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한 말구유에 누워야 했던 아기 예수 탄생을 생각하다

작성일2017-12-07

성탄을 기다리는 시간, 책과 함께 예수님을 생각하며 지내는 건 어떨까. 픽사베이

성탄일 기다리며 읽어보면 좋을 책, 세 권

2017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성탄을 기다리는 이 시간. 그리스도인이 읽어보면 좋을 책을 골랐다. 우리 시대 원로가 100세를 바라보며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미국 블루리지 산맥에서 시골목회를 하는 남편과 세 아이를 키우는 작가의 겸손하지만 깊이 있는 삶과 신앙에 대한 고백, 21세기를 대표하는 목회자가 말하는 성탄절의 참된 의미까지 함께 만나보자.

영적 안식은 그분의 겸손함 배우는 것으로부터

◆겸손한 뿌리/한나 앤더슨 지음/김지호 옮김/도서출판 100

요즘 현대인들은 참 바쁘다. 매일매일이 전쟁이라 할 정도로 각자의 자리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간다. 그러다보니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염려, 불안은 계속 쌓여만 간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건 평안과 안식, 쉼이다.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마 11:29)”라고 하셨다. 마음의 평안과 쉼, 영적인 안식은 내가 잘해서, 내가 잘나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주의 말씀대로 그분의 겸손함을 배우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책을 통해 겸손을 배워가는 여정은 어렵지 않다. 저자의 지인들을 통해 그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언덕과 들판, 하늘, 주변의 나무와 열매 등 창조물을 탐구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겸손은 우리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기억함으로써 시작된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흙이 된다는 것임을 기억함으로써 겸손이 시작된다. 겸손은 우리가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기억함으로써 시작된다.”(87쪽)

“교만과 싸우는 우리의 투쟁을 생각해보면, 결국 동산에서 일어나는 일은 놀라울 것이 없다. 뱀은 여자의 자아에 호소하고, 너무나 빨리 여자는 뱀을 믿는다. 여자와 여자의 남편은 거짓을 삼켰으며, 거짓은 그들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들은 동역자 대신 경쟁자가 되었고… 피조물이 스스로 창조주처럼 행동할 때, 겸손은 거의 사라져버린다.”(94쪽)

일상의 상황들이나 소설, 명언 등을 소개하며 그 안에서 겸손을 발견하기도 한다. “수면은 그 자체로 영적인 활동이며 겸손한 행위이다. 잠을 자려면 우리는 우리의 일을 그쳐야 한다. 잠을 자려면 우리는 누워야 한다. 잠을 자려면 우리는 누군가 우리를 돌보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284쪽)

매일 밤 반복되는 이러한 겸손한 행위조차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매 순간 참된 쉼, 평안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예수님과 함께 있기 위해 필요한 용기 세 가지

◆팀 켈러의 예수, 예수/팀 켈러 지음/윤종석 옮김/두란노

현대 사회에서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중요 절기 그 이상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세속적으로 널리 소비될수록, 그 안에 새겨진 복음 역시 깊숙이 감춰지는 역설적인 현실에 처해 있다. 낮고 낮은 이 땅에, 더럽고 천한 말구유에 누워야 했던 아기 예수의 탄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자 팀 켈러(미국 뉴욕 리디머교회) 목사는 바로 이 ‘성육신’의 참된 의미를 알 때 복음을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분이 누구인지 안다고 말하면서도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크리스천은 ‘말로만 예수를 믿는’ 이들이다. 저자는 그들을 향해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이라는 의미를 깨달은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크리스마스 정신이란 삶 전체를 살아가는 원리가 주님처럼 스스로 가난해져 동료 인간들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이라고 했던 제임스 패커를 인용, 소개하면서 이렇게 역설한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어 자신의 영광을 비우셨다는 사실은 당신도 권력 있고 호화로운 사람들, 인맥이 넓어 앞길을 터줄 수 있는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려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오히려 권력과 아름다움과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다가가야 한다. 그것이 크리스마스 정신이다. 하나님이 우리 중 하나가 되셨기 때문이다.”(84쪽)

저자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기 위해 용기를 낸 것 같이, 우리 또한 예수님과 함께 있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하다며 세 가지를 언급한다. 세상의 멸시를 감수하는 용기, 내가 결정할 권리를 내려놓는 용기,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는 용기다. 저자는 “용기가 필요한 신은 다른 어느 종교에도 없다”며 “당신을 위해 어둠에 직면하시는 그분을 보면, 당신도 어떤 어둠에도 능히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한다.

저자가 수십 년간 해왔던 크리스마스 설교를 엮은 책이다. 이사야 9장과 마태복음 1∼2장, 누가복음 1∼2장, 요한일서 1장을 본문으로 삼았다. 간결하지만 단호하게 복음의 핵심을 전달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진짜 복음을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신자든 비신자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는 책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김형석 명예교수가 믿음의 눈으로 반추한 삶

◆인생의 길, 믿음이 있어 행복했습니다/김형석 지음/이와우

“나는 어렸을 때 농촌에서 자랐다. 90여년 전의 일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회고록이 있지만, 90년 전을 돌아보는 문장이 담긴 책은 손꼽힐 것이다. 1920년생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믿음의 눈으로 삶을 반추한다.

김 교수가 평생을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된 계기는 열네 살 무렵 찾아왔다. 어린 시절 그는 종종 의식을 잃거나 발작하는 등 병약한 체질이었다. 어느 날 그는 “하나님, 저에게 건강을 허락해주시면 나를 위해서 살기보다는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고 기도했다. 이후 그는 모든 삶의 순간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는 내세 지향적인 반쪽짜리 신앙에 머물지 않았다. 책 곳곳에는 ‘교회가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고민이 담겨있다. 김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를 위하기보다 교회만을 위한 교회주의로 빠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회 세습을 비판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교회의 침묵을 안타까워한다. 그는 사회를 위해 도움을 주지 못하면 교회는 존재 의미를 상실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불교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교회의 실천적 본질을 뽑아내는 에피소드는 흥미롭다. 김 교수는 어느 날 유명한 불교학자로부터 “예수는 사랑을 가르치면서도 헤롯을 여우 같은 인물이라고 말했다”며 “석가는 그런 원수가 없었으니 더 넓은 세계관을 가진 셈”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는 수긍하면서도 “불교는 참을 추구하니 철학적인 종교가 되는 반면, 예수는 진리와 더불어 현실 정의를 추구한다”고 답한다. 참 교회는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있어 헤롯 같은 악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회가 교리에만 갇히면 안 된다는 점도 수차례 지적한다. 그는 예수의 말씀을 그대로 믿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한 김교신 같은 인물을 사례로 들며 교리보다 진리가 앞선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기독교의 권위는 이웃을 향한 사랑과 희생에 있다고 말한다. 교회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노(老)교수의 말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62214&code=23111312&sid1=m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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