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끝은 어디일까요… 유방암 6개월 투병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

작성일2017-05-23

김양재 성남 우리들교회 목사가 지난 19일 자신의 암 투병 과정에서 묵상한 말씀과 그 의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고난은 끝이 없는 걸까.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으나 건반 대신 걸레만 잡으며 엄혹한 시집살이를 했다. 의사였던 남편과 사별하며 허무와 슬픔이 엄습했다

처참한 삶 속에서 성경을 묵상하며 위로를 받았다. 주님의 은혜가 커서 목회자가 됐다. 온 성도와 함께 말씀을 묵상하면서 죄를 회개하고 무너진 가정을 세워온 ‘목욕탕 목회’는 성공적이었다. 목회 14년째, 고난은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엔 병마였다. 6개월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는 불을 통과하는 극통(極痛)이었다. 우리들교회 김양재(67) 목사 이야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우리들교회 판교예배당 목양실에서 지난 19일 만난 김 목사는 청색 면모자를 쓰고 있었다. 6차례의 항암치료로 빠진 머리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얼굴엔 붓기가 비쳤다. 하지만 표정은 밝았고 건강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날 치료를 시작한 후 처음 교회에 나왔다고 했다. 22일부터 시작된 ‘목욕탕 큐티 목회 세미나’ 리허설 준비 차였다.

김 목사의 첫 마디는 로마서 8장 18절의 인용이었다.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잖아요. ‘또 고난이 왔네’ 하며 원망하거나 비교하지 말아야 합니다.”

김 목사는 지난 6개월을 회고했다. 그는 “저의 ‘암 사건’은 힘을 빼라는 하나님의 메시지였고 ‘성령 충만 사건’으로 가는 과정이었다”며 “목회를 시작해 한번도 쉰 적이 없었다. 돌아보니 주님의 능력이 아니라 내 힘으로 견디면서 병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김 목사는 암 진단을 받은 직후 주일 설교 시간에 자신의 상태를 알렸다. 이후 강단에 서지 못했다. 항암치료는 너무 고통스러워 지옥의 유황불에 타는 것 같은 아픔이었다고 했다.

그는 병상에서도 말씀묵상을 이어갔다. 사도행전을 비롯해 레위기와 민수기, 잠언과 요한복음 등을 묵상했다. 레위기 제사법 부분을 읽을 때는 말씀과 자신의 상황이 겹쳤다고 했다.

“조직검사는 제물로 드린 소와 양의 각을 뜨는 것 같았고, 항암치료는 제단 위의 번제물을 불로 사르는 화제(火祭) 같았어요. 산 제물로 드리라(롬 12:1)는 말씀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됐어요. 고통을 겪으면서 암 환자들도 이해하게 됐고 그분들도 저를 위로해 주었어요.”



담임목사의 부재에도 교회는 흔들리지 않았다. 주일설교는 부교역자들이 했고 수요 저녁예배엔 성도들의 간증이 이어졌다. 김 목사는 “오히려 성도들이 늘었고 소그룹 공동체 안에서는 말씀과 기도가 이전보다 더 충만했다”며 “성도들이 목사가 아니라 말씀을 따랐기에 교회가 안정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목회 일선에 복귀하는 대신 안식 기간을 더 가질 예정이다. 건강이 회복될지 악화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일단 목욕탕 큐티 목회 세미나에서 제가 받은 은혜를 나누고 싶어요. 교회는 슬픈 자의 위로 공동체가 돼야 하고 그 위로는 말씀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의 사정을 살피십니다. 눈앞의 고난이 아니라 영광을 바라보세요.”

성남=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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