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9명 안을 때까지 기도합니다” 4대 종교인 세월호서 기도

작성일2017-03-29

호남신대 오현선 교수(왼쪽)가 28일 오전 전남 진도군 해상에 정박 중인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 인근에서 미수습자들의 온전한 수습을 소망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공동취재단 제공.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를 200m 앞에 두고 멈춰선 서해어업관리단 선박 ‘무궁화 5호'에서 28일 오전 낮고 묵직한 경적이 세 번 울렸다.

무궁화 5호에 탑승한 4대 종단 대표 12명과 미수습자 가족 6명은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다.

호남신학대 오현선(기독교교육학) 교수가 울먹이며 “1000일이 지나도록 9명을 바다에 두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은화 엄마의 피울음과 혼절한 다윤 엄마의 슬픔에 기대 세월호 참사를 적당히 슬퍼해온 우리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가족들이 사랑하는 자식과 조카, 남편과 엄마를 마침내 안을 수 있도록 인도해 달라.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며 생명과 평화, 정의와 부활의 주로 오시는 하나님이 목포신항까지 동행해 주시고 9명을 품고 희망으로 와 달라. 이들이 무사히 인양돼 희생자의 고통과 억울함이 진실의 빛과 생명으로 이어지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함께 기도하던 미수습자 가족들도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았다. 이들은 기도회를 마친 뒤 전원 수습의 바람을 담은 노란색 장미를 바다에 던졌다.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의 아내는 “여보, 3년 동안 고생 많았어요. 며칠만 더 고생해요”라며 오 교수에게서 받은 장미 1송이를 바다에 띄웠다.

이날 선상 기도회에는 기독교(개신교)에서 오 교수와 조원식(진도 신진교회) 목사 등이 참석했다. 오 교수 등은 참사 이후 진도 팽목항에서 안산까지 도보순례를 하고 팽목항에서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하는 등 슬픔을 나눠왔다. 가톨릭과 불교, 원불교 대표도 참석해 함께 기도했다. 화이트마린호는 30일쯤 105㎞ 떨어진 목포신항으로 출발한다.

한국교회는 부활주일인 다음 달 16일까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미수습자 가족을 위로하는 기도회를 잇달아 갖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이성희 목사)은 다음 달 13일 오전 11시30분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를 위한 기도회를 갖기로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조직된 ‘416 가족과 함께 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는 부활주일 당일 오후 4시 30분 안산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예수가 여기 계시다’를 주제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린다. 예배에선 304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조직된 ‘시민 찬양대’가 찬양을 한다.

장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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