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전이라고 가족행사에 손주들을 데리고 오지 않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작성일2017-10-22

문 : 다음 주가 저의 팔순입니다.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팔순은 식구들 다 모여 밥 한 끼 먹는 것이 대세입니다. 자식들이 8남매가 되다보니 아직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 자식도 있습니다. 그런데 두 집이나 손주들을 데리고 오지 않는다는군요. 한 녀석은 올해 고3이라고 하고 한 녀석은 지금 중간고사 기간이랍니다. 공부한다고 못 온다니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영 마음이 씁쓸하네요. 정말 제가 섭섭해 하는 게 맞는 건지 늙은이라 작은 일도 크게 섭섭해 하는 건지 저도 분간이 안 가서 문의 드립니다

답 : 섭섭해 하는 게 맞습니다. 그건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자식들의 잘못입니다.
무슨 천재지변을 만나 몸을 다쳤거나 교통이 두절된 경우, 너무 먼 나라에 있어서 오기 어려운 경우, 무슨 대회 같은데 출전하게 되어 불가피하게 못 오게 되는 일 같은 경우라면 모르겠거니와 단지 고3이고 중간고사 전이라 안 데리고 온다면 이 경우는 ‘못’ 오는 경우가 아니라 ‘안’ 오는 것입니다. 손주들이 안 온다고 했더라도 부모가 반드시 데리고 와야 합니다.

문 : 그런데 사실 저로서도 고3인 손주도 또 시험기간을 앞 둔 손주가 왔다 해도 마음이 불편할 것 같습니다. 가족행사에 왔다가 점수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요? 나중에 대학 가는데 지장이 생기면 어쩌나요? 제 입장에선 차라리 오지 않더라도 아이의 장래에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데도 꼭 오라고 해야 하나요?

답 :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가족행사에 온다고 먼 길을 오가는 시간은 낭비 맞습니다. 그 잃어버린 시간으로 인해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행사에 안 온다는 것은 열중 하나의 이익을 얻고 아홉의 손실을 입는 것과 같습니다. 최근에 선진국에선 아이들을 상전으로 만든 심리학의 폐해를 깨닫고 자녀들에게 어릴때부터 집안일을 시키자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집안일을 시킬 때 시험이 코앞이라는 이유로 집안일을 면제해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개인의 좋은 시험 점수와 높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단체의 일을 뒷전으로 미루거나 남에게 넘겨도 된다는 편견과 나쁜 습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마들린 레빈은 2015년 3월 1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그 순간에는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만, 사소한 메시지가 몇 년이 쌓이고 나면 결국 성과주의에 물든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은 어떠해도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심어주는 개념입니다. 게다가 일의 성과에 대한 이론인 파킨슨(Parkinson, N)의 법칙에 따르면 어떤 일을 수행함에 있어 시간이 많고 여유롭다고 해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도 절박함이 더해지면 더 탁월한 성과를 냅니다. 따라서 가족행사에 왔더라도 오가는 차 안에서 또 가족행사 하는 시간 외의 시간을 이용해서 얼마든 공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아이가 집에 있다고 한들 공부를 제대로 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부모의 불안을 줄여주는 효과를 얻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문 : 아이들이 온다 해도 어른들은 밥 먹고 나면 할 일이 없고 아이들은 내내 스마트 폰이나 만지작거리다 다음날 쌩 하니 올라가는 게 전부인데 저도 그런 모습들을 보면 시간이 아깝다 싶긴 합니다. 오기 싫은 아이들 입장도 이해가 되긴 해요. 그래서 요즘엔 제 또래 어른들이 자식들이 모여 있는 도시로 본인이 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밥 먹는 것 외에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답 : 안타까운 일이지요. 사실 우리는 그동안 ‘먹고 사는’ 부분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사느라 정작 중요한 가족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가난했기에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면 뭐든지 해야 했지요. 그 방법이 학교 교육이었습니다. 공부만이 가난을 해결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었습니다. 자식들이 자기 새끼들을 데리고 오지 못하는 것은 공부를 못하면 ‘먹고 사는’ 것조차 하지 못할까 하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들은 ‘먹고 사는’ 것보다 ‘먼저 그 나라와 의’라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밥만 먹는 가족행사가 아니라 80세까지 살아오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가족감사절로 지키면 어떨까요? 자식 중에 하나가 사회를 보고 며느리나 사위 중에서 대표기도를 하고 말씀 증거는 생신을 맞는 분이 하시면 좋겠지요. 자식 중 누구 하나가 80세 인생의 약력을 소개하고 사진을 함께 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네요. 어떤 집은 어릴 때 찍은 흑백사진부터 최근에 찍은 사진까지를 다 모아서 대형 TV로 보았다는 집도 있었답니다. 가족은 의미 있는 일을 함께할 때 더 강하게 결속된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그것이야말로 집안의 어르신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산임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 병 준 목사
상담학 박사, 통&톡 하이터치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남편&아내사용설명서>,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니들이 결혼을 알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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