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고통, 조울증

항상 기뻐하라

조울증이란 영어로는 Bipolar Disoder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조증과 우울증의 양극의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정식 명칭은 ‘양극성 장애’이다. 조울증에 걸릴 확률은
전 세계적으로 100명 중 1~2.5명이라고 하며, 남녀의 차이는 별로 없다고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조울증의 40%가 40~50대 중년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빌 4:4).
40대 중반의 조울증 환자. 필자와 만난 지가 27년 전이다. 필자가 인천기독병원에서 진료하던 때 입원 환자로 만났다. 당시에는 어린 청소년이었는데 지금은 중년이 되었다. 특징적 증상이 과대망상적 사고이다. 자신을 컴퓨터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아는 지인들 컴퓨터를 수리해줘서 작은 수입이 있고 제품을 조립해 판매도 하여 용돈벌이를 한다.
그러나 그것도 어쩌다가 한두 건이고, 고장이 잦아 고객들에게 핀잔을 자주 듣는다. 그 또한 스트레스가 되어 조울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특히 치료자인 필자를 고달프게 하는 증상이 있다. 과대망상적 사고로 인하여 진료 중에 자신의 증상을 나열하기보다는 주치의인 필자를 가르치려고 한다. 진료 대기 중에 접수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태도나 언행에 대하여, 병원 시설에 대하여, 진료하는 컴퓨터에 대하여 등 심지어 병원 운영에 대한 일까지도 가르치려 한다.

청소년기에 발병하여 주치의에게 조언 정도가 아닌 가르칠만한 학습을 한게 없는 것을 충분히 아는 필자에게 가르치려 하는 조울증 환자의 증상은 주치의의 감정 뇌관을 건드리기 일쑤이다. 그러다가 과대망상이 더 심해지면 친아버지를 깔보고 가르치려 하고 구타하기까지 해서 꼭 경찰에 연행되어 격리 병동에 입원 치료하게 된다.

조울증의 증상


조울증이란 영어로는 Bipolar Disoder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조증과 우울증의 양극의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정식 명칭은 ‘양극성 장애’이다. 일반적으로 조증이란 평상시와 다르게 기분이 좋고, 흥분 되고 고양되는 상태를 말한다. 환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매우 즐겁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잘 아는 사람들이 보면 하늘에 떠 있는 사람처럼 비정상적으로 흥분된 것을 알 수 있다. 과대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잦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어떤 이유인지 우울하고 슬퍼지는 감정을 표출한다.

증상은 조증 및 우울증의 양 극단적 양상이 나타난다. 먼저 조증 상태의 모습은

1) 잘 모르는 분야인데도 아는 것처럼 의견을 제시하거나 특별한 재능이 없음에도 자기 자신에 대해 과대평가를 하여 능력에 넘치는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2) 과대망상이 자주 동반되며, 자신이 신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거나 유명인들과 특별한 관계라고 주장하는 일들도 있다.

3) 수면에 대한 욕구가 감소되어 며칠간 잠을 자지 않고도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경우도 있다.

4) 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수다스럽고 목소리가 크며,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말을 하기도 한다.

5) 기분이 예민하고 흥분이나 화를 잘 내며 불평이나 적대적인 비난을 하기도 한다.

6) 사고의 비약이 빈번하여 한 화제에서 다른 화제로 갑자기 전환하며, 사고의 비약이 심해 무질서하고 지리멸렬해지게 된다.

7) 목표 지향적 활동이 증가하게 되고 과도한 계획 수립을 하며, 성욕이 증가하여 성적 환상이나 성적 행위가 증가하는 일이 흔히 나타난다.

8) 밤낮없이 친구들이나 낯선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기도 한다.


우울증 상태의 모습으로는 일반적인 우울증에서 보이는 증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양극성 장애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은 몸에 좀 더 기운이 없고 처지는 증 상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조울증에 걸릴 확률은 전 세계적으로 100명 중 1~2.5명이라고 하며, 남녀의 차이는 별로 없다고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조울증의 40%가 40~50대 중년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울 증 환자는 2011년 약 6만7천명에서 2015년에는 9만2천명으로 매년 평균 8.4%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 중 전체 인구대비 진료인원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40대와 50대인데, 그 이유는 아마도 중년층에서 사회적인 성취에 대한 압박이 가장 심각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진료인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구간은 70세 이상이었는데, 2011년 6천193명에서 2015년에는 1만3천77명으로 약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노년 빈곤의 심화와 만성질환의 영향으로 풀이된다(‘2016 정신질환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특히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인 봄, 가을에 빈 발하며 요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추석 명절 전후에 악화되기 쉽다.

조울증 증세와 비슷한 사울 왕의 증세


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분안정제(Mood-Stabilizer) 약물처방이 중요하다. 망상 수준의 과대적 사고와 그와 함께 나타나는 충동적 공격적 행동, 그리고 잠을 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잠을 자는 시간이 아까운 특징적 수면장애는 반드시 그에 따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다른 증상은 증상이 10이라면 약을 1 에서 2, 3, 4 등 점차 증량을 하면서 치료한다.
그러나 조증은 충동적 문제행동 양상 때문에 증상 10보다 11 또는 그 이상으로 처음부터 증량하여 치료할 수 있다. 심한 경우 타인과 충동 예방 및 돌발 행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원치료를 권한다. 오랜 시간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 환인 만큼 주변에서 꾸준한 관심과 노력으로 환자에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에서 다윗은 외모가 준수하고, 용기와 구변도 뛰어난 자라고 묘사하고 있다. 특별히 수금을 잘 연주해서 악령에 시달리는 사울 왕을 치료하기 위해 발탁된다(삼상 16:18). 신기하게도 다윗이 수금을 연주할 때 사울이 상쾌하게 증상이 호전되곤 하였다(삼상 16:23). 당시 영적으로는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고 묘사된 사울 왕의 정신적 증상은 정확하지 않지만 조울증 증세와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조울증 환자는 감정적으로 ‘업다운(up&down)’이 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사울은 다윗에 대한 질투심이 올라오면 다윗의 수금을 듣다가도 갑자기 흥분하여 단창을 던지는가 하면(삼상 19:10), 밤낮없이 잠도 안 자며 다윗을 찾아 다니고 그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정신이 돌아온 듯 잘못을 후회 하듯 울며, 우울감에 빠지는 모습으로 돌변하기도 하였다(삼상 24:16). 사울은 끊임없이 다윗을 의심하고 그를 적대적으로 여기는 편집증적인 증세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결국 사울은 우울 상태에서의 치명적인 결말인 자살로 생을 마감 하고 있다(삼상 31:4).

조증 상태에서 경험하는 가짜 기쁨은 건강한 기쁨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몸 안에 여러 가지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셨다. 그 중 하나가 몸의 어느 부위가 아프면 통증이 찾아오는 시스템이다. 머리에 이상이 있으면 두통이, 배가 아프면 복통이 찾아온다. 이런 통증은 그곳에 뭔가 해결해야 할 문제 가 발생했다고 우리에게 알려주는 신호와 같다.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감정은 우리 내적인 욕구의 상태를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내가 안전하고 싶다는 욕구의 신호이다. 외로움은 누군가 함께 있고 싶은 욕구의 신호이다. 그러면 기쁨은 무슨 신호일까? 우리 안에 어떤 욕구가 충족되고 채워졌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들뜨는 것은 분명 우리 내면의 시스템이 고장난 것을 뜻한다.
성경은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고 말씀하고 있다. “주 안에서 기뻐하라”는 것은 주님이 원하시는 것을 행함으로 기뻐하라는 말씀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 기뻐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행함으로 기뻐할 때 더욱 건강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

<참고자료>


1. DSM-V
2. 한국형 기분장애 질문지의 타당화 연구, 전덕인 외(2005)
3. 정신질환 실태조사(보건복지부)
4. 국립정신건강센터 기분장애 클리닉
5. 마음의 감기, 우울증 완전정복(황원준 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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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준 (원장)

황원준정신건강의학과의원 한국정신건강연구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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