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긴 한데 삶의 의욕을 잃은 자녀를 둔 부모님께

작성일2017-03-02

문 : 안녕하세요. 이제 고등학교 1학년생인 외동아들 때문에 문의 드려요. 어릴 때부터 어딜 가나 착하다는 소리는 들었구요, 지금도 착하긴 해요. 다만 눈에 초점도 없고 동작이 얼마나 느린지 거의 나무늘보와 같습니다. 자기는 뭘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재미있는 것도 없고 좋은 거 싫은 거 잘 모르겠대요. 정말 저 아이가 어른이 되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구요, 주일이면 교회는 따라오긴 하는데 정작 그 마음에 구원의 확신이 있을지 의문이예요. 착하게 자랐기에 특별히 문제될 건 없었고 또 까탈스레 요구하는 아이가 아니라서 필요한 거는 무엇이든 잘 해줬거든요. 정말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데 왜 저럴까요?

답 : 아드님의 증상은 일명 ‘딱히병’ 또는 ‘그닥병’에 해당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으면 ‘별로’ ‘딱히’ ‘그닥(그다지)’ ‘별스럽게’… 등의 부사어로 시큰둥하게 대답합니다.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고 짜릿한 것도 없고 귀하거나 특별하다는 느낌도 없습니다. 싫다는 느낌도 없는 감정적 불감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감정이 마비되었거나 아예 감정을 느끼는 센스가 제대로 형성이 안 되어 생기는 현상입니다.
최근에 이런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요. 오히려 ‘문제’ 가정보다 ‘문제없는’ 가정에서 더 많이 나타납니다. 넉넉하고 풍족한 환경, 교양 있는 부모, 그리고 교육환경을 비롯한 모든 여건들이 최고급인데도 불구하고 당사자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지요. 부족한 게 하나도 없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가장 부족한 요소였다고나 할까요?

문 : 그런 아이도 바뀔 수 있나요? 지금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답 : 부족이란 개념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가장 우선해야 할 작업은 ‘부족’을 경험케 함으로써 ‘풍족’을 느끼게 만들어야겠지요. 지금까지 당연하게 제공되었던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줘야합니다. 지난 여름에 어느 교회는 이런 문제를 깨닫고 우선 중직자 자녀들을 중심으로 몽골단기선교를 보냈습니다. 일주일 동안 관광은 일체 없애고 선교사님을 따라 선교사역지에서 완전히 그 나라 스타일의 생활을 하고, 그 나라의 평소 음식을 먹고, 그 나라 아이들처럼 일하게 했답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특히 씻지도 못하니 입에서 일체의 불평이 완전히 사라졌고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이 거의 천국과 동일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 지금 부모님께서는 아이에게 최소 절반이나 3분지 1의 수준의 관심만 주십시오. 용돈, 음식, 잠자리… 다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어머니 쪽에서 일방적인 선언보다는 부부가 의논해서 발표하는 ‘부모님’의 지침이라고 알려주셔야 합니다.
당연히 불만이 나오겠지만 거기에 대해선 협상이나 타협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것도 하지 않으면 본인만 손해니까요. 생명체는 부족해서 죽기보다 과해서 죽는 게 훨씬 더 많습니다. 아드님도 엄연한 생명체니 똑같은 원리가 적용되겠지요.

문 : 그 다음 할 일은 무엇인가요? 공부하도록 지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답 : 요즘 ‘딱히병’ ‘그닥병’에 걸린 아이들은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아이들입니다. 오로지 학교, 교회, 학원을 전전하고 그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공부입니다. 학교 공부는 나중에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존교육’에 불과합니다. 생활, 신앙, 관계에 대한 교육은 가정에서 부모님이 하셔야 합니다. 집에서 생활과 인성과 인간관계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 그 아이가 세상을 거뜬히 살아갑니다. 둘러보십시오. 고학력에 탁월한 수재인데 아무짝에도 쓸 수 없어 노는 자식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입니다.
부족을 경험하게 했다면 동시에 집에서 크고 작은 일을 자꾸 시키되 남들 입장에서 보면 ‘부려 먹는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조금 심하게 하십시오. 물론 자기방 청소,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기, 잠자리 정돈하기, 정리정돈과 같은 것들은 당연히 해야 할 기본적인 목록입니다. 기본적인 의무는 당연히 이행하는 것이고 안 하면 벌을 받는 것이랍니다. 고등학생 정도 되었다면 충분히 그런 일을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부분에서 부모는 추호도 미안해하거나 안쓰러운 마음을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다가 ‘파킨슨의 법칙’에 의하면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최소 시간을 주는 것이나 넉넉한 시간을 주는 것이나 성과의 질적 차이는 없다고 하죠. 도리어 짧은 시간에 집중한 결과물이 훨씬 더 좋았다는 것도 말하고 있답니다. 또한 일을 하게 되면 일에 대한 성취감이 따라오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최초의 인간 아담에게 동물들의 이름을 붙이는 ‘일’을 주셨습니다. 아담은 그 ‘일’을 하면서 존재감을 느끼게 되었지요. 자신이 이름 붙이는 것에 따라 하나님도 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얼마나 신났을까요?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이 어떤 결과로 드러날 때 만족을 느끼고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 병 준 목사
상담학 박사, 통&톡 하이터치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남편&아내사용설명서>,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니들이 결혼을 알어?> 저자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