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원 창립50주년을 기념하며 “희년을 노래하라 감사를 노래하라"

신학의 실험실 예수원

예수원 가족들과 방문자들은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라는 표어 아래 노동의 시간을 가진다.

신학의 실험실을 말하려면 지면이 모자를 듯합니다. 성경의 내용을 이론으로만 알지 말고 실제 삶에(생활에) 적용시켜보고 그 결과를 갖고 말해보자라는 취지입니다. 50년 동안 후원 요청을 하지 않고 하나님께만 아뢰는 방식에 대해서, 경제문제에 대해서,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예수원 대안 학교와 교육에 대해서도, 호칭 문제에 관한 것도, 직분의 자격조건에 대해서, 안식년 적용, 탕감(면제)문제와 회의 원칙이나 태도, 권면에 대해서… 나눌 것이 많습니다만 이 모든 실험이 다 성공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부분도 있을 테지만 시도(실험)자체가 귀한 것도 있습니다. 또 우리보다 앞서 여러 교회와 성도들의 귀중한 실험 결과의 삶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름 우리의 경험을 나누는 것도 유익할 것 같습니다.
예수원 설립자는 오래 전 “성경에는 평신도라는 동물이 없습니다”라고 하였고 또 “성경에는 평신도라는 물건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이 모두의 아버지 되심과 사람이 서로 형제 됨의 선언은 주님 말씀입니다(마 23:8~12참조).

오래 전 예수원에서 호칭 문제를 논의 할 때 아무런 결론이 나지 못하고 회의가 겉돌자 설립자는 말하기를 “내가 여러분에게 서양 따라가자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선생이라, 아버지라, 지도자라 하지 말라고 하셨으며 너희는 다 형제라고 하셨으니 형제자매로 부르도록 합시다”라고 결론 지으셨고 그 다음날부터 손수 한글로 아처 형제라고 쓴(대천덕 신부님의 영어 이름은 루벤 아처 토레이) 큰 명찰을 달고 다니셨습니다.

얼마 뒤 서울 어느 교회의 강의 요청이 있어 예수원에서 태백으로 비포장 길을 트럭으로 모시고 나가며 습관대로 “신부님, 오늘 서울 가시면 언제 돌아오십니까?” 하고 물으니 아무 대답도 안하시고 윗옷 명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용기를 내어 “아, 아처 형제님 오늘 가시면 언제 오십니까?” 하고 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형제자매 호칭이 누구나 자연스럽지만 그 이전에는 신부님, 원장님, 아버지라고 내용 없이 높여 부르는 것에만 익숙해져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렇듯 비교적 간단한 문제 같지만 성경에 따라 우리의 삶에 정착시키기엔 많은 시간과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또한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가난은 그 자체가 미덕은 아닙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가난한 사람들은 내일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보장도 없이 모든 것이 주어질 것이라는 기쁜 자신감 속에서 생활하는 것을 배웁니다. 가난의 정신은 가난에 찌든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창조의 소박한 아름다움 속에 놓아두는 것을 뜻합니다. 가난의 정신은 하루하루를 오늘의 기쁨 속에 살아가는 것입니다. 세상의 온갖 좋은 것을 나누어 주시는 데 하나님의 너그러우심이 있다면 사람의 덕은 자신이 받은 것을 내어주는 데 있습니다.”-<예수원 공동체 원칙과 습관 ‘단체재정’> 중에서-

라는 설립자이신 대천덕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이러한 기본 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탐욕의 우상숭배가 사람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는 물질적 부요가 목표가 되고 생활이 되고 자신의 삶에 근거가 되는 때입니다. 그러나 주님이 원하시는 가난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눅 6:20)라는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주님께서는 우리 예수원을 가난으로 붙들어 주셨습니다. 돈 있는 자나 세력 있는 자를 의지하지 않게 해주시고 주님만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우리의 필요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주님께만 아뢰도록 하였으며 또 공동체 구성원들 가운데 가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독신자나 “예수원에서 지불토록 하자”는 식의 정책을 택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공동체에 요청하기 이전 먼저 전능하신 하나님, 사랑이신 아버지께 아뢰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므로 하나님과 더 긴밀히 동행하는 법을 배웁니다.

여러 해 전 별도의 삼수령 확장 일에 대해서 특별히 모금을 하도록 허락하였었지만 주님께서는 그 방법을 원치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히 허락되었던 이 일도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오래된 집들은 낡아지고 고칠 곳이 많지만, 때론 100명 가까이 되는 대가족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들이 매일 요구되어지지만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옷이 해어지지 아니하였고 네 발이 부르트지 아니하였다”(느 9:21) 한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한 것을 고백합니다. 이곳 예수원이 있는 곳은 강원도 산골이기에 많은 새들과 많은 들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많은 새들과 꽃을 하늘 아버지께서 먹이시고 입혀 주십니다. 광야에서 능히 식탁을 차려주신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도 그렇게 하여 주십니다. 주님을 찬양합니다.

예수원 50년을 뒤돌아보며 함께 기도에 힘써 주셨던 성도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 중보기도는 물론 성령의 능력으로 주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소명이 있습니다. 본원의 이미 받은 사명을 확장시키는 삼수령센터 일, 생명의 강 대안학교 일, 이 모든 일들이 우리 교회를 새롭게 하고 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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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찬 (예수원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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