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볼링 치는 교회

작성일2022-04-21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은 코로나로 움츠렸던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해 ‘함께 볼링 치는 교회’가 되자고 말한다. 사회학자 로버트 D 퍼트넘은 명저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에서 볼링 같은 소소한 취향을 공유하는 일이 공동체를 소생시킨다고 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거룩한 날(holy day)과 금기일(the tabooed day) 그리고 장날(market day) 등을 일컬어서 휴일(holiday)이라고 한다. 거룩한 날과 금기일은 종교와 관련해서 쉬는 날이다. 일을 하지 않는다. 금기일에는 일상적인 활동까지도 멈춘다. 성탄절은 거룩한 날이고 유월절은 금기일다. 장날(market day)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상거래를 한다. 장터에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면서 고립에서 벗어난다.

영국은 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일요일 상거래를 금지했고(1667년 일요일준수법).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했다(1551년 영국통일법). 1781년부터는 일요일에 입장료를 받는 공공오락을 전면 금지했다. 성도들의 즐거운 결속(bonding)과 장날의 사회적 연계(bridging)를 박탈했다. 이때부터 주일은 결속 없는 거룩한 날이자 집에 가만히 있는 금기일이 된다. 즐거운 결속과 장날의 연계를 박탈함으로써 노동자들을 교회로 불러들이려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교회를 떠나기 시작한다. 펍(pub)에서는 곰 때리기·투계·도박 등 잔인하고 야만적인 여가활동을 제공했다. 여가를 빼앗긴 노동자들은 펍으로 달려간다.

자본가들이 여가를 상업화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교회를 떠난 것이 아니다. 노동자를 신실한 신앙인으로 양육하고자 했던 교회가 노동자를 교회 밖으로 내쫓은 것이다. 교회를 등진 노동자들을 보면서 뒤늦게 여가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19세기 중반부터 합리적 레크리에이션 운동(rational recreation movement)과 클럽운동(social club movement)을 전개한다. 여가의 상업화에서 오는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서 배전의 노력을 경주했다. 공원과 놀이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일요일에는 닫도록 했다.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없는 날은 열려있고 이용할 수 있는 날은 닫혀있다.

결국 경쟁과 지겨움에 지친 도시인들은 비싼 값을 치르고 전문가들이 만든 놀이 공간으로 간다. 영화관·쇼핑몰·피시방 등 전문화된 여가 공간으로 간다. 여가 시간과 여가 공간에서 누려야 할 결속과 연계는 나홀로 소비로 대체된다. 소비사회는 세속화를 재촉하면서 교회는 또다시 텅텅 빈다.

우리는 어떨까. 1885년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두 선교사가 나란히 제물포에 발을 딛는다. 곧장 한양으로 들어가서 교회를 세운다. 1907년부터 1909년까지 모화관에 사는 조선인 64명이 새문안교회에 입교한다. 신입 교인 중 31%를 한 동네에서 차지한다. 가장 많은 숫자다. 모화관은 독립협회와 독립문이 있는 곳이다. 부흥신앙과 국권수호 열망은 교회에서 불타올랐다. 1910년대 10년 동안 개신교 신자는 14만 명 늘어나서 292% 성장한다. 비율적으로 가장 크게 부흥한 10년이다.

한국 사회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전환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는 새벽종을 울리며 축복을 간구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새벽부터 통행금지 전까지 가장 열심히 일했다. 1970년대에 266% 성장한다. 성도는 365만명 늘어났다. 수적으로 가장 크게 부흥한 10년이다.

성장은 거기까지다. 1995년 87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기 시작했다. 2005년 14만명 감소한 862만명을 기록했다. 일제로부터 가혹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성장했던 한국교회가 역사상 최초로 1.7%포인트 감소했다. 그해 종교단체에서 문화부에 제출한 종교인구는 7150만 명으로 대한민국 인구보다 많았다. 2015년 기적이 일어났다. 개신교가 967만 명으로 대한민국 1등 종교로 올라선다.

과연 감소에서 성장으로 전환된 것일까. 2011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인 수는 285만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239만명으로 줄었다. 합동은 2011년 299만명에서 2020년 238만명으로 줄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인 수도 2011년 154만명에서 2020년 121만명으로 줄었다. 세 교단만 합산해도 139만 명이나 줄었다. 더 이상 성장은 없다.

대안은 없는 것일까. 미국교회는 세 차례 크게 성장했다. 1730~1760년 부흥회를 통해 급속하게 성장하고, 1800~1870년 순회 목사들의 헌신적인 교회설립 운동으로 성장하고, 19세기 말 브라스밴드 행진과 할렐루야 아가씨가 보수적인 신앙과 진보적인 사회운동을 혼합함으로써 성장했다.

이후 급전직하 떨어진다. 그런데 복음주의 교회와 근본주의 교회들은 예외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불신자에 대한 관용, 초교파 빈곤퇴치 등 혁신 운동은 교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더 자주 모이고 더 많이 사회봉사를 했다. 서로 다른 교우들끼리 여가활동을 공유하면서 신앙결속을 다진다(bonding). 진보적인 사회봉사로 흑인과 백인을 연결한다(bridging). 반면에 주류 교회는 봉사활동이나 대외활동을 줄여나갔다. 백인들끼리만 모여서 정치와 종교를 철저하게 분리했다.

영국교회의 합리적 레크리에이션 운동 실패와 미국교회의 결속과 연계를 통한 부흥은 한국교회에 구체적인 메시지를 던져준다. 서로 다른 교인들이 함께 볼링을 치게 하라! 바깥세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라! <끝>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41305&code=23111412&sid1=mco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

전 서울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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