로 손품을 팔아 이단 사이비 콘텐츠들을 찾아 기웃거린다. 현재의 비대면 거리두기 상황은 이단들에게 결코 악조건이 아니다. 올해는 온라인 환경을 적극 활용하는 이단들의 포교와 교육, 통제가 더 광폭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업그레이드’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종교연구소는 코로나 이전 신흥종교운동들의 성공 요인에 대해 신격화된 교주의 존재, 새로운 교리의 제시, 세력 형성, 거점 확보 등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조건들은 6·25전쟁과 함께 본격적으로 발흥해 정착한 한국 이단들의 특징들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이단들은 이러한 전통적인 조건을 빠르게 업그레이드했다. 우선 교주의 신격화를 노골적으로 주장하지 않지만, 실제로 모든 권력과 부가 교주에게 집중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성경 내용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최신 심리상담기법이나 교육시스템 등을 적용해 미혹한다. 대규모 대면 집회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무특정 다수에게 광범위하게 접근한다. 오프라인 거점 확보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위장과 거짓말이 쉽고, 시공간 제한도 받지 않는 사물인터넷 세상이 이들의 거점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트렌드는 ‘벤치마킹’이다. 신흥종교연구가 고 이강오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신흥종교운동은 서양과 유사한 창교(創敎)형 개조형 분파형도 있지만, 한국만의 차별화된 조합형과 기업형도 있다. 조합형은 신흥종교운동들이 서로를 벤치마킹하며 혼합주의적 성격을 갖게 된다는 것이고, 기업형은 종교적 목적보다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착취를 자행하는 사이비적 특징이 있다.

코로나 이후 이단들의 경우 조합형과 기업형의 특징들이 치밀하게 결합한 모습을 보여준다. 온라인 세상에서 이단 사이비들은 실시간으로 범죄적 노하우를 서로 벤치마킹하는 한편, 사회의 폐쇄적 사각지대에 숨어 타인의 돈과 성, 삶을 교묘하게 착취하는 역기능적 행태들을 지속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멈추지 않는 2021년 새해, 교회와 목사의 탈을 쓰고 비윤리적,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시사고발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이단 사이비 집단들의 모습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다. 또 이들의 엽기적 행태에 둔감해지는 교회와 사회의 무관심도 지치게 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72556&code=23111413&sid1=mco

탁지일 (교수)

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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