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부끄러움은 신천지의 몫

작성일2019-05-28

천안기독교총연합회(천기총)와 신천지의 공개토론이 결국 무산됐다. 예상된 일이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신천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도 된다. 아마도 ‘후계 구도의 불안정성’과 ‘교리의 지속적 변개’로 인한 내부의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개토론에 응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신천지가 공개토론을 거부한 표면적인 이유는 “성경을 보지 말고 토론하자”는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신천지에선 성경을 보지 않고 성경 내용을 증거”하며 “성경을 보지 않고 토론하는 것이 가장 성경적”이라는 신천지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천기총과 신천지가 각각 제시했던 토론 주제들을 보면 대부분 성경 관련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 없는 토론을 진행하자는 신천지의 주장은 토론 무산을 염두에 둔 행보로밖에 볼 수 없다. 만약 신천지가 자신들의 성경 이해와 교리체계에 떳떳했다면, 최소한 신천지 신도들의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천기총과의 공개토론 자리에 나왔어야 했다.

신천지는 어쩌면 자신들의 성경암기 능력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개토론은 성경암송대회가 아니다. 성경암송대회는 자신이 외운 내용을 일방적으로 들려주면 되지만, 공개토론이란 다수가 한자리에 모여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자리다. 자신들의 교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취사선택한 성경구절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신천지 토론자의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신천지가 성경에 기초한 단체라면 성경을 사용하는 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성경을 임의적으로 취사 선택해 사용하는 신천지로서는 공개토론에서 그들의 비성경적 정체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신천지의 성경관은 오류 투성이다.

첫째, 신천지는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교주 이만희는 동방이 경기도 과천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동방박사’가 한국인이고 ‘동방 사람’인 욥도 한국인이라는 것인가. 교회는 성경공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지만, 신천지는 성경공부를 통해 이만희를 만나게 된다. ‘기승전이만희’이다. 신천지는 이만희를 신격화하기 위한 성경구절들만 자의적으로 해석해 사용하기 때문에 공개토론에서 성경을 사용하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둘째, 신천지는 그들이 애용하는 요한계시록마저도 취사선택해 아전인수식으로 사용한다. ‘이긴 자’와 ‘14만4000명’ ‘해달별’ 등 신천지 교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필요한 단어들을 이리저리 짝을 맞추며 사용하면서도, “거짓말을 좋아하며 지어내는 자는 다 성 밖에”(계 22:15) 있을 것이며 “거짓말이 없고 흠이 없는 자들”(계 14:5)만이 14만4000명에 속할 수 있다는 경고는 외면한다. 신천지는 충고라는 뜻을 가진 ‘모략’이라는 단어를 ‘거짓말’이라 오역하고 오용하며, 신도들로 하여금 비윤리적인 거짓말을 스스로 합리화하고 죄를 짓게 만든다.

신천지가 결코 기독교에 속할 수도 없고 종교일 수도 없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종교사회이며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돼 있다. 개신교인이든 불자이든 천주교인이든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해서는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신천지는 교회 안으로 가만히 들어와(갈 2:4) 자신의 정체와 교리를 감추고 사람들을 미혹(마 24:4)한다. 신천지를 신천지라고 말할 수 없는 신천지는 더 이상 종교로 분류될 수 없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군인의 감시하에 2년 동안 로마의 셋집에서 지내야 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행 28:31) 가르쳤다. 당당함과 떳떳함은 신천지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참된 교회의 표징이다.

탁지일(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80331&code=23111413&sid1=mco

탁지일 (교수)

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