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의 공습 ‘적색경보’… 봄바람 살랑대는 오전시간 주의

작성일2019-04-0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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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꽃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봄꽃 축제도 곳곳에서 열려 상춘객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봄나들이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4월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가 가장 많이 날리는 때다. 미세먼지와 황사까지 겹치면 평소 알레르기 비염이나 결막염, 천식 등을 갖고있는 사람들은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민의 약 15%가 알레르기질환을 앓고 있으며 그 중 꽃가루 알레르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정도 된다. 과거 꽃가루 알레르기질환이 성인에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기후 변화로 개화 기간과 꽃가루 날리는 기간이 점차 늘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알레르기 전문 오재원 교수가 미국 농림성 연구진과 함께 지난달 세계적 의학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북반부 17개 지역의 26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공기 중 꽃가루 지속 기간이 1년에 평균 0.9일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8일 “전지구적 온난화 영향으로 꽃이 빨리 피고 늦게 지면서 ‘꽃가루 시즌’이 길어지고 그만큼 꽃가루 노출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꽃가루가 많이 만들어지는 영향도 있다. 꽃가루의 독성(항원성)이 높아져 알레르기가 증가했다는 미국의 연구보고도 있다.

중학생 이모(14)군은 여덟살때부터 매년 봄에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을 겪어 왔다. 오 교수는 “이군이 병원을 찾는 시기가 처음 5월에서 4월로, 다시 3월로 해마다 앞당겨지고 있다”며 실제 근거 사례로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킬까. 식물은 곤충에 의해 꽃가루가 전달되는 ‘충매화’와 바람에 의해 수분이 이뤄지는 ‘풍매화’가 있다.

요즘 한창 개화하는 벚꽃이나 개나리, 목련, 진달래 등 화려한 자태의 꽃이 충매화에 해당되는데, 이들은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눈에 잘 띄지않는 나무와 잔디, 잡초 같은 풀 종류의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고 코나 입, 눈으로 들어와 알레르기질환을 일으킨다. 꽃가루가 침이나 가래 등에 섞여 모세기관지나 폐에 도달하면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

3~4월에는 오리나무 참나무 자작나무 삼나무 느릅나무 측백나무(남부지방), 5~6월에는 소나무 버드나무 포플러 플라타너스 밤나무 개암나무 등의 꽃가루가 많이 날리며 높은 알레르기성을 띤다. 6~8월에는 잔디(특히 골프장 버뮤다잔디류), 8월 중순~9월 말에는 돼지풀이나 쑥, 환삼덩굴 등 잡초류의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범이다.

오 교수는 “과거 언론 보도에서 6월경 아카시아 꽃씨가 하얗게 날리면 알레르기가 극성을 부리니 조심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있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라며 “눈에 띌 정도로 큰 꽃씨에 의해서는 접촉성피부염이 생길 순 있어도 알레르기비염이나 결막염, 천식은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 크기는 대개 20~40마이크로미터(㎛)로 현미경으로 관찰된다. 오 교수는 “벚꽃구경 가서 눈이 가렵고 재채기를 하면 벚꽃가루 알레르기가 원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벚꽃 외에 다른 알레르기 유발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3~5월에는 꽃가루 알레르기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20~30% 증가한다. 알레르기비염이 있다면 재채기와 코 가려움증, 맑은 콧물, 코막힘 증상이 나타난다. 기관지 천식이 있는 사람은 기침과 가래, 천명(쌕쌕거림),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한다. 높은 농도의 꽃가루와 미세먼지에 중복노출되면 ‘아나필락시스(급성 쇼크)’가 초래돼 위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봄에는 낮밤으로 일교차가 커 꽃가루 알레르기를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알레르기비염은 오한이나 발열 증상 없이 맑은 콧물과 재채기 등이 특징이다. 알레르기결막염의 경우 눈이 충혈되고 가려우며 눈물이 많이 난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단순 감기로 생각해 방치하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으면 만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질환이 만성화되면 후각장애나 두통, 축농증, 중이염을 부를 수 있다.

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명수 교수는 “1~2주 안에 낫는 감기와 달리 알레르기비염은 원인 물질이 사라지지 않으면 수개월간 지속되기에 초기 발병시 원인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목이나 코 눈이 간지럽고 재채기, 콧물 증상이 2주 넘게 지속된다면 알레르기비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원인 꽃가루를 피하는 게 최선의 예방이다. 알레르기질환이 있는 사람은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 외출은 자제해야 한다. 굳이 외출하고자 할 땐 선글라스와 ‘KF80’이상의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외출 전 기상청 홈페이지 ‘생활기상정보’ 코너에 공개되는 ‘꽃가루농도 위험지수’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꽃가루는 건조하고 따뜻한 날, 오전에 유독 널리 퍼진다. 강한 바람보다는 초속 2m의 약한 바람이 불 때 공중으로 떠올라 멀리 날아간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더욱 주의해야 한다. 꽃가루가 특히 많이 날리는 새벽이나 오전(6~10시)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바깥에서 실내로 들어오기 전 옷에 붙어있는 꽃가루나 먼지 등을 꼼꼼히 털고 얼굴이나 팔, 머리는 깨끗이 씻어야 한다. 코는 생리 식염수로 씻어주면 도움된다. 꽃가루가 날릴 때는 창문을 열어 집안을 환기하는 것도 가급적 삼간다. 따라들어온 꽃가루가 남아있지 않도록 진공청소기나 물걸레로 구석구석 자주 청소해 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1670&code=14130000&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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