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모인 꼬마 성경고수들, 어른들 헷갈리는 문제도 척척

작성일2018-01-12

예장합동 전국주일학교연합회 전국대회 ‘성경고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11일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문제를 풀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올 들어 최강 한파가 불어 닥친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충현교회(한규삼 목사) 인근엔 전국 각지에서 온 버스행렬이 기다랗게 이어졌다. 버스에서 내린 주일학교 학생들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열을 맞춰 교회 안으로 입장했다. 교회에 모인 이들은 1만여명. 국내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 전국주일학교연합회(회장 김석태 장로) 제63회 전국대회에 참가한 학생과 지도교사, 학부모들이다.

개회를 한 시간 앞둔 대회장 곳곳은 북적이면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로 성경문제를 내고 맞히며 막바지 점검에 나선 어린이들, 화음과 율동을 맞추는 합창단원들, 손을 잡고 동그랗게 모여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드리는 성도와 목회자들도 눈에 띄었다.

오전 6시 울산에서 출발했다는 조세은(10·서현교회)양은 “지난해 9월부터 매일 방과 후 교회 친구들과 모여 성경공부를 해 왔다”면서 “전국에 성경 고수들이 많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연합회가 주최하는 전국대회는 예장합동 교단 산하 주일학교 학생들의 ‘꿈의 무대’이자 다음세대를 향한 최대의 ‘교육 축제’다. 1972년 성경고사대회로 출발해 1979년에는 찬양경연대회가 추가됐다. 이어 율동과 워십, 암송대회까지 더해져 7개 종목에서 열전이 펼쳐진다. 교단 산하 노회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에게만 참가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수상 유무를 떠나 ‘전국대회 출신’이란 자부심도 대단하다.

대회 하이라이트는 단연 성경고사대회다. 개회가 임박하자 어수선하던 예배당이 일순간 숙연해지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험 감독관이 OMR 카드와 시험지를 배부하자 응시생 1700여명이 동시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성경고사에는 예장합동 총회 교육부(부장 정창수 목사)가 발행하는 ‘생명의 빛’ 공과 내용을 중심으로 학년별로 50문제가 출제됐다.

초등부 5학년 시험지엔 ‘성전의 그릇으로 술을 마시며 하나님을 모독한 왕을 심판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벽에 쓴 글씨는 무엇인가’ ‘고레스왕이 온 땅에 사신을 보내 명한 내용은?’ 등 장년 성도들이 풀기에도 쉽지 않은 고난도 문제가 실렸다. 교육부장 정창수 목사는 “전국대회는 단순히 성경지식을 뽐내는 대회가 아니라 개혁주의 신앙을 전수하는 기회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간, 율동경연대회가 열리는 교육관에선 강추위를 녹일 듯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유치부, 초등부(저학년, 고학년) 개인 및 단체로 나뉘어 진행된 대회는 지정곡과 자유곡 무대로 꾸며졌다. 특히 ‘자유곡엔 창작된 내용이 60%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심사기준이 있어 연령과 시대에 맞는 개사, 창작 율동 등 참가자들의 독창성이 돋보였다.

지난 대회까지 15년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한 서울강남노회의 연승행진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노회장 이영신(서울 양문교회) 목사는 “교회 내 사역자의 80∼90%가 성경고사대회 출신”이라며 “유년시절 닦아 놓은 신앙의 토대가 한국교회의 굳건한 기둥으로 세워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예장합동 총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교단 산하 교회 10곳 중 3곳 정도(28.9%)는 주일학교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교회들도 학생 수가 급감하는 현실이다. 서울강남노회 교육부장 김인환(서울 명성교회) 목사는 “40년 전 교회, 동네 친구 집에서 합숙하면서 성경고사대회에 출전했던 당시의 열정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낀다”며 “다음세대 신앙전수를 위해 교회, 노회, 총회가 세 겹줄이 되어 과감하게 투자하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회에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어린이’로 정호영(11·보안교회)군이 선정돼 표창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정군은 지난해 7월 화재로 전소된 함평 진양교회(허기녕 목사) 소식을 듣고 저금통에 모아둔 돈을 성금으로 전달하며 잔잔한 감동을 줬다.

전계헌 예장합동 총회장은 개회예배 설교에서 “예수님의 사랑은 말씀 안에 있고 우리는 그 사랑을 배우고 전하며 살아가야 한다”며 “최고의 역사성을 가진 이 대회가 사랑의 결실로 열방을 따뜻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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