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의 대화

  나는 위대한 과학자보다 신실한 크리스천이고 싶다
정근모
국민일보사
  저자프로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수료 미시건주립대 이학박사 프린스턴대학교 핵융합연구소 연구원 MIT공대 핵공학과 연구원 뉴욕공대 교수 한국과학원(KAIST) 부원장 한국전력 기술주식회사 사장 과학기술처 장관(12대, 15대) 한국과학재단 이사장 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타트) 이사장 국제 해비타트 이사 민족화합기도회 대표 사단법인 기독학술 교육동역회 이사장 미국 국가조찬기도회 순회대사 삼성제일교회 장로 미국 국립공학 한림원 회원 스웨덴 왕립공학 한림원 회원 세계 원자력 한림원 회원 호서대학교 총장

  내용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 그 혹독한 상실의 아픔을 통해 나는 하나님의 사랑과 그 존재를 더욱 선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인생의 파고를 넘고 학문의 바다에 유영하면 할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하나님의 존재와 그 오묘한 섭리에 전율한다.
사람은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을 때 진정 행복을 느낀다. 항해하던 선박의 바닥에 구멍이 뚫려 난파의 위기에 처할 때 노련한 선장은 화물투하(貨物投荷)를 시작한다. 화물을 바다에 내던져 배의 무게를 줄이고 속도를 높인다. 이때 선장은 바다에 던져야 할 것들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가장 무거운 것, 가장 무가치한 것, 없어도 되는 것들을 골라서 바다에 과감히 던져야 한다. 이것을 흔히 ‘제티슨(Jettison)’이라고 부른다.
제티슨은 인생에도 필요하다. 나는 몇 사람의 죽음을 보았는데 그들은 모두 지극히 평온한 모습으로 하나님 품에 안겼다. 그들의 얼굴에 평온이 감도는 것은 신속한 제티슨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무거운 짐을 내던지고 그 대신 참 진리인 예수 그리스도의 손을 잡은 사람들을 지켜보며 신앙의 위대함을 절감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소크라테스의 고백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나는 평생 동안 진리를 찾아 방황했으나 아직도 참 진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최고의 진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겠다. 그러나 나는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이렇게 죽어간다.”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추앙받던 현인이 죽음을 앞두고 이런 고백을 할 정도라면 평범한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그리스도인은 ‘최고의 진리’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아는 사람을 일컫는다. 어디에서 와서, 왜 살며, 어디로 가는지를 아는 사람들이다.
인생의 질곡을 숨막히게 넘으며 큰 위로를 받은 말씀은 로마서 8장 28절이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인생의 고통스런 경험도 때로는 귀한 자산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 사랑하는 아들 진후…. 그에게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 아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기도를 드렸는지 모른다.
어느 날, 하나님은 삶에 지친 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아들아, 작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네 아들에게 감사하라.”
아, 정말이었다. 인생의 시련이 없었더라면 나는 기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후의 고통이 없었더라면 예수님을 나의 그리스도로 영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련을 만나거든 기도하십시오.”
이 짧은 말이 바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교훈이다.
하나님께서 선택하여 주신 사람들의 가장 큰 임무는 받은 사랑을 증거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이 글을 통해서 한 사람이라도 더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할 수 있다면 내겐 큰 기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