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가출하겠다는 자녀를 둔 부모님께

작성일2017-04-12

문 : 안녕하세요. 이제 중3밖에 안 된 아들 때문에 문의 드려요. 요즘 이 녀석이 걸핏하면 집을 나가겠다고 위협하네요. 지난주엔 그럼 나가라고 했더니 정말 나가서 다음날 들어왔습니다. 겁이 덜컥 나더군요. 집만큼 좋은 곳이 없을 텐데 아이들은 왜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할까요?

답 : 집을 나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상담 쪽에선 부모의 양육태도, 강박적 성향, 학대나 방임 등의 부모요인이나 정체성의 혼란, 또래와의 갈등, 우발적 충동, 호기심의 발동 등의 청소년 개인요인이 있습니다. 사회적 관점으로 본다면 세상이 우리를 세뇌시킨 가치관 중의 하나인 “행복은 집 밖에 있다”라는 것에 의해서겠지요. 그래도 이 경우는 일반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들, 즉 개연성이 있는 경우입니다.

문 : 저희 가정은 그런 개연성과는 아무 상관없는 집안입니다. 어릴 때부터 민주적이라 아이들의 의견도 존중했고 일방적으로 매를 들었거나 언성 한 번 높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무난하게 잘 크는 줄로만 알았지요. 그랬던 아이가 중학교 올라가더니 고집을 피우기 시작하고, 거친 언행을 한다 싶더니 이젠 아예 부모에게 대 놓고 욕설과 반항을 합니다. 아이는 늘 이 답답한 집구석에서 벗어나고 싶답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위해 왜 학교를 가야 하냐고 반문합니다. 집에 무슨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자기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왜집이 답답하다고 할까요?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은 저 아이에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봅니다. 지난번에도 나갔다 하루 만에 들어오긴 했지만 엄청 편하고 좋았다고 하더군요.

답 : 그렇다면 아이 문제는 조금 다르게 보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집에서 왕으로 군림하면서 의무는 하나도 이행 안 하고 오로지 권리만 누리겠다는 겁니다. 그 바람(Want)은 유아기적에 가지는 자연스런 소망인데 성장한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다면 병리적 소망이죠. 성장하면 집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이행하면서 더 큰 기쁨과 소속감을 느껴야 정상이죠.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도 큰 배당금을 얻겠다는 것은 게으름의 산물일 뿐입니다. 그동안 집은 그 아이의 작은 왕국이었고 부모는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 주는 존재였겠지요? 그러니 이제 바깥세상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왕자 같다고나 할까요? 바깥 세상이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보단 재미있고 짜릿한 모험이 가득한 환상의 섬 같은 곳이라고 기대에 부푼 왕자 말입니다.

문 : 정말 아이가 가출하면 어쩌지요? 저렇게 한두 번씩 나가기 시작하다가 아예 안 들어오면 어떡하나 걱정입니다. 그러다 중학교도 졸업 못하면 어떡하나요?

답 : 아이가 걸핏하면 집을 나간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부모가 자식이 집 나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요. 사실, 부모님 세대에게는 집을 나간다는 개념이 좀 다릅니다. 그 때는 ‘가출’도 있었지만 ‘출가’도 있었거든요. 집을 나가는 것은 똑같은데 목적을 갖고 나가면 ‘출가’, 목적 없이 나가면 ‘가출’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 입장에선 ‘출가’도 아니고 ‘가출’도 아니고 그저 ‘외출’에 불과합니다. 자기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오지요. 자기는 늘 왕이었으니까요.
또 조금 생각할 것은 집을 나간다는 말은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니 기뻐하실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집을 나가서 하루 이틀 혹은 며칠을 지내다 들어온다면 그것은 그 아이가 붙임성이 있고 수완이 좋다는 뜻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 훨씬 행동반경이 넓고 그 때 경험했던 것들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모범생 출신들에 비해 실수가 적습니다. 나가서 강도짓을 하지 않는 한, 결국 친구 집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빌붙을 수밖에 없는 건데, 그러려면 평소에 인간관계를 잘 맺어야 하거든요. 따라서 부모님 입장에선 너무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아이가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더 선호한다면 부모님 쪽에서 ‘출가’ 즉, 독립시킬 계획을 세우셔도 좋습니다. 인문계보다 특수고로 진학시키는 겁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에 가게 하는 것은 화이트칼라의 직업인이 되기를 희망해서일 겁니다. 어찌 보면 그것은 부모의 바람이지 아이의 바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저 부모님은 최소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고등학교 이상의 기본적인 학력을 가져야 할 이유 정도만 충분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마 지금 시점이 아이의 진로를 열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병 준 목사
상담학 박사, 통&톡 하이터치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남편&아내사용설명서>,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니들이 결혼을 알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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