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알기 쉽게 전하는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
작성일2022-06-12
사전적 정의만으로도 복잡하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뇌과학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릇에 담아 전하는 학자가 있다. 김대수(53)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다. 손꼽히는 뇌과학계 석학 중 한 사람이지만 ‘바람을 피우는 유전자는 따로 있다’ ‘뇌과학자가 말하는 사랑의 유효기간’ ‘자녀의 뇌를 성장시키는 법’ 등 강연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가 들려주는 뇌과학의 세계는 문턱 없이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서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서로 다른 전공의 크리스천 과학자들과 함께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고백을 담은 책 ‘과학자, 하나님을 만나다’를 출간하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 회장을 맡은 김영훈(70·덕수교회 장로) 대성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김 교수를 만나 크리스천 과학자로서의 소명과 신앙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대담=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김 회장=최근 ‘뇌과학’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어떤 학문인지 소개해 달라.
△김 교수=한 마디로 인간 행동의 원인이 되는 정신활동을 다각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뇌 기능을 연구하기 때문에 뇌과학이라고 하고, 뇌가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좀 더 포괄적으로 신경과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경계가 무너지고 두 영역에 대한 연구가 융합돼 뇌인지공학으로 발전하거나 인공지능과 결합하는 분야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회장=강연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랑에 빠진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사랑이란 감정에 따른 뇌의 반응에 대해 설명해 달라.
△김 교수=상당히 많은 과학자가 사랑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그 결과 사랑의 단계별로 서로 다른 뇌 부위가 반응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특히 ‘콩깍지가 씌워지는 것’에 대해서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 ‘끌림’ 단계에서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다량 분비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막 12:31)는 성경 말씀 또한 뇌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험 하나를 소개하자면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는 배우자의 뇌영상을 찍어봤다. 결과가 어땠을까. 같은 부위의 뇌가 활성화됐다. 뇌 속에서 환자의 몸이 자신의 일부가 되어 함께 고통을 느끼는 거다. 이기적인 뇌가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바로 온전한 사랑이다.
△김 회장=뇌과학 연구가 잘못 활용되면 극단적 이기주의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위기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비롯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욕망’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해 달라.
△김 교수=우리는 이미 고도의 전략으로 뇌를 조종당하는 것이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데도 홈쇼핑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주문하고 있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뇌에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 주로 시상하부에 있는데 이것은 창조주의 축복이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에 따라 생명체로서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기능이다. 인간은 전두엽이 발달돼 있어서 욕구를 실현할 적절한 기준과 타이밍을 조절한다. 더 많이 갖기 위해 계획하고 실행하게 되면 욕구가 욕망으로 발전한다. 선악과를 먹고 싶은 욕구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과 대등하게 되기 위한 욕망으로 죄를 발전시켰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의 경우 사람의 심리를 지배하는 고도의 뇌과학적 범죄에 해당한다. 정신건강의 차원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 희생함으로 더 큰 행복을 얻는 생활 방식과 삶의 철학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 신앙이 재조명돼야 한다고 본다.
포스트모더니즘 사고에서는 욕구를 제한하지 않는 것이 자유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뇌의 일부 기능만 강조하는 것이다. 욕구대로 목표만 따라가는 것은 뇌에서 특정 신경회로의 독재가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욕구이자 자유인가’에 대한 자문이 중요하다. 뇌가 나를 따라오게 해야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옳고 그름을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대로 분별할 수 있도록 하는 신앙이 정말 중요한 것이다.
△김 회장=분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뉴스만 봐도 데이트 폭력, 학교 폭력 등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터져 나오는 사건들이 적지 않다. 한 강연회에서 ‘사랑이 분노를 조절한다’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는데 뇌과학적으로 이를 설명하자면?
△김 교수=평소엔 그렇지 않은데 운전대만 잡으면 무섭도록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다. 뇌과학을 연구해보면 ‘분노 에너지’는 항상 체내에 쌓여있다. 위험이 도래했을 때 동물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전에 집중하다 순간적으로 위험을 체감하게 되면 통제력을 상실하고 분노가 상승작용을 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뇌의 신경 회로가 선을 넘지 않도록 분노를 조절하고 있다. 특히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조절에 더욱 힘을 쓴다. 우리가 화를 내는 것은 상대방이 잘못해서라기 보다는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기에 나오는 자연스런 반응이다. 고린도전서 13장은 ‘사랑은 오래 참고’라고 기록한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고통, 분노 등 부정적 정서들을 조절할 수 있는 원동력이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인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김 회장=‘하나님을 만난 순간’은 언제였나.
△김 교수=유년 시절, 가족이 함께 절에 다니다가 6세 때 부모님이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셨다.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운동장에서 놀고 있던 나를 부르셔서 동네 교회로 데리고 가신 게 계기가 됐다. 지속적으로 성도들이 나를 챙겨주고 감싸주던 것에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느꼈다. 그 후엔 ‘내가 죄인이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부분에서 ‘용서’를 깨달았다. 초등학교 시절 내겐 집중력 장애가 있었다. 옆자리에 있던 친구를 무의식적으로 쳤는데 친구가 코피를 흘리게 됐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며칠을 보냈는데 그 친구 어머니가 나를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신나게 놀았다. 그러다 친구가 화장실 간 사이 어머니가 잠시 나를 부르시더니 피묻은 이불을 보여주셨다. 알고 보니 친구가 내게 맞은 뒤로 밤마다 피를 흘렸던 거였다. 친구 어머니는 “대수는 착한 아이이니 앞으로 내 아들과 더 사이좋게 지내 달라”고 나를 따뜻하게 타이르며 부탁하셨다. 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온기가 느껴졌다. 잘못을 통해 용서와 회개를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신 것도 우리에게 사랑과 용서, 회개를 알려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김 회장=과학이 ‘세상이 알지 못하는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이라면 신앙은 ‘하나님을 향한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은 흔히 과학과 신앙을 서로 대척 관계로 생각하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신경과학자로서 견지하고 있는 자세가 있다면?
△김 교수=연구실에서 매 순간 하나님께 ‘이걸 어떻게 이렇게 만드셨나요’라고 질문을 한다. 그 과정에서 영감도 용기도 얻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술 논문에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쓸 순 없다. 과학자라는 직업 특성상 인과론을 바탕으로 늘 3인칭 시점으로 연구에 돌입한다. 하지만 신앙은 1인칭 시점에서 이뤄진다. 그 사이에서 도전에 직면한다. 어느 순간 하나님의 개입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객관적인 내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생로병사는 붙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데 신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패배감에 젖기도 한다. 그런데 시각을 바꿔보니 실마리가 보였다. 나의 시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면 전지적 작가시점이 된다. 내 인생의 전지적 작가이신 하나님께서는 일상을 통해 늘 기적을 만들어가시는 분이라고 믿는다.
학문적 어려움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복잡성과 관련 있다. 상상을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지혜가 분명 있는데 그것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보물이 숨겨진 밭을 살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어디 숨겨 있는지 파헤치는 것이 과학자의 고된 임무다. 과학자로 살아가며 항상 기도하는 것은 끊임없이 연구하며 어떤 결과물을 얻었을 때 그것이 누군가에게 선한 손길이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뇌질환에 대한 연구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 파킨슨 병을 비롯해 다양한 고통 속에 있는 환자들을 도울 수 있도록 연구를 멈추지 않는 게 나의 소명이다. 나 혼자는 할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는 게 즐겁다. 상호작용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과학의 영역이 연구되고 발견될 것이다. 하나님의 시점을 견지하며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49359&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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