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명은 이웃 섬김” 받은 은혜 아낌없이 나누다
작성일2020-05-21

경기도 수원서부교회 성도들이 지난 18일 지역사회를 돕는 ‘힘내라 우리동네’ 캠페인 팻말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최선규 장로, 이준호 목사, 정민희 장로, 이창순 마을연합회장. 수원=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수원서부교회(이준호 목사)에 ‘감자교회’라는 애칭이 새로 생겼다. 지난달 2일 감자 육종 사업을 하는 한 장로의 기부로 20kg 감자 상자 1500개를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나눠주면서다. 교회가 이웃과 나눈 건 감자뿐만이 아니다. 공업용 미싱기를 빌려 만든 수제 마스크 1200장과 성도들의 기부로 모은 마스크 1600장, 생필품을 담은 상자 300개도 지역사회에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일시적 나눔이 아니다. 교회는 매월 반찬을, 김장철에는 김치를, 겨울에는 연탄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눈다. 결손아동이 모인 아동시설과 네팔 미얀마 등 외국인 근로자 쉼터도 지원한다. 교회는 적극적으로 지역사회를 섬기며 ‘은혜가 흐르는 교회’라는 선교적 사명을 실천하고 있다.

섬김 배경엔 사회복지사역원
수원서부교회가 적극적으로 사역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사회복지사역원이 있다.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대구동부교회와 미국 버지니아 열린문장로 교회 등에서 부목사로 사역한 이준호(55) 목사는 8년 전 부임하면서 교회의 조직을 12개 사역원 체계로 바꾸고 자율 운영하도록 했다. 그중 하나가 사회복지사역원이다.
2년째 사회복지사역원장을 맡고 있는 정민희(59) 장로는 교회가 적극적으로 사회복지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등공신이다. 공무원인 그는 일과 교회의 사역을 병행하다가 3개월 전 건강 문제로 휴직하면서 사역에 전념하게 됐다. 그는 18일 “교회 성도들과 우스갯소리로 ‘하나님이 교회 일을 하도록 휴직을 시키셨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건강도 금세 좋아져 사역원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성도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잇따랐다. 교회의 구성단위인 ‘마을’이 중심이 돼 교회의 사역을 도왔다. 사회복지사역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교회 내 10명의 마을회장을 통해 전달돼 성도들의 봉사로 이어졌다. 수제 마스크도, 반찬과 김치도 모두 이들의 손에서 나왔다. 이창순(59) 마을연합회장은 “얼마 전 아파트에서 주민이 저를 알아보고 ‘감자 잘 먹었다’며 감사 인사를 건네왔다”며 “지역주민과 사랑을 나누며 성도들도 지역에 대한 애착이 커졌다”고 말했다.
‘힘내요 우리동네’ 캠페인
평소 지역사회를 섬겨온 수원서부교회에도 코로나19는 사역을 돌아보는 전환점이 됐다. 이 목사는 관성적으로 해온 사역을 넘어 지역을 격려하고 사랑을 흘려보내는 일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교회는 부활절헌금 전액을 지역사회를 돕는 ‘힘내요 우리동네’ 캠페인에 사용했다.
성도들은 지난 3월 31일 지역 곳곳으로 흩어져 수제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담은 봉투를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지역주민에게 나눴다. 생필품 박스와 성도들이 기부한 마스크는 동사무소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지난달 24일에는 급식을 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충북 괴산군의 농가를 위해 농산물 팔아주기 행사를 했다. 판매된 농산물의 일부는 동사무소 사회복지협의체를 통해 소외계층에게 보냈다. 매주 토요일에는 지역 청소와 상가 방역을 하고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만원을 기부했다. 택시 타기 운동, 재난지원금 기부, 헌혈 운동 등으로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다.

교회의 선한 영향력은 지역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주민은 “어머니가 요새 수원서부교회가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으니 무조건 가서 도와주라고 했다”며 농산물을 사 갔다. 교회가 있는 정자2동 문명순 동장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교회의 이웃사랑 봉사와 나눔, 후원으로 큰 힘이 된다”며 “교회에서 보내온 물품은 관내 소외계층 등 꼭 필요한 곳에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지자체와 협력해 각자의 역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와 지자체가 행정적으로 지역을 돌본다면, 교회는 ‘사랑의 발전소’로서 정신적이고 영적인 사랑을 나누는 곳”이라며 “하나님이 지역에 교회를 세운 뜻을 순종하고 넘치는 사랑을 지역으로 흘려내야 한다”고 했다.
일상의 사역도 ‘기지개’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해온 교회는 최근 일상을 조금씩 회복해가는 중이다. 특히 개학을 앞두면서 ‘우리아지트’ 준비에 한창이다. 우리아지트는 한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을 위해 아이들에게 방과 후 식사와 공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성도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다.
행정사역원장인 최선규(62) 장로는 “어머니가 안 계셔서 아버지 혼자 키우는 5살 아이가 교회에 왔는데 말을 잘 못 하고 영양 상태도 안 좋았다”며 “이 같은 어려움을 교회가 감당하며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우리아지트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역사회 섬김은 교회의 선교적 사명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 장로는 “교회가 지역사회와 동떨어진 섬이 아니라 함께 녹아있는 구성원이 되는 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교’”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대단한 일을 하려고 생각하기보다 교회와 성도 각자가 ‘선교적 체질’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열린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하나님이 필요한 곳으로 인도하실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원=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38820&code=23111113&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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