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들, ‘손끝’으로 마주한 세상

작성일2019-04-23

‘손끝세’ 선교회 소속 한 시청각장애인(왼쪽)과 보조자가 22일 전남 목포항에서 유람선에 탑승한 뒤 바닷바람을 맞고 있다. 보조자들은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는 이들에게는 촉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2일 오후 목포역이 붐비기 시작했다. 서울 부산 광주 등에서 온 시청각장애인들과 보조자 20여명이 목포역 휴게실에 모였다. 저마다 팔짱을 끼며 등장한 이들은 손바닥을 마주한 뒤에야 웃을 수 있었다. 기분이 좋은 이들은 크게 팔을 흔들기도 했다. 국내 첫 시청각장애인선교회 ‘손끝으로 전하는 세상’(손끝세)의 봄나들이였다. 손끝세는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서울 종로구 영락농인교회(김용익 목사)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이들에게 여행은 쉽지 않다. 역을 빠져나와 차량에 탑승하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 승합차에 탈 때 난간에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보조자 고경희 수화통역사는 “시청각장애인은 이동이 쉽지 않아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비장애인과 대화하더라도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수화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사할 때도 대화가 필요했다. 시청각장애인과 마주 앉은 보조자들은 촉수화를 통해 식탁에 있는 반찬들의 위치를 설명했다. 전남 무안에서 이들을 만나러 온 이영숙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장은 “고난에 처한 자를 돌보시는 하나님이 이들에도 위로하길 기도하자”며 두 손을 모았다. 보조자들은 함께 눈을 감으며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촉수화로 기도를 전했다.

시청각장애인들이 목포에 온다는 소식에 목회자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목회자들은 여행안내와 차량 운전을 도맡았다. 28년 동안 장애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 송호일 목포 실로암교회 목사는 이들에게 왜 여행이 필요한지를 역설했다. 그는 “어떻게 시청각장애를 갖게 됐는지에 따라 보조할 방법이 다른 것이 돌봄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서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이들에겐 촉감을 익히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청각장애인들은 복음을 접한 이후 삶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40대 여성인 소모씨는 집 밖으로 나온 기억이 거의 없다고 했다. 수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락농인교회와 손끝세의 도움으로 수화를 익히고 복음을 접했다. 소씨는 수화를 통해 “복음을 통해 삶이 달라지는 기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성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궁금한 것이 생기고 있다”고 고백했다.

시청각장애인 1만명 시대, 한국교회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영경 영락농인교회 사모는 ‘예수님이라면’ 이 한마디로 답했다. “오랜 시간 농인들과 함께 예배드렸지만, 시청각장애인들은 농인보다 장애물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아요. 예수님이라면 이들을 만나셨을 거예요. 가장 돕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교회가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목포=글·사진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4262&code=23111114&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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