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통과하면서 철든 그리스도인이 되다

서울대 1학년 때 성경공부를 시작하다

1학년 가을쯤,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떤 여학생이 우산을 씌워주며 “하나님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냐”고 물었고, 집까지 데려다준 그 여학생의 인도로 선교단체 ESF(기독대학인회)에 들어가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몇 달 후 도서관에서 신앙서적을 읽다가 가난한 광부들을 돕는 간호사 얘기를 접하고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광부들이 갱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그 간호사가 급히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전봇대에 부딪쳐 땅에 나뒹굴었고, 그 일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돼요. 몇 년 후 그 간호사가 휠체어를 타고 그곳에 나타나 광부들을 치료해주었어요. 사람들이 ‘대체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냐’고 묻자 그녀가 ‘하나님이 나를 지켜보며 미소 지어주시면 나는 평생이라도 이렇게 살 수 있어요’라고 답해요. 그 때 나에게 조용히 미소 지어주는 한 분이 계시다는 것과 삶의 의미는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시에 그동안 수없이 물었던 “왜?”에 대한 대답을 그분이 갖고 계시다는 것도 알았다.
“대상이 없이 끓어오르던 분노가 풀렸고, 하나님께서 삶의 모퉁이마다 기다리고 계시다가 누나와 최화복 선생님을 통해 나를 인도하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 속에 스스로를 구속하신 겸손한 분이라는 것과 그 겸손함을 배우라고 나에게 수많은 질문과 아픔을 허락하셨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날 이후 성경공부에 매진하며 중학교 때 익힌 통기타 솜씨로 채플 시간에 반주를 하고 후배들을 이끌기 시작했다.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본 적 없었던 그가 전국수양회에 참석한 것도 그즈음부터였다.


(글/이근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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