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근만근’ 춘곤증, 1시간 일찍 잠자리에 드세요

작성일2019-03-26

춘곤증은 과로나 스트레스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나른함과 피곤함을 느끼는 게 특징이다. 점심 식사 후 15~30분 눈을 붙이는 것도 춘곤증 극복에 도움된다.

봄 기운이 만연하면서 나른함과 피곤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무기력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일상생활에 활력이 떨어지고 식욕도 줄어든다. 점심 식사 후 머리가 멍해지고 꾸벅꾸벅 조는 횟수가 늘어난다.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는 25일 “육체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나타나는 게 봄철 피로의 특징”이라며 “흔히들 ‘봄 탄다’고 말하는 춘곤증”이라고 말했다. 춘곤증은 의학적인 질병명은 아니다. 봄에만 경험하는 피곤한 증상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춘곤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비밀은 겨울보다 빨라진 일출 시간에 있다. 서울 기준으로 지난 1월 1일 일출 시간은 아침 7시 47분이고, 지난 24일은 아침 6시 31분으로 3개월 사이에 무려 1시간 16분이 차이난다.

한진규 서울스페셜수면클리닉 원장은 “봄은 겨울 보다 해가 일찍 뜨기 때문에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더라도 뇌가 일찍 깬다”면서 “햇빛이 머리를 비추면 수면 촉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잠을 쫓는다. 결국 30분 이상 수면 시간이 부족해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졸음과 피곤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계절 변화에 신체가 바로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게 춘곤증이다. 한 원장은 “봄철에는 빨라지는 일출 시간에 맞춰 수면 리듬을 조절해야 하는데, 기상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앞당기고, 잠자리 드는 시간도 그만큼 조정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봄이 되면서 활동량이 늘면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한다. 을지대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권길영 교수는 “특히 비타민B·C군이 많이 필요한데, 바쁜 현대인들은 식사를 거르거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간단히 때우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비타민과 미네랄이 결핍하기 쉬워 춘곤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춘곤증을 이기려면 아침밥은 꼭 먹어야 한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 뇌 활동에 필요한 탄수화물을 공급받지 못해 허기진 상태에서 오전을 무기력하게 보내고 점심 때 과식을 하게 돼 춘곤증을 악화시킨다. 아침 식사는 배부르지 않을 정도로 하되 단백질, 지방식 보다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B·C가 많이 든 신선한 과일과 봄나물을 많이 먹고 돼지고기 등 기름기 많은 음식은 되도록 피한다. 풋마늘 쑥 취나물 도라지 두릅 더덕 달래 냉이 돌미나리 부추 등에는 피로 회복과 면역력 증강에 도움되는 비타민C와 미네랄이 풍부하다. 다시마 미역 톳나물 파래 김 등 해조류를 곁들이면 춘곤증을 이기는데 도움된다. 생선이나 두부 등 단백질 섭취도 필요하다. 끼니마다 챙겨 먹을 수 없다면 종합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규칙적인 운동도 봄철 피로 해결에 매우 중요하다. 조깅 산책 줄넘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루 20~30분씩 1주일에 3~5회 하는 것이 봄을 맞아 컨디션 조절에 효과적이다.

졸음을 쫓으려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를 평소보다 많이 마시면 처음에는 어느 정도 각성 효과가 있으나 정도를 지나치면 이뇨 작용으로 인한 탈수와 지나친 각성으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커피는 하루 1~2잔이 적당하다. 대신 물이나 보리차를 충분히 마셔준다.

점심 식사 뒤 15~30분 눈을 붙이는 것도 좋다. 잠깐의 낮잠은 업무 능률을 올린다. 일 때문에 잠을 못 잔 경우엔 주말에 1~2시간 더 자서 피로를 푸는 것이 좋다. 하지만 몰아서 잔다며 10시간 이상 수면은 생체시계의 시스템을 깨기 때문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춘곤증은 2~3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적당한 휴식과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춘곤증이 나타난 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피로가 지속되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 봐야 한다. 당뇨병, 빈혈, 바이러스성 간염, 우울증, 불안증, 갑상샘기능저하증, 암(유방암 대장암 백혈병 췌장암 등) 등도 초기에 다른 증상 없이 피로를 유발한다.

성은주 교수는 “질병 치료를 위해 쓰는 약물들도 오래 사용하면 부작용으로 피로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항고혈압제, 항우울제, 각종 신경안정제, 소염진통제, 항히스타민제 등의 경우 주치의와 상의해 약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별한 질병이나 복용 약물이 없는데도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이어져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피곤을 오래 느낀다고 해서 다 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스스로 판단해선 안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진단 기준에 따라 피로가 6개월 이상 반복됨, 현재의 힘든 일 때문에 생긴 피로가 아니어야 함, 휴식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야 함, 직업·교육·사회·개인 활동이 만성피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과 비교해 실질적으로 감소해야 함, 기억력 또는 집중력장애·근육통·두통·관절통이 나타남, 잠을 자도 상쾌한 느낌이 없음, 운동 또는 힘들게 일하고 난 후 심한 권태감 등 7가지 가운데 4가지 이상이 동시에 지속돼야 만성피로증후군에 해당된다.

한진규 원장은 아울러 “낮 졸림증이 대표적 증상인 기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같은 수면장애와 춘곤증은 구분해야 한다”면서 “특히 기면증은 춘곤증 보다 낮졸림 증상이 더 심한 만큼, 전문의 상담과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68917&code=14130000&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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