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방접종 오늘부터 재개

작성일2020-10-13

잠정 중단됐던 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13일부터 재개된다.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자는 코로나19 뿐 아니라 독감에도 취약한 만큼 접종 일정에 맞춰 예방주사를 꼭 맞을 필요가 있다.

독감 환자는 통상 11월부터 증가
백신 접종 2주 후부터 방어 효과
독감·코로나 동시땐 사망률 2배
접종이 코로나 중증·사망률 낮춰
10월 안으로 백신 접종 꼭 해야

잠정 중단됐던 인플루엔자(독감)백신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13일부터 재개된다. 이날부터 만13~18세 이하 중·고교생 접종이 먼저 시행되며 19일부터 만 70세 이상, 26일부터 만 62~69세 대상 무료 접종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상온 노출’ 사고에 이어 ‘백색 부유물’ 백신까지 발견돼 전체적으로 100만여명의 접종 분량이 수거되는 상황에서 백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통상 11월부터 환자가 증가하는 독감 예방을 위해 이번 달에 백신 접종 인원이 한꺼번에 몰릴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2주 후부터 방어 효과가 나타나는 점을 감안해 되도록 10월 안에 맞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지만 보건당국 검사결과 효과와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고위험군은 필히 접종할 필요가 있다.

취약군 고령자 접종률 높여야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의 동시 유행, 즉 트윈데믹(twindemic)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두 바이러스 동시 감염과 그에 따른 입원, 사망 피해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취약군인 고령자들의 독감 예방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직전 절기 65세 이상의 독감 접종률은 83.5%로 높은 편이지만 올해는 트윈데믹 우려로 만 62세 이상으로 접종 범위가 넓혀졌다.

최근 영국 보건당국의 새로운 연구발표에 의하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에 모두 걸린 환자는 코로나19 단독 감염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배 높으며, 대부분의 동시 감염 사례는 고령자에서 발생하고 그 중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질병 위험은 증가한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10월 4일 기준 421명)의 약 94%가 만 60세 이상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인플루엔자에도 마찬가지다. 2017년 가을부터 2018년 초까지 국내 인플루엔자 사망자의 약 90%가 65세 이상이었다.

하상철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 부회장은 12일 “고령자는 노화로 인한 전반적 면역기능의 퇴화로 면역세포가 병원체(외부 항원)를 발견해 내는 능력이 떨어지고 항원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 세기(항체가)가 낮아 백신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전반적인 신체기능이 저하돼 있는데다 대부분 심혈관질환, 당뇨병, 폐질환, 천식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인플루엔자로 인한 합병증 위험 증가와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2017년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89.5%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며 평균 2.7개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었다.

인플루엔자 감염은 그 자체 만으로 폐렴 발생 위험을 최대 100배 증가시키고 1주일 이내 심근경색 위험을 최대 10배, 뇌졸중 위험은 최대 8배 높인다. 당뇨 환자가 인플루엔자에 걸릴 경우 입원률은 6배 이상, 사망률은 5~10%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고령의 만성질환자가 인플루엔자에 감염될 경우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캐나다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심장 및 만성폐질환이 있는 고령자의 경우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 위험이 건강한 고령자 보다 최대 20배 더 높았다.

따라서 고령자의 독감 백신 접종의 목적은 인플루엔자 감염 예방 뿐 아니라 인플루엔자 감염과 관련된 2차 합병증을 막고 그로 인한 입원과 사망을 감소시키는 데 있다. 백신 접종은 독감과 관련된 병원 방문 및 입원 위험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특히 만성폐질환과 천식 등 호흡기 관련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 독감 백신의 혜택은 크다. 독감 백신은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독감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관련 연구

코로나19 유행 이후 독감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중증도 및 사망률 감소와의 관련성 연구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지난 6월 의학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게재한 연구결과가 그 중 하나다. 연구팀은 올해 1~6월 미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자료를 바탕으로 65세 이상 고령자의 독감 백신 접종의 영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독감 백신 접종률이 높을수록 코로나19 사망률이 낮아지며 전체적으로 백신 접종률 10% 증가는 코로나19 사망률 28% 감소와 유의미한 통계적 관련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는 독감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화를 통해 인플루엔자로 인한 호흡기 합병증 비율을 낮추면 코로나19와 싸우는데도 더 나은 건강상태가 되기 때문”이라며 “독감 백신의 잠재적 보호 효과를 시사하는 것으로 다만 추가 확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위스 바젤대학과 브라질 상파울루의대 공동 연구팀이 지난 7월 역시 메드아카이브에 공개한 9000명 이상의 브라질 코로나19 환자 대상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연구에서 독감 백신 주사를 맞은 코로나19 환자(증상 시작 전후 모든 환자)가 미접종자에 비해 생존 가능성이 훨씬 높고 집중적인 병원 치료 필요성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독감 백신 접종 환자는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집중치료 필요 확률이 평균 8% 낮고, 에크모 등 침습성 호흡 지원이 필요할 확률은 18% 낮았다. 사망 확률은 17%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백신으로 인한 ‘선천 면역의 변화’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인체의 타고난 면역 메커니즘은 자연적인 병원체 감염이나 백신에 의해 촉발될 수 있으며 백신이 직접 겨냥하지 않는 다양한 병원균에 대해서도 표적에서 벗어난 보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주사 맞았다고 안심해선 안돼

독감 백신 접종이 주는 혜택이 크지만 고령자에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독감 백신은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보다 고령자에서 예방효과가 떨어지므로 백신 접종만으로 안심하지 말고 면역력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는 점이다.

하상철 부회장은 “고령자는 면역기능 저하와 낮은 항체가(항체 세기)로 인해 백신 효과가 젊은층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따라서 예방주사 뿐 아니라 접종 전 면역력 증강을 위한 기저질환 및 체력 관리, 건강한 식습관 유지가 필수이며 접종 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손소독, 마스크 쓰기 같은 생활 속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9731&code=14130000&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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