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사회, 어떻게 할 것인가

폭력을 사랑의 에너지로 전환하라

필자는 S시의 모 기관에서 가정 폭력 행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 상담 진행자다. 봄과 가을에 각각 9주씩 진행하는데 햇수로 10년이 넘었다. 가정 폭력 가해자가 되면 개별상담과 집단상담 등 40시간의 의무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대부분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수동적으로 참여한다. 그래도 횟수가 거듭되면 그들의 태도는 급속도로 달라져 마칠 때쯤이면 교주를 대하는 광신자 수준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법률상으론 가해자로 와 있지만 관계상으론 피해자가 되어 와 있기 때문에 속마음은 분하고 억울하다. 그런 마음을 충분히 수용해주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내용들 다뤄주기 때문이다. 우 리는 너나 할 것 없이 ‘관계’에 관한 한 너무 무지하다. 그 무지의 대표가 폭력이다.

국가에서도 적극 대처하고 있는 가정 폭력


가정 폭력(domestic violence, 家庭暴力)에 대한 백과사전의 정의는 ‘가정 서 부부나 부모 자식 등 가족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행위’로 되어 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발생되는 것으로 더 큰 상처를 남기고 치유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요즘은 가정 폭력이라고 해서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최근 우리나라의 가정 폭력 통계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만1천908건이던 가정폭력 건수는 2016년에 1 만3천995건, 2017년 1만4천707건으로 해마다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여성, 자녀, 노인들로 약자들이다. 이들 중에는 폭력 발생의 원인을 자신으로 돌리며 수치심과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국가에서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가정 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피해자보호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정 폭력 피해자 치료비 지원제도란 가정 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제정된 것으로써, 가정 폭력 피해자에게 신체적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적 치료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지칭 하는데 네 가지의 지원이 있다(자세한 사항 문의 및 상담은 국번 없이 129번 에서 확인 가능).

첫째, 경제적 지원인데 소득 및 기타 상황에 따라 300만원 이내의 경제적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둘째, 숙소지원이다. 가정 폭력 범죄의 대부분은 가해 자와 피해자가 함께 거주하고 있어, 피해자들은 당장 조사가 끝난 후에도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하기 때문에 가정 폭력 피해를 당하더라도 신고를 꺼리게 되고, 또한 신고 후에 보복성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다수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고 가해자와 분리된 생활을 원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5일 이내의 숙박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분리된 숙소를 원하는 피해자들을 위하여 사건담당경찰관이 1366센터와 연계하여 최대 2년 동안 보호시설에서 생활할 수도 있게 한다. 셋째, 심리 및 법률 상담 지원이다. 가정 폭력 전담 경찰관은 피해자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다방면으로 상담이 가능하고, 여성 긴급 전화 1366과 연계하여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더불어 대한법률구조공단, 한 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무료법률지원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피해자의 청구에 의해서 ‘자녀면접교섭권’ 제한이 가능하고, 아동의 경우 재입학 등의 ‘취학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가정 폭력 피해자의 이혼 시 법원의 부부상담권고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거부할 수 있으며, 가정 폭력 피해자가 이사한 경우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주소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주민등록열람제한도 가능하다. 거기에 가정 폭력 피해자와 자녀가 장기적 거주지를 원할 경우 입주심사를 거쳐 ‘임대주택 거주’까지 지원된다. 국가에서 이렇게까지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하는 이유는 피해자들도 감추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데 있다. 경찰청에서는 가정폭력 자가진단표를 구성해서 제공하고 있다. (하단 그림)

폭력의 심리적 이유


폭력의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은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겠지만 필자가 상담 현장에서 본 경험에 의하면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기 통제력의 문제로서 심리적으로 어리기 때문이다. 자기 통제력과 연관된 감정은 분노다. 화 자체는 인간에게 자기보호기능과 추진의 힘을 실어 두는 꼭 필요한 감정이므로 꼭 필요하다. 다만 화가 날 때는 화를 참아내면서 화가 정당한지를 되물어보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심리적으로 어린 사람은 그 과정이 없을 뿐 아니라 분노의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 이 사례의 대표적 사례는 가인의 경우다. 가인은 자신의 제사가 열납 되지 않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동생 탓이라고 돌리고 결국 존속살인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화가 나는 감정과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고 아벨에게 묻거나 하나님께 물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더라면 그렇게 분노할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심리적 미숙아였던 가인은 자기라는 세계에 갇혀 분노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다. 필자의 상담 사례 중에는 배우자나 가족에 대한 분노의 이유가 과연 정당 한지를 되묻는 진지한 물음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함으로써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많다.

두 번째, 열등감에 의한 것이다. 몇 해 전, 자정이 넘은 시각에 한 내담자의 황급한 전화를 받았다. 오랫동안 부부상담 진행해오던 아내분이 보내온 S.O.S 메시지였다. 남편의 폭력으로 급히 집을 나오긴 했는데 어떻게 대처할 지를 묻는 전화였다. 우선은 필자의 집으로 오라고 했고 함께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끊었다. 구타에 의한 상해일 경우 가해자는 법적 제재를 받게 되어 있다. 폭력의 피해자가 이런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이혼이나 별거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한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녀의 남편은 아주 유순하고 착해 일명 법 없이도 사는 남자다. 교회생활도 성실히 하는 남자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술을 마시는 빈도수가 많았고 술만 먹으면 아내에게 거친 언행을 일삼곤 했었다. 명문대를 나오고 대기업에 입사해서 실력을 인정받는 남자였음에도 그가 가장 힘겨워 하는 것은 사람을 대하는 일이었다. 조그만 갈등상황도 견디지 못했다. 그런 사람은 거절을 못해 예스맨이나 과잉친절로 사람을 대한다. 그래서 자신의 일 뿐 아니라 남의 일까지 도맡아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은 또 다른 분노의 이 유가 될 수 있다. 몇 년 못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이곳저곳 회사를 전전했 지만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번번이 사직서를 냈다. 개인사업을 한다고 몇 번 시도 했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늘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 과정에서 잦은 음주와 그에 따른 폭력 문제가 계속 발생되었다. 그러다 그의 음주와 폭력 문제가 정리된 것은 직업의 전환이 있은 후였다. 남편의 성향 자체를 바꾸려 말고 그 성향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했고 결국 고민 끝에 노인재가복지센터를 운영하게 되었다. 기본적 성품이 따뜻한 사람이라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몸에 배어 있으니 노인들이 그를 좋아했다.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일을 찾았다며 행복해했고 그를 통해 경제적인 안정과 자신의 효용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폭력의 뿌리는 낮은 자존감, 즉 열등감에 있었던 것이다.

폭력의 해결은 사랑


폭력의 해결은 사랑이다. 사랑이란 주고받는 것을 말 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주는 행위를 말한다. 그래서 받을 것을 전제로 하는 사랑은 사랑이라기보다 거래에 가깝다. 신비롭게도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을 주고 난 후에는 자기 속에서 또 다른 사랑의 에너지가 자동 생성되게 되어 있다. 일종의 자가발전기능이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받지 않아도 새롭게 생성되는 사랑의 에너지를 충분히 누릴 수 있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가정과 교회는 그런 사랑을 실천하라고 만들어주신 기관이다.†


이병준 (목사)

상담학 박사, 통&톡 하이터치 커뮤니케이션즈 대표,<남편&아내사용설명서>,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니들이 결혼을 알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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