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구두’ 만든 장애인 회사 재개업… “청각장애인 교회 설립 기도합니다”

작성일2017-11-16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경기도 성남의 한 빌딩에서 열린 사회적 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풍경’ 창립총회에서 휴대전화로 전시된 구두를 찍고 있다. 성남= 신현가 인턴기자

수제화 브랜드 ‘아지오’ 시각장애인 유석영 대표가 청각장애인들과 운영하다 폐업


14일 저녁 7시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한 건물에서 열린 행사에서 50대 시각장애인이 펑펑 눈물을 쏟고 있었다. 행사는 사회적 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풍경’의 창립총회. 이 자리에는 요즘 종합편성채널 토론자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불수가 된 ‘클론’의 멤버 강원래씨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눈물을 쏟던 사람은 ‘구두 만드는 풍경’ 대표로 선출된 유석영(55·경기도 하남 초동교회 안수집사·사진)씨였다. 유 대표는 인사말을 하며 “폐업 4년3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다고 하니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유 대표는 지난 5월 18일 찍힌 문재인 대통령의 닳아 해진 구두 사진 한 장으로 ‘유명 인사’가 됐다. 문 대통령이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신고 있던 구두였다. 2012년 유 대표가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창립한 수제화 브랜드 ‘아지오(AGIO)’ 제품으로,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그해 국회에서 열린 구두전시회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아지오’는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품질의 구두였다. 이탈리아어로 ‘편하다’는 뜻의 브랜드명으로, 백화점 쇼핑몰에서 제품을 판매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장애인 회사라는 편견에 부딪혀 경영난을 겪다 이듬해 8월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그 구두를 더 신을 수 없게 되자 비서진을 통해 “아지오를 다시 신을 수 없겠느냐”고 수소문했고, 폐업했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그동안 유 대표는 다시 이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수소문 끝에 50년 경력의 구두장인을 삼고초려로 모셔왔다. 소식을 들은 유명 구두회사로부터 10종류의 샘플을 재능기부 받기도 했다. 구두 생산현장에선 청각장애인들 옆의 사회복지사가 수화로 의사소통을 돕는다. 지시를 잘못 알아들은 청각장애인이 신발제작을 망칠 때도 많았다.

20대 초반 시력을 잃은 유 대표는 1987년부터 장애인을 위한 라디오방송에서 휴먼 르포 제작자 등으로 활동하다 2004년 지적장애인이 가구를 제조하는 파주의 ‘일굼터’를 책임졌다. 2006년 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으로 임명되자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일이 경제적 자립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창립총회장에선 유 대표 손을 잡고 격려하는 이들이 줄을 섰다. 30년 지기 친구인 유 전 장관은 “이제부터 내가 이 구두 홍보맨이 되겠다”고 했다. 강씨는 “제가 만든 음악도 그렇지만, 이들이 만든 제품도 어떤 정상인이 만든 구두보다 좋다. 이 회사가 모든 장애인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청각장애인 직원을 뽑을 때 크리스천을 뽑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뽑힌 직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고, 평화와 행복 속에 살아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는 게 제 소망입니다.”

유 대표는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은 얼굴로 활짝 웃었다. 요즘 그의 기도제목은 청각장애인 복지를 위한 교회를 세우는 것이다.

성남=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49959&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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