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축구의 기적’ 임흥세 선교사의 남수단 축구팀 일냈다

작성일2017-04-26

남수단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임흥세 선교사 제공

‘기도의 전사들’로 알려진 남수단 축구대표팀이 내전과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사상 첫 A매치 원정 승리의 기쁨을 안겼다. 대표팀은 23일 아프리카 지부티의 엘 하지 하산 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소말리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2대1로 이겼다.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임흥세(62) 선교사는 24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2012년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한지 5년 만에 거둔 쾌거”라며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이뤄진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남수단 대표팀은 지난달 28일 자국 수도 주바에서 가진 지부티와의 A매치에서 6대0 대승을 거뒀다. 소말리아전까지 승리함으로써 A매치 첫 연승을 거두는 겹경사를 맞은 것이다. 과정은 험난했다.


남수단 대표팀은 지난달 28일 자국 수도 주바에서 가진 지부티와의 A매치에서 6대0 대승을 거뒀다. 소말리아전까지 승리함으로써 A매치 첫 연승을 거두는 겹경사를 맞은 것이다. 과정은 험난했다.


경기를 치르기 위해 지부티로 이동하는 과정부터 발목이 잡혔다. 재정적 어려움과 아프리카의 불안정한 항공환경 때문에 비행편 마련에 애를 먹었다. 선수들은 원정경기를 위해 짐을 싸들고 집결했다가 “오늘도 항공권을 구하지 못했다. 출국을 미뤄야 한다”는 축구협회 관계자의 말에 귀가해야 했다.

임 선교사는 “아프리카에선 항공편 결항과 연착이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도 안심할 수 없다”며 “나흘째 짐을 쌌다 풀기를 반복하면서 선수들의 불안감도 커져갔다”고 회상했다.

불안감을 씻어 준 것은 기도였다. 임 선교사는 아쉬움을 안은 채 귀가하는 선수들을 불러 모아 손을 맞잡고 기도했다. ‘대표팀이 겪는 모든 과정 속에 함께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자’는 내용의 기도였다. 경기를 치르기 하루 전날 기적처럼 비행편이 마련됐다. 직항편이 없어 에티오피아를 경유하는 항로를 택했지만 이번엔 기상악화가 문제였다. 지부티로 가던 중 강한 비바람에 맞닥뜨리면서 난기류(turbulence)가 생겨 결국 에티오피아로 회항하게 된 것. 대표팀은 평소 5시간 걸리는 거리를 14시간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밤 11시를 넘겨 숙소에 도착한 선수들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이튿날 오후 그라운드에 서야 했다. 경기 시작 전 임 선교사는 선수들과 다시 손을 잡았다.

“우리와 항상 함께하시는 하나님. 내전의 아픔으로 시름하는 남수단 국민들을 위로하고 승리를 통한 희망을 선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임 선교사는 “기도 후 눈을 떴는데 여독이 풀리지 않아 힘겨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선수들의 눈빛만 빛났다. 하나님께서 선수들과 함께하고 계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경기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소말리아가 실점하자 흥분한 관중들이 소란을 피워 무장경찰들이 진압에 나서야 했다.

경기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일제히 임 선교사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곤 “파파(아버지). 갓 블레스 유(God bless you)”를 외치며 그를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역사적인 소식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남수단엔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귀국한 대표팀은 공항부터 남수단축구협회가 있는 시내까지 카퍼레이드를 펼치며 환영인사를 받았다. 임 선교사는 “남수단 국민들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희망의 상징”이라며 “3년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갈기갈기 찢겨진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축구가 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수단 축구대표팀은 오는 6월 ‘2019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최종예선 조별리그를 치러 사상 첫 본선행에 도전한다. 임 선교사는 국내 프로축구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거치며 명감독으로 명성을 떨쳤다. 2012년 축구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남수단으로 떠났다.

‘기도의 전사들’과 남수단 축구 역사를 써내려가는 임 선교사는 “새로운 도전을 향해 기도의 경주를 펼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람이 축구 하는 게 아닙니다. 기도가 축구 합니다. 그게 남수단 축구입니다.”

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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