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장애아=소망의 학교’… 부모들이 뭉쳤다

작성일2018-04-20

박성균 토리학교 대표가 19일 경기도 고양 토리학교에서 첫째 딸 제희양을 안은 채 도우미들과 활짝 웃고 있다. 고양=강민석 선임기자

2005년 7월 생후 7개월 된 딸이 갑자기 경기를 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부랴부랴 달려가니 모야모야병 진단이 내려졌다. 희소난치병이라고 했다. 딸은 소아 중풍을 3번이나 맞아 뇌 기능의 80%를 잃었다.

부부는 2년간 딸과 함께 삼성서울병원, 서울재활병원, 경기도 성남 보바스기념병원, 일산병원 등을 전전했다. 병원 생활이 곧 일상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고통과 간병의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병실에서 가장 상태가 안 좋은 중증 환자를 돌보는 부부의 표정이 저렇게 밝다니….’ 주변의 부모들이 하나둘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당신이 믿는 하나님을 나도 믿고 싶어요.” “당신들과 친해지려면 교회에 다녀야겠군요.” 그렇게 2009년부터 경기도 고양에서 10가구가 모여 가족모임을 시작했다. ‘중증장애인 돌봄 시설’ 토리학교의 대표 박성균(43) 목사 이야기다.

고생의 흔적일까.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 토리학교에서 만난 박 목사는 흰머리가 꽤 있었다. “자녀에게 장애가 닥치면 엄마는 처음엔 강인하게 대처합니다. 반면 아빠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는 지쳐 힘을 잃고 아빠는 점점 힘을 찾습니다. 중증장애인 부모가 간병하며 가장 하고 싶은 게 뭔 줄 아세요? 잠깐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는 여유를 갖는 겁니다.”

박 목사는 대전 한밭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했다. 제희(14)의 장애를 알게 됐을 때 목사 안수를 받았다.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딸이라는 ‘십자가’는 그를 장애인 사역으로 이끌었다. ‘소망이 풍성한 교회’라는 의미로 2009년 소풍교회를 개척했다. 그러나 장애인 가족의 상처는 깊고 컸다. 다들 삶이 고단하다 보니 충돌이 잦았다. 교회는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박 목사는 “장애인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교회가 아니라 사랑이었다”면서 “우리야 하나님을 의지하지만 비신자인 장애인 가족들은 하나님에게 다가갈 여력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누군가가 없었다는 얘기”라고 회고했다.

2010년 다른 부모들과 함께 아파트 1층을 얻었다. 여기에다 중증장애아동 돌봄 시설인 토리학교를 개설했다. 시설을 만들고 장애인을 받은 게 아니라 부모들이 자녀를 위한 시설을 만든 것이다.

박 목사는 “장애인은 우리보다 훨씬 순수한데,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이라며 “토리학교의 진짜 교육은 장애인 가족과 장애인 활동보조원인 ‘돌보미’들이 장애인들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 배우는 데 있다”고 소개했다.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며 시작한 토리학교는 어느새 9명의 돌보미가 중증장애인 12명의 활동을 보조하는 시설로 커졌다. 가족모임과 개별상담, 바비큐파티 등으로 장애인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계속 민원이 제기되자 지난해 12월 토리학교를 상가건물 4층으로 옮겼다. 대소변 처리가 안 되고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문턱 없는 화장실과 샤워시설, 온돌바닥은 필수다. 시설 개조에만 3000만원이 들었다.

“장애는 하나님의 형상을 빗나간 모습이 아닙니다. 거룩하고 순결한 하나님의 일부분입니다. 그래서 절대 죄가 아니죠. 장애인 가족이 진짜 원하는 것은 깊은 속내를 나눌 수 있는 친구입니다. 교회가 죄책감을 갖고 있는 장애인 부모들을 돕고 싶다면 판단하기보다 먼저 다가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고양=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36646&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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