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주보, e-주보로 바뀌고 있다

작성일2022-07-21

꿈의교회가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미디어 주보’와 만나교회가 앱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전자 주보’, 하늘샘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주보의 이미지 파일(왼쪽 사진부터). 유튜브·앱·홈페이지 캡처

경기도 안산 꿈의교회(김학중 목사)에서 종이 주보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던 2020년 3월부터였다. 꿈의교회는 오프라인 예배가 힘들어지면서 종이 주보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고, 종이 주보를 대신해 세련된 음악과 영상이 가미된 ‘미디어 주보’를 온라인으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 교회 관계자는 2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들을 배려하기 위해 이후에도 종이 주보를 조금씩 발행하긴 했으나 올해부터는 아예 종이 주보를 만들지 않고 있어요. 물론 처음엔 교회의 결정에 반발하거나 걱정하는 성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어르신들도 미디어 주보로 교회 소식을 받아보는 데 익숙해졌거든요.”

꿈의교회는 과거 종이 주보를 매주 수천 부씩 찍어냈다. 비용도 매번 30만~4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종이 주보를 없애면서 성도들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 됐고, 교회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미디어 주보는 주일 전날 교구 조직을 활용해 5000명 이상에게 전달되고 유튜브 계정이나 카카오톡 채널에도 올라간다. 이 교회 유튜브 계정 구독자가 10만명을 웃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의 성도가 미디어 주보로 교회 소식을 접하고 있는 셈이다.

김학중 목사는 “미디어 주보 제작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교회마다 이 업무를 맡는 팀을 꾸리거나 담당자가 있어야 한다”며 “종이 주보를 없애는 게 작은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국교회 전체에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면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교계에는 꿈의교회처럼 종이 주보를 발행하지 않는 교회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 문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스마트폰이 ‘종이’를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종이 주보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는 일찌감치 종이 주보 발행을 그만둔 대표적인 대형 교회이다. 이 교회는 2018년 12월 종이 주보를 찍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기 일쑤인 종이 주보를 없앰으로써 환경 보호에 얼마간 이바지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종이 주보의 대안으로 삼은 것이 교회 앱에 올리는 ‘전자 주보’였다. 전자 주보는 만나교회 앱을 내려받으면 화면 하단에 ‘설교’ ‘QT’ 등과 함께 표시되는데, 여기엔 ‘교회 소식’ ‘주말 예배’ ‘주중 예배’ ‘말씀 노트’ ‘생방송 안내’ ‘봉사 및 소모임’ 같은 코너가 마련돼 있다.

만나교회 관계자는 “종이 주보를 없애기로 했을 땐 반대 목소리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지금은 성도 대다수가 적응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자 주보 외에도 유튜브 채널이나 교회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교회 소식을 전하고 있다”며 “종이 주보 발행을 멈춘 것 외에도 일회용품 안 쓰기 운동 등도 전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종이 주보 발행을 멈추는 일은 대형 교회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넘겨짚을 수도 있다. 미디어팀을 구성할 여력이 있거나, 교회 앱을 따로 만들 만큼 행정적 재정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기 쉬우니까.

하지만 간단한 방식으로도 종이 주보를 대체할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 부산 하늘샘교회(정은석 목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늘샘교회는 이달부터 종이 주보를 거의 발행하지 않고 있는데, 이 교회가 선택한 방법은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거였다. 하늘샘교회는 종이 주보 형태의 이미지 파일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주일이면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해당 웹페이지 주소를 성도들에게 보낸다. 하늘샘교회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종이 주보를 아예 없앨 수는 없어 현재는 소량(100장 미만)만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이 주보 발행을 멈추는 일은 기후 위기 시대에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캠페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은 “교회에서 벌이는 모든 일은 상징적 의미를 띠기 마련“이라며 “종이 주보를 없애는 일은 하나님이 만든 창조 세계를 보존하는 의미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55880&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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