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김동규 외 지음/도서출판100

작성일2020-0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팬데믹은 인류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게 한다. 신학자와 철학자 등 사상가들 역시 이 문제를 지켜보면서 ‘코로나 신학’을 도출할 것이다. 이 책에 담긴 기독교 신학자와 철학자들 역시 인간과 하나님, 계시와 신비, 행복과 고통 등의 문제를 천착해왔다. 책은 대체로 알려지긴 했으나 깊이 있게 고찰하지 못한 기독교 사상가들을 학술적으로 조명한다.


우선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는 ‘유럽에서 가장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는 가톨릭 신학자이다. 개신교인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지만 칼 라너, 한스 큉처럼 바티칸의 제도권과는 거리를 두면서 개신교와 교류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칼 바르트와 우정을 쌓으며 바르트 연구서를 펴내는 등 개신교 신학을 넘나들었다. 발타사르는 영성과 신학, 실천과 이론을 재결합하는 데 힘썼다. 그는 추상적인 형이상학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를 통해 진리를 추구했으며 기도를 통해 신비와 접촉할 수 있는 길을 안내했다. 그는 기도가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을 통해 인간에게 선물로 주어진다고 봤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탈 기독교 시대 속에서 교회의 존재방식과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온 개신교 신학자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정치권과 결탁하지 않고 복음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공동체로 돌아가는 것,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로 살아가는 것 등에 관심이 많다. 하우어워스는 예수의 삶과 십자가가 주는 급진적 메시지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면서 폭력의 세상을 거부하고 하나님의 평화로운 나라를 구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평화주의를 역설하면서 “전쟁을 반대하면서 전쟁을 말하는 이들이 그리스도인일 수 없다”는 인터뷰를 언론과 했다. 자서전 ‘한나의 아이’는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하다.

세계 성공회를 대표하는 캔터베리 대주교를 지낸 로완 윌리엄스는 공동체적 삶, 활동으로서의 신학, 부정의 방법, 케노시스적 삶, 비극적 상상력이라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조직신학자이지만 글쓰기는 철저히 ‘비조직적’인 것이 특징이다. 시적 뉘앙스를 문장에 담아내면서 기독교적 앎과 실천의 의미를 풀어내는 데 주력한다.

윌리엄스는 특히 계시의 비극성에 주목하는데 요한복음을 이 분야 대표 고전으로 꼽는다. 참된 빛이 세상에 들어왔으나 사람들은 이를 거부했으며, 빌라도와 예수의 대화는 진리와 무지의 비극적 갈등을 보여준다. 그는 대량학살 테러 이혼 약물중독 시위 등을 신학적 소재로 다루면서 기독교 복음은 이런 비극을 회피하지 않고 하나님의 은총을 만나는 구체적 장소가 된다고 밝힌다. 성육신하신 하나님이 비극적인 인간 세계로 들어와 비극의 무게를 짊어지셨다고 말한다.

책은 ‘자기 내어 줌과 받아들임의 공공신학’을 추구하는 미로슬라브 볼프, ‘세속의 시대를 탐색하는 정치철학자’ 찰스 테일러, ‘약한 신학’ 운동의 존 카푸토, ‘계시 현상의 신비에 천착한 현상학자’ 장-뤽 마리옹, ‘신의 죽음 이후의 신을 다시 상상하는 해석학의 후예’ 리처드 카니 등을 다룬다. 장마다 대표작을 요약했으며 참고문헌도 꼼꼼히 달았다. 학술적인 책이지만 난해하지 않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31067&code=23111312&sid1=mcu&sid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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