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기쁨, 어려운 이웃과 나눕니다

작성일2018-11-18

경기도 가평 항사리교회 이주형 목사(왼쪽)와 교인들이 지난 14일 텃밭에서 정성껏 가꾼 배추와 무를 들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항사리교회 제공

“사는 게 힘드네요.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고요.”

노숙인 김영호(가명·60)씨는 지난날이 서러운 듯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김씨의 눈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무대에서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덩실덩실 몸을 흔들며 함께 온 동료들과 웃음꽃을 피웠다.

광야교회는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동네에서 ‘제19회 광야인의 날’ 행사를 열었다. 쪽방주민과 노숙인, 독거노인을 위한 위로잔치였다. 겨울용 점퍼와 장갑을 추수감사절 선물로 제공했다. 돼지국밥을 함께 먹었다. 교인들은 1년 전부터 복음전파와 행사비 마련, 좋은 날씨를 달라며 기도로 행사를 준비해왔다. 강서교회와 남서울교회, 목동지구촌교회, 서울광염교회, 신길교회, 오정성화교회, 무지개가족, ㈜착한사람들 등 20개 교회와 단체, 100여명이 행사비 후원과 봉사자로 참여했다.

‘교회절기의 사회화’ 현상 주목

교회절기를 소외이웃과 함께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위 ‘교회절기의 사회화(공공화)현상’이다. 대표적인 교회절기는 부활절과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이다. 교회절기는 단순히 신앙공동체의 종교행사로만 끝나지 않았다. 함께 어우러지는 마당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시간(신명기 16장 이하, 출애굽기, 사도행전 2∼4장 등)이었다. 이는 교인만의 행사가 아니라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그 의미를 사회적 지평으로 확장해 실천해나감을 의미한다. 공적이고 사회적인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11월 셋째 주일은 추수감사주일이다. 많은 교회들이 11월을 감사의 달로 지킨다. 교인들은 추수한 가을곡식과 열매로 예배당을 장식한다. 한 해 동안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기억하며 감사신앙을 회복한다. 예배 후 교회학교 학예회 및 장기자랑 발표, 떡·과일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추수감사 헌금과 헌물은 교회운영, 목회자와 교사 지원 외에 빈민구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특히 구제활동은 지역사회를 넘어 해외로까지 확대된다. 감사는 나눔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소외이웃과 함께하는 한국교회

서울 안동교회는 절기 섬김을 통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대표적인 교회다. 추수감사절 예배 후에 믿지 않는 지역주민을 초청해 떡과 차, 식사를 대접한다. 안동교회 출신인 윤보선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 널뛰기와 제기차기, 투호놀이, 그네 등 전통놀이를 즐기고 사물놀이 팀이 공연한다.

지구촌교회는 목장별로 준비한 선물상자를 나눠준다. 선물상자에는 생활용품, 식료품 등이 담겨 있다. 소외이웃에게 사랑을 나누자는 취지로 2005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채플에서 ‘사랑의 김장축제’도 연다. 김치를 10㎏씩 1300박스에 담아 복지단체에 전달한다. 두툼한 겨울이불도 나눠준다.

김천제일교회는 절기헌금을 교회 밖 일에 사용한다. 부활절 헌금은 소수민족 어린이교육을 위해, 맥추절 헌금으론 농촌교회를 돕는다. 추수감사절 헌금은 초·중·고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제공한다. 서울광염교회는 절기구제부를 두고 절기헌금 모두를 구제비로 사용한다.

음악회나 기독연예인 초청 행사를 개최해 소외이웃과 함께하기도 한다.

경북 의성군 상화교회는 지난 11일 주민과 함께하는 가을음악회를 열고 희망과 즐거움을 선물했다. 상화교회는 지난 3월 ‘대한예수교장로회 귀농귀촌 상담소’를 개소하고 귀농귀촌인 유치활동 등을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박용두 목사는 “마을이 살아야 교회도 살고 나라가 산다. 이런 행사를 자주 열어 목회도 활성화하고 나아가 농촌 인구 유입에 힘쓰겠다”고 했다.

청도군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달 21일 청도국민체육센터에서 ‘2018 추수감사 음악회’를 열었다. 가수 태진아와 송대관이 히트곡을 불렀다. 군민 700여명은 노랫가락에 맞춰 박수를 치며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산 영도구 영도교회는 10㎏짜리 쌀 70포를 영선1동 주민자치센터에 기탁했다. 저소득주민 70세대에 전달한다. 영선1동 관계자는 “매년 추수감사절이 되면 이웃사랑 실천에 앞장서는 교인들에게 특히 감사하다. 나눔을 실천하는 따뜻한 분들이 있어 세상이 밝아진다”고 했다.

서울 정릉 생명샘교회는 바자회를 열고 있다. 농어촌 미자립교회를 돕기 위함이다. 이 교회 유한승 목사와 교인들은 추수감사주일에 1박2일 일정으로 전남 고흥의 한 교회를 방문해 예배드린다. 유 목사는 “이웃을 돕는 것이 교회가 실천해야할 사명”이라며 “시간과 사랑을 들여 직접 움직이는 교회와 교인이 될 때 예수 사랑이 창조되고 생명이 거듭나는 역사가 나타난다”고 했다.

‘영적 추수’를 위해 교회들마다 전도·새생명축제도 개최한다. 포항중앙교회는 지난 4일 ‘새생명 전도축제’를 열었다. 새신자 300여명과 교인 수천 명이 참석했다. 천안 빛된교회는 매년 세 차례 전도축제를 겸한 절기문화행사를 갖는다. 성도 간 화합을 이끌고 불우이웃을 돌보며 복음전파 사역을 전개한다.

성장교회,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교회

전문가들은 교회절기는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강조했다. 또 교회가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교인들의 사회봉사활동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김한경 국제신학연구원 부원장은 “한국교회는 이제 그리스도의 사랑을 안고 지역사회 한복판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지역 곳곳에서 복음의 열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계문 전 이랜드 사목은 “새롭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교회의 특징을 보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교회”라며 “교회가 지역주민에게 존재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지역사회와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한국교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33261&code=23111113&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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